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의 캠페인송…"징계하나마나 우린 무한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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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정지 다음날부터 대놓고 불법영업 강행, 방통위 "제재 콧방귀도 안 낀 너희들 잘 들어"


‘품위유지’를 외치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단단히 뿔이 나 양팔을 걷어 올렸다.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영업정지처분을 받은 이동통신업체가 방통위의 제재를 한귀로 듣고 흘려버렸기 때문.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신규가입자 모집이 금지된 이동통신업체들은 제재 이후에도 보조금 지급 등 불법행위를 버젓이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된 가운데, 사실상 처음으로 통신3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방통위의 체면이 제대로 구겨지고 있는 모양새다.

 

여전히 소귀에 경 읽는 방통위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통신3사에 대해 신규·번호이동 가입자 모집 금지와 과징금 처분을 동시에 내리는 이중제재를 가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3사가 여전히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방통위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 되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25일부터 이달 초까지 이동통신사 3사의 9개 대리점에서 신규가입 1,500여 건을 표본으로 추출해 조사를 벌인 결과 위법성 판단 기준인 보조금 27만원을 초과해 지급한 위반율이 평균 31%인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사별로는 SKT(33.8%)의 위반율이 가장 높았고 KT(27.9%), LG유플러스(25.9%)순이었다.

특히 방통위 정종기 이용자보호국장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업계 1위 SK텔레콤이 과열경쟁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보조금 지급 위반율과 위반 날짜 수를 고려해 분석한 결과 통신3사 중 SK텔레콤의 보조금 지급 위반율이 가장 높았음은 물론, 시장과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번호이동 가입자 유치 위반율도 49.6%로 KT(43.2%)와 LG유플러스(22.2%)에 비해 높았다. 이 밖에도 보조금 지급 위반 날짜수도 SK텔레콤이 6일, KT는 2일, LG유플러스는 1일로 집계됐다.

이는 그동안 이동통신업체들이 통신시장을 감독하는 방통위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유치에 열을 올려 온 만큼 이번 방통위의 제재 기간에도 보조금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적잖다는 우려가 들어맞은 셈이다.

무딘 방통위의 솜방망이 처벌을 웃어넘긴 통신사들의 전례 또한 존재하다. 실제로 이통통신3사는 2004년 영업정지 기간 중 신규 가입자를 모집해 총 5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방통위는 “시장 조사 기간 중 보조금 과잉 지급 사실이 드러날 경우 최대 3개월 간 신규 가입자 모집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통신사들은 더욱 열띤 보조금 경쟁을 벌이는 대범함을 뽐냈다.


업계 일인자 SK 불법영업도 1위LG 가개통 꼼수, 고자질 하는 KT

방통위도 통신3사에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했다. 18일 오전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징계와 불법’이 반복되는 것을 더는 못 참겠다”, “국가 공권력에 대한 무시다”, “이 사태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등의 격앙된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홍성규 상임위원은 “방통위가 얼마나 우스웠으면 징계한 다음날부터 불법 영업을 강행했냐”며 “철저하게 심판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홍 위원은 “조사기간 동안 신규 가입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서라도 주도사업자를 밝혀 엄중 조치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방통위가 이렇게까지 분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표했다. 지난해 24일 과다 보조금지급으로 통신3사가 순차적 영업정지처분을 받았음에도, 당장 다음날(25일)부터 또다시 불법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돼 방통위는 언짢은 마음을 가감할 길이 없어 보인다.

게다가 LG유플러스는 영업정지 기간 중 명의변경 방식의 일종인 ‘가개통’ 영업을 강행해 경고 조치까지 받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영업정지 첫날인 지난 7일 KT가 LG유플러스를 불법 영업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면위로 드러났다.

‘명의변경 방식’이란 통신사가 신규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타인명의로 임시 개통(가개통)한 뒤 나중에 명의자를 바꾸는 불법영업 방식 중 하나다. 대리점 사장이나 주변 지인들의 이름으로 가입자에게 미리 휴대전화를 개통해 준 후 나중에 실제 가입자 이름으로 바꾸어 개통하여 영업 실적을 올리는 방식이다.

전영만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조사 결과 전국의 LG유플러스 대리점 중 영업 위반 행위는 6곳, 위반 건수는 13건으로 밝혀졌다”며 “위반 행위가 일부 영업점에 국한되고 위반율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 경고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유플러스측은 “KT가 시장윤리에 맞지 않는 함정수사를 진행, 직원을 동원해 무리하게 당사의 대리점에 위반을 종용했다”고 주장하며 불법으로 규정된 13건 중 9건은 개통 전 문제를 발견해 해지조치를 취한 만큼 실제 가개통은 4건에 불과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하며 맞불을 놓았다.

한편 방통위는 이 같은 표본 조사로는 보조금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면적 재조사에 나서기로 마음을 굳혔다. 이계철 위원장은 “이동통신사들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는 의미로 시기를 정해서 재조사하라”고 지시했고, 김충식 부위원장은 “보조금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주식시세표처럼 그날의 보조금 모니터링 그래프를 만들어 감시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 방통위라는 의견도 나온다. 보조금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솜방망이처벌로 방관하며 이동통신사들의 고질병인 불법행위를 체질화시킨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팽배한 것.

지금의 방통위의 행보로 미루어 보아 통신사의 보조금 전쟁을 절대로 근절시키지 못한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가운데, 어떤 조치를 통해 보조금 과열을 막아낼 지 그 해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신3사 대놓고 불법 영업, 방통위 뒤통수에 해골 날린 격
방통위, “내가봤어! 감히 정부를 우습게 보는 거” 분노
소비자, “솜방망이 처벌 일삼더니…품위유지나 하시죠”


징계…그러나 대안은 없었다

방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지난달 말 통신3사에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동시에 병과 하는 용단을 보였지만 불붙은 보조금 경쟁을 막기에는 여전히 힘이 달리는 모양새다.

통신3사 대표들은 영업정지 징계 직전 “불법 보조금을 먼저 지급하는 사업자에 중징계를 내려달라. 가중처벌도 달게 받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징계를 받은 다음날에도 약속이나 한 듯 보조금 과열경쟁을 벌이는 태연함을 보였다.

국내통신 시장의 전쟁은 이미 무한경쟁을 넘어서 난투극에 다다르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업체의 총 가입자의 수는 5,300만 명으로 인구대비 가입자 비율은 1:1.06을 기록, 총 인구수를 넘어서는 기이한 상황에 처해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13년 현재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로, 다른 통신사로 부터 신규가입자를 뺏어오지 않으면 실적에 위협을 받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그만큼 시장 조정자로서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인데 방통위는 과징금 처분을 추가한 것 외에 8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시정안을 내놓았고 과열된 시장의 교통정리는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시장을 한두 달 어떻게 잠잠하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시장을 전체적으로 장기적으로 안정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널뛰는 보조금에 대한 과징금과 영업제한이 아닌 근본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동통신업체 S사의 임원 김모씨는 “이동통신사업의 특성상 천문학적인 설비 투자가 선행된다. 따라서 조 단위 이상에 이르는 설비 투자비를 회수하려면 일정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다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어떤 진흙탕 싸움에도 뛰어들겠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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