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시즌이 되면 임기 말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지난 18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종합면 8면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온갖 논란에서 빗겨갔다. 김영삼, 故 김대중, 故 노무현 대통령 등 1987년 민주화 이후 전임 대통령들은 모두 측근 비리 등으로 뭇매를 맞으며 집권당에서 불명예스런 탈당을 했던 것에 반해 이명박 대통령은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무리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 대통령 사이의 어떠한 커넥션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측근특별사면 논란을 시작으로 셀프 훈장 논란, 택시법 거부와 4대강 문제까지, 새누리당 한 의원은 “차라리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을 내치는 것이 나았을 뻔 했다”며 이 대통령이 안고 있던 악재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형국이라 말하기도 한다. 박 당선인은 현재 MB의 처우를 놓고 고민 중이다.
조현상 기자
북 언론 “동무 감옥 갈 준비나 하시오”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이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이명박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며 ‘정치송장’, ‘감옥 갈 준비’라는 노골적 표현으로 비난했다.
조국통일면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요즘 이명박 역도가 퇴임이후 제 이름을 단 그 무슨 재단이라는 것을 내온다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자기의 집권기간 이루어놓은 주요성과들을 연구하는 것이 재단설립의 주요목적이라고 한다.”며 “이에 대해 청와대패거리들은 이명박이 퇴임 후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지 무척 고민해왔다고 광고하였다. 말하자면 재단설립이 사회에 대한 기여를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바지벗고 장도칼 찬다더니 도저히 격에 맞지 않게 놀아대는 이명박 역도의 처사는 그야말로 꼴불견”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신문은 “도대체 역도가 지난 5년 간 무슨 성과를 거둔 것이 있는가. 사실 이명박의 집권기간처럼 인민들의 원한과 분노가 하늘에 닿고 온 남녘땅이 아비규환의 대수라장으로, 인간생지옥으로 화한적은 없었다.”며 지난 5년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심판을 가했으며 “역도가 몰아온 북남관계파국은 또 얼마나 험악한가. 그 만가지 죄악으로 민심의 심판대에 올라 명줄이 당장 끊어질 가련한 신세에 처한 역도가 퇴임 후 그 무슨 경험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니 그야말로 얼빠진 짓이 아닐 수 없다. 하기는 ‘2MB’ 밖에 안 되는 역도의 저능아적 사고능력이 그런 격에 맞지 않는 궁리를 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데는 십분 이해가 간다.”며 수위 높은 비난을 이어갔다.
특히 “이명박 역도가 아직 제 몸 값은 둘째 치고 코밑에 닥쳐온 비참한 종말의 운명도 깨닫지 못하고 가을 뻐꾸기 같은 수작만 늘어놓고 있으니 이게 정치송장의 망령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강조하며 “남조선인민들은 이미 가증스러운 역도에게 준엄한 판결을 내렸으며 그가 갈 곳이란 감옥밖에 없다. 이명박 역도는 만 사람을 웃기는 망상은 작작 하고 미리 보따리나 싸두는 편이 좋지 않겠는지.”라고 이 대통령이 갈 곳이 재단이 아닌 감옥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잇따른 MB 악재에 박근혜 고민 ‘가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고민은 북 언론이 지적한 대로 ‘MB의 처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당선인과 이 대통령과의 커넥션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선 전부터 줄곧 제기된 의혹이었으나 루머로만 그쳤고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은 당적을 유지한 채 임기를 마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됨으로 해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과 박 당선인과의 끈끈한 연대를 기대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박 당선인의 딜레마가 점입가경에 빠져들고 있다. 정권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발 악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친인척 특별사면 논란에 일명 셀프훈장에 이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과 4대강사업의 총체적 부실 논란 등 핵폭탄급 이슈가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MB가 날뛰고 있다”며 “도무지 그칠 줄을 모른다”고 혀를 내둘렀고 더욱이 “임기 내내 이 대통령 본인에 대해 들끓었던 내곡동 사저 문제나 BBK 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면 그땐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전했다.
또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재집권하는 당으로써 이 대통령을 내치지 못한 것이 화근”이라고 설명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할 때 구정권에 대한 입장 표명이 난처한 박 당선인으로서는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더욱이 ‘조용한 정권 인수’ 기조를 내세운 박 당선인은 구조적으로 연대책임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계속되는 잡음도 끌어안아야 하는 형국이다.
대선을 준비하며 그동안 이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했던 박 당선인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박 당선인의 고민이 가중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2월 정권 인계를 앞두고 처한 총체적 난맥상은 이 대통령의 문제이기도 하며 동시에 박 당선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MB는 오로지 마이웨이, 박근혜의 심중은 물음표
최근 이 대통령 특별사면 검토설과 함께 불거진 친인척, 측근 사면 논란은 여론의 거센 파도를 탔다. 권력형 부패비리혐의로 처벌받은 친근 등을 특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는 주장이 표면 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헌재 사상 유례 없는 부패덩어리로 불리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은 대한민국의 온갖 이슈를 뒤덮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현재로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4대강 부실공사 논란, 정권 말이 되자 감사원이 4대강 사업의 설계 부실과 수질 악화 등 ‘총체적 부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여야는 전면 재검토냐 보안이냐를 놓고 대립하고 있으며 4대강 파문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4대강의 처리의 방법론에 있어서 어느 쪽이든 구정권에서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4대강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으며 결국 박 당선인이 끌어안아야 하는 몫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공세의 표적이 되는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지난 18일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4대강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주범이라면 새누리당은 종범”이라며 “박근혜 당선인도 4대강 사업의 부실 책임을 밝히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을 것인바, 인수위에서도 4대강 사업 책임규명에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입을 닫았고 새누리당 일각에선 여론의 반발을 상쇄시키기 위해 이동흡 후보자, 4대강 논란과 관련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등 ‘측면지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특별사면 논란에 대해서는 박 당선인의 측근 중에선 이혜훈 최고위원이나 김재원 의원 등이 특사 추진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박 당선인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침묵을 지키는 이유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존중하는 것이 박 당선인의 대처로써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할 얘기는 있지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택시법 줄게 내 측근 내놔, MB 막판 저항?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당적 파버릴” 난감한 박근혜 당선인
MB “4대강은 나의 신화다” 정면돌파는 영웅심리 발동한 것

MB의 대반격, 4대강 정면돌파·택시법 거부권
하지만 이러한 박 당선인의 의중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은 임기 1달을 남겨놓고 집권 막판 대반격에 나서는 형국이다. 자신이 추진했던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택시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분명히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감사원의 4대강 부실시공 보고서가 현 정부의 큰 타격을 준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지난 18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정부를 대신해 1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열고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와 관련, “4대강 보는 안전이나 기능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감사원의 발표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고 나섰으며 실제로 이 대통령도 감사원 발표를 보고받고 불편한 내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정부가 나섰다. 국무총리실은 지난 23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는 특정 부처가 아닌 정부 차원의 총체적 대응 기조로 돌아선 것을 뜻했다. 더욱이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의결해 파장은 확대되었다.
소위 대선승리 기념 ‘박근혜의 선물’이라는 꼬리표가 달렸던 택시법을 정부가 반품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재의요구안 최종 서명을 해 국회로 돌려보낸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 대통령 역시 그동안 택시법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온바 있다.
택시법은 여야 의원 222명의 찬성으로 통과된 법안이다. 따라서 국회가 택시법을 재의결할 경우, 청와대와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 같은 청와대의 강수에 대해 “퇴임을 앞두고 밀리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이 대통령의 이러한 저항은 특별사면을 놓고 딜을 제시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새롭게 등장한 권력의 축인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과 관련해 “현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은 인정하겠지만, 자신(박근혜 당선자)의 임기 내 부패 정치인의 사면은 없다”라며 이 대통령의 측근 사면에 대해 우회적인 반대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단 청와대는 설 특별사면에 대해 역대 대통령들이 대선 뒤 특사를 단행한 것은 관례”라는 입장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사면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불과 1개월여, 이 대통령의 선택이 ‘박근혜와의 공존’일지 사라지는 권력으로 ‘사면초가’에 빠질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