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변해야 한다 ① - 적자ㆍ위법ㆍ횡령 코레일은 삼진아웃
공기업 변해야 한다 ① - 적자ㆍ위법ㆍ횡령 코레일은 삼진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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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vs 코레일, 설날 앞두고도 집안싸움 벌여…결국 누워서 침 뱉는 꼴

▲ 국토부 돌직구에 코레일 삼진아웃이제 안녕
                   
KTX 민영화를 둘러싸고 MB정부 내내 사사건건 대립해 온 국토해양부와 코레일이 대립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00억 원대 국고 횡령을 둘러싼 진실 공방,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 논란 등을 두고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검찰수사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이를 중재·조정해야 할 청와대는 태평하게 팔짱을 끼고 있고, 인수위원회도 멀찌감치 물러나 이 사태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코레일 적자구멍으로 혈세가 ‘졸졸’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회초리를 들었다. 국토부는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로부터 작년 말 제출받은 ‘2011년 코레일 경영성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운송사업 등에 대한 부실이 심각해 경영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코레일은 일반철도와 고속철도를 포함한 전체 운송부문 실질적자(정부보조금 제외)에서 2010년보다 207억 원 감소한 8303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부고속철도 2단계가 개통된 것에 따른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적자 개선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어 국토부는 2020년까지 철도시설공단을 포함한 철도 관련 부채가 최소 50조원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일반철도의 적자 부분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KTX의 영업이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2005년 출범 이후 7년 연속 1조 원대를 기록해 부실경영을 여실 없이 드러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철도 적자의 주원인은 인건비로 재작년 코레일 임직원 3만여 명의 인건비 총액이 2010년보다 총 1000억 원이 늘었다”며 “적자 1조원대의 기업이 1인당 평균 인건비는 6700만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코레일 관계자는 “공기업인 만큼 인건비는 항상 정부의 가이드라인 내에 있다”며 “코레일이 배불리기식의 무리한 인건비 인상으로 적자경영을 초래했다는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맞대응했다. 최소인력으로 철도운영 사업을 운영하며 직원들의 야간수당이 증가한 부분이 있지만 이 역시 정부의 근로기준법에 의한 합당한 지급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독점구조를 계속 유지하면 경영 부실이 심화될 것”이라며 “코레일의 정부보조금 사용실태를 조사해 올해 안으로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레일은 일반철도 적자분을 KTX 수익금, 정부보조금, 채권 발행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보조금(PSO)을 지원 받아온 코레일의 공익서비스노선조차 전년 대비 16.8% 증가한 3331억 원의 영업적자를 발생했다. 이는 코레일 출범 후 최대치로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고 2200억 갚을 의지는 있나? 입금속도 2G, 출금속도 LTE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4대강’ 사안을 떠안은 국토부가 최근 코레일 직원 15명을 검찰에 수사의뢰 하며 전사의 사안과는 다른 적극적인 자세를 뽐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국가위탁사업비를 무단으로 이체해 사용하는 등 2,200억 여 원을 횡령했다는 자체감사 결과를 발표, 관련 처장급 등 직원 15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산하기관인 코레일의 비리사실까지 앞장서 밝히고 나선 국토부의 의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군기를 잡기 위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코레일 등 15개 공공기관의 국가위탁사업비 집행 실태를 감사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며 “총 1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76명에 대해 징계 등 문책을 요구했다”고 20일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자는 코레일 직원 15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직원 3명 등으로 알려졌다.

코레일은 지난 2007~2011년 정부로부터 일반철도 유지보수 용도로 9,870억 원을 지급 받아 이 중 8,112억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뒤 5,886억 원만 반납했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국고금을 국가위탁사업인 일반철도 유지보수에 사용해야 함에도 공사자금 등의 명복으로 무단사용 했고, 이 과정에서 2,200억여 원을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일반철도 유지보수의 비용은 위탁사업의 특성상 70%를 코레일이, 30%를 정부가 각각 부담한다.
이 중 사업비와 경비는 사업을 위탁한 정부 계좌에서 100%를 선출금한 뒤 차 후 코레일이  70%에 해당하는 부분을 정부 위탁 계좌로 채워 넣는 게 관행이다. 다른 항목인 인건비는 코레일 계좌에서 100% 지출 한 뒤 국가 부담 몫인 30%를 정부 위탁 계좌에서 코레일 계좌로 이체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은 국가 위탁계좌에서 30%만 출금해야 하는 인건비는 40~60%씩 가져갔고, 반대로 70% 이체해야 하는 사업비ㆍ경비 부분에 대해서는 그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는 “코레일은 국고금을 27차례에 걸쳐 자체계좌로 무단 이체해 사용하고 이를 다시 반납하는 수법으로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체 과정에서 2,000억 여 원의 금액이 공중으로 사라져 오리무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각종 유지보수 사업비, 직원 퇴직금, 상수도 요금을 위해 4725억 원의 국고금을 무단 사용한 사실도 적발 돼 안팎으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국토부 연일 미운 코레일 때리기, ‘국고 2200억 횡령’ 수사 의뢰

‘부실영업’ 핑계로 산하기관 길들이기? 결국 누워서 침 뱉는 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4대강’의 주인공 국토부, 너나잘하세요! 

 

▲ 국토해양부 구본환 철도정책관(좌)과 코레일 한문희 기획조정실장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비리 ‘공론화’의 내막은 ‘민영화’?

코레일은 국토부의 잇따른 발표에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부 사업을 위탁받은 코레일은 정부 위탁 계좌와 코레일 자체 계좌, 이렇게 두 개의 계좌를 가지고 가지고 자금을 유동적으로 운용하는 방침을 이제껏 고수해왔다는 것.

코레일 관계자는 정부 계좌와 코레일 자체 계좌 사이의 사후 이체로 자금을 조정하는 것은 ‘관례’라고 밝혔다. 이어 자금 집행 과정에 문제가 없음을 밝히며 “당장 양쪽 계좌 간 숫자 불일치를 갖고 자잘못을 논하며 횡령이라고 하는 것은 성급한 행정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하지만 과다 이체 부분과 2,226억 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차액은 차후 메워질 것, 이는 관행적으로 처리해왔던 사안이다”고 밝히며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는 못했다.

인건비 등을 국고로 오집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지만 정산중이라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바로 잡힐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금이체 방법에 대해 법 규정이 없음을 지목하며 “지난 2010년까지 사업비 정산 때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가 이제와 문제를 삼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정부가 사업비 정산에 대해 개선을 원한다면 공개적인 방법을 거쳐 입법을 새운 후 “위법이다”, “횡령이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옳지 않냐는 것.적절치 못한 수사의뢰 시점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12월28일 국가위탁사업비 집행실태 감사 결과 및 처분사항을 국토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아직 2010년도 회계를 정산중에 있고 재심청구 기간도 끝나지 않았는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여론을 몰아갔다”고 비난했다.

국토부는 “이의사항이 있다면 1개월 내에 재심을 청구하라”고 주문했고 코레일은 이의신청을 진행 중 이었다는 것. 코레일 관계자는 “추가 사항을 덧붙여 이의 신청하고 감사원 심사청구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코레일의 약점을 대놓고 ‘공론화’ 하는 것을 두고,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힘겨루기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코레일의 부실경영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 국토부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의 지나친 지원금으로 인한 누적적자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산하기간이니까 편의를 봐주자”고 방관하며 국토부의 고질병인 불법행위를 체질화시킨 장본인이라는 지적이 팽배한 것.

국토부와 코레일이 국민적 관심인 사안을 어떻게 해결해 정부 공공사업의 위기국면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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