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에 임명됐던 최대석 통일학연구원 원장이 돌연 사퇴해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인수위가 밝힌 ‘일신상의 이유’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가운데 처가인 GS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그만두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GS계열사 간의 부강거래 의혹이 일자 ‘처가’와 ‘박근혜’를 지키기 위한 최 원장의 용단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 됐다.
처가는 GS그룹, 사촌처남은 ‘정경련ㆍGS수장’ 허창수
GS 계열사간 부당거래 의혹일자, 여왕에게 자진 이별통보
처가 GS 압력설 ‘솔솔’…두 여자를 지키기 위해?
누가 최대석 원장을 사퇴시켰나?
수년간 박근혜 당선인에게 남북문제를 직접 조언해온 최대석 통일학연구원 원장은 외교·통일·안보 분야의 대표적 브레인으로, 차기 정부의 통일부장관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돼 왔었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에 임명된 지 일주일 만에 자진사퇴하자 최 원장의 처가인 GS그룹의 반대가 그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 원장의 대학 후배이자 최측근인 정치권의 한 인사는 “처가로부터 인수위원에서 물러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하차를 결심 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이어 재계 관련자도 “여러 정황으로 미뤄 최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처가 쪽 일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뜸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인수위 내부 갈등설이 제기됐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처가인 GS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고 강조했다.
최대석 원장의 처가는 옛 LG그룹에서 분리된 GS그룹 일가다. 그의 부인은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녀인 허연호씨고, 처남 허경수씨는 GS계열의 코스모앤컴퍼니와 코스모건설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최 원장은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의 매형이기도 하며, ‘재계의 수장’이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이기도한 허창수 GS 회장과는 사촌 처남매부지간이다.
특히 최대석 원장과 사촌 처남매부 지간인 허창수 GS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은 사퇴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으로 추정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공약인 ‘경제민주화’ 정책과 관련해 일감몰아주기, 불공정거래, 재벌승계 등의 의혹을 받는 대기업을 맞상대 하는 것이 인수위의 중차대한 임무이기 때문. 이를 감안 GS그룹과 관계가 불거질 것을 염려해 중도 하차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만약 최 원장이 초대 통일부장관으로 임명되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처가 GS가를 만나는 껄끄러운 상황을 연출 할 부담감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사퇴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대석 원장의 친인척들…
잇따른 일감몰아주기 의혹
최대석 원장의 처남이 사장으로 있는 GS리테일(사장 허연수)은 도시락과 김밥 등의 식료품을 제조해 편의점에 납품하는 ‘후레쉬서브’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후레쉬서브’는 매출의 90% 이상을 GS25를 통해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일감 몰아주기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GS리테일 관계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통 업계 전문가는 “GS25에서 후레쉬서브의 제품이 버젓이 팔리고 있고 또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코스모앤컴퍼니는 최 원장의 부인 허연호 씨와 함께 허씨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계열사 대한 4년 평균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경영방식이 투명하지 못하다. 재계의 한 인사는 “허연호씨가 지분을 가진 코스모앤컴퍼니와 대기업간에 부적절한 내부거래는 이 바닥에서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코스모앤컴퍼니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로 성장한 회사”라고 악평했다.
특히 최 원장은 이들 회사의 관련 주식을 보유하다 매각한 기록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나와 있는 터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는 2010년 10월1일 ㈜GS의 보통주 1천90주를 장내매도했고 부인 허씨도 같은 날 1만4천740주를 팔았다. 이어 2011년 2월18일 ㈜GS의 비상장 계열사인 ㈜코스모앤컴퍼니의 주식 1만3천200주를 매각했고 같은 날 부인 허씨가 같은 양을 매입한 바 있다.
당시는 이 회사를 둘러싸고 일감 몰아주기 등 계열사 부당 지원 연루 의혹이 불거진 때였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현재 최대석 원장이 소유한 코스모앤컴퍼니의 주식 지분은 없다. 하지만 부인과 인척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미뤄볼 때 여전히 허씨 일가가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공시 주주현황에 따르면 코스모앤컴퍼니의 경우 ▲허연수(35%) ▲허선홍(26%) ▲허경수(19%) ▲윤봉식(허신구 명예회장의 부인, 10%) ▲허연호(5%) ▲허연숙(허신구 명예회장의 차녀, 5%)으로 구성돼 있다.
의문의 쪽지 확인 후 사퇴
“나는 너의 비리를 알고 있다?”
지난 10일만 하더라고 최대석 원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인수위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난 12일 그는 돌연 사퇴를 하고 가족들과 잠적을 해버린다. 이틀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인수위 출입 기자 조씨(34)는 “최 원장은 사퇴 이틀 전인 10일까지도 전직 통일부 장관을 만나서 대북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할 만큼 일에 의욕을 보였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늦게만 하더라도 직원들을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하며 인수위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이어 조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사퇴가 이해가 안 되고 아울러 인수위는 왜 계속 침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업무를 보고하던 한 관계는 11일 오전 이른 시간을 회상하며 “최 원장이 ‘남북군사회담 준비가 잘돼 가느냐’라고 물었고 당시 눈에 띌 만큼 평소와 다른 것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11일 오전 업무를 마친 최대석 원장에게 의문의 쪽지가 전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 쪽지를 본 뒤 사퇴를 결심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최 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12일은 국세청이 인수위에 업무보고를 하던 날이었고, 이날 보고에는 지난해 국세청이 GS칼텍스의 세무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드러난 코스모앤컴퍼니의 문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GS관계자는 “최 원장이 GS 그룹과 친척관계는 사실이지만 쪽지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국민과의 소통과 알권리를 강조하던 인수위가 출범한지 10여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 이 사태에 대해 침묵하자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전적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불통 탓이 크다”며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의 최대석 위원이 12일 돌연 사퇴했는데 문제는 그 배경이 무엇인지 언론도 국민도 심지어 동료 인수위원들조차 쉬쉬 거린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인수위가 무슨 보안사처럼 보안, 보안 하니까 불통이 되고 오히려 국민이 불안해지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최소한 사퇴 배경이라도 국민에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수위는 국민과의 소통을 밀봉해 버리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앞장서 사퇴 배경에 대해 투명하게 밝혀야 하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최대석 전 위원은 사퇴 직후 지인들에게 “좀 복잡한 사안이 생겨 위원직을 사퇴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처가인 GS쪽의 의혹이 자신의 정치 행보에 아킬레스건이 될 것을 안 그가 일찌감치 물러나는 쪽을 택한 게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일이 해명하거나 맞서기보다는 양측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물러나는 쪽을 택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
박근혜 당선인이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경제민주화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분석에 무게가 실릴 만 하다.
정치권 고위 관계자는 이 사태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정거래 질서 확립 및 지배구조 개편, 재벌개혁 및 일감몰아주기 금지 등 경제민주화 정책이 이슈인 현 시점에 최 전 위원에 대한 의혹은 박근혜 당선인과 처가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 전 의원에 대해 “자신의 연구를 현실 정치에 반영해 보려는 의지는 강했지만 전혀 고위 공직같은 자리에 연연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면서 “이런저런 안 좋은 얘기가 나돌 것이 우려됐다면 깨끗이 그만둘 사람”이라고 평했다.
최 원장은 13일 인수위의 정식 브리핑을 통해 사퇴사실이 언론에 발표된 이후 가족들과 함께 서울 자택에서 빠져 나와 지방 모처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모든 의혹과 관련 GS 그룹은 “인수위 사퇴와 GS그룹은 공식적으로 관련이 없다” 혹은 “아는 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또한 잠적한 최 원장과 인수위도 아무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