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인선,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
김용준 총리인선,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총리지명 “인재가 그렇게 없었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했던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이 당초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일정인 20일이 훌쩍 넘긴 가운데 일부 인사들이 박 당선인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총리직을 고사(固辭)하고 있다며 총리 인선에 애를 먹고 있음이 전해지던 가운데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김용준 인수위원장 총리지명이 발표되었다. 발표 직전 박 당선인이 차기 총리로 현 정권의 김황식 국무총리를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집단 멘붕상태에 빠진 정치권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총리 인선에 다시 한번 멘붕을 겪었다. 한 관계자는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라며 난색을 표했다. 박근혜의 남자가 되는 길, 이토록 험난하다.  

조현상 기자

후보자들 총리 제안 고사, 왜?
지난 22일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로 거론되었던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선관위원장 경력 때문에 총리직에 부담을 느끼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이런 말을 했다. “어찌 보면 그게 굉장히 큰 문제다. 저 개인뿐만 아니라 선관위 입장에서도, 당선인 입장에서도 그럴 수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총리 지명에 애를 먹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다.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한 관계자는 “총리 후보 지명은 박 당선인이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오케이를 해줘야 한다”며 “지금 의외로 요청을 받고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후보자로 낙점한 인사들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의외로 시간이 지연되어 애를 먹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원인은 우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본의 아니게 가족들의 사생활이 샅샅이 파헤쳐 진다는 점이 고사의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됐다. 특히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도살장을 방불케 하는 공세로 이 후보자를 코너에 몰아넣은 바 있어 후보자들을 더더욱 위축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이와 관련 한 핵심 관계자는 총리 후보군이 고사하는 이유에 대해 “청문회로 가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도 있고, 개인의 생각도 있기 때문”이라며 “당선인 혼자 생각으로 (총리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현 정부 실세로 거론됐지만 결국 공직 제안을 거절한 한 인사는 “아내가 내가 장관직을 맡는 것에 반대했다”며 “인사청문회를 받으면 그동안 자녀 교육 등과 관련한 전입, 부동산 거래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자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후보자는 이틀간의 청문회 기간동안 딸의 취업, 해외 연수 뿐 아니라 심지어 출근과 관련한 내용까지 해명해야 했다.

또 총리직을 수행할 경우 퇴임 후 상당기간 관련 분야에 취업하지 못하고 사실상 ‘무직’ 상태로 지낼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퇴직 전 3년 내 관여했던 업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유관단체나 민간기업에 퇴직 후 2년간 취업이 금지된다. 문제는 총리의 특성상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분야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재취업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 정부에서 차관급을 지낸 한 인사는 “퇴임 후 취업 제한 때문에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한동안 해외에서 머물다 돌아왔다”며 제도의 허점을 꼬집었다. “한참 활동할 수 있는 나이에 퇴임 후 2년간 취업이 제한된다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해당 인사는 이어 “이미 민간에 나가서 ‘뽕잎’(민간 고액연봉)을 맛 본 사람에게는 다시 ‘솔잎’(공무원 연봉)만 먹으면서 사는 것이 쉽지 않다”며 “총리 후보를 찾는다면 현재 별도의 직책을 맡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찾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결국 언론과 정치권의 예상이 혼선과 혼선을 거듭하는 와중에 뜻밖의 인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지명되었다. 인수위원장 인선에 대해 하마평을 쏟아질 당시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당시 새누리당 김용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꿰찼던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아무도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두 번의 쇼크에 민주통합당 측은 물론 새누리당도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당선인 생각 도무지 알 수 없어
지난 23일 박 당선인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항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여권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회동을 갖고 조직개편안 처리 및 총리·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해 여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애초 행안부가 제시했던 총리 후보자 지명일인 20일을 훌쩍 넘겼음에도 박 당선인은 초초함을 잃지 않고 “대선에서 읽은 민심을 늘 생각하면서 국민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힘을 실어 달라”고 당부했으며 총리 인선 관련 “앞으로 총리와 장관도 발표되고 인사청문회도 열릴텐데 그때도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미국 정부 대표단을 접견한 것을 마지막으로 대외일정을 최소화하며 서울 삼성동 자택에 칩거, 조각작업에 진력을 기울여온 박 당선인은 오랜만에 외부에 나와 오찬회동 직후에는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들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열매’ 기부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5일 정부조직개편, 21일 청와대 조직개편, 22일 정부조직개편 후속조치 발표에 이어 이제 초대 총리 인선이 남은 상황, 일각에서는 총리인선 작업이 역대 정권에 비해 이례적으로 늦어진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박 당선인이 다시 외부 활동을 시작한 것을 이유로 들어 총리인선이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에선 철통보안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주말 이전에 전격적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박 당선인이 일주일만에 대외행보에 나선 것 자체가 조각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실제로 이날 인수위 방문에서 총리 인선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해 총리 인선이 이달 말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도 고개를 들던 차였다.  그동안 중요사안마다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언급했던 점을 감안한다면 박 당선인의 노코멘트는 총리 인선이 당장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발표 직전 김황식 국무총리 유임설 돌기도... 
이러는 와중에 청와대 내부에서 박근혜 정부의 초기 국무총리로 현 정권의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관진 국방부장관의 유임설이 흘러나와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정확히는 24일 박 당선인이 총리 지명자를 발표한 그 날 새벽이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20일을 총리 후보자 지명 시점으로 봤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총리 후보자 지명이 늦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드러난 것이라 더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당시 해당 소식을 전한 청와대 소식통에 의하면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 인사인 김황식 국무총리나 김관진 국방부장관을 차기 총리로 유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하며 이는 당장 시급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와 늦어진 총리 인선으로 차질을 빚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총리 후보자의 국무위원 제청권 행사 등의 일정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일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의 도살장 인사청문회로 한바탕 홍역을 치룬 박 당선인으로서는 인수위의 원활한 정권인수 작업과 총리 인선 작업에 있어 인사청문회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결국 인사 검증 과정을 건너뛰고 정권인수 작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당 소식이 언론을 타자 정치권은 일시에 멘붕상태에 빠졌다. 관련 소식을 접한 한 의원은 “현 정부가 끝나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대두 될 텐데 아무리 허수아비 총리라고 할지라도 이는 결국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의 과오를 짊어지려는 꼴이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현재로서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하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이 가열되면 전직 총리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연 총리에게는 문제가 없는가?’라는 총리에 대한 검증도 함께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박 당선인이 김황식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겠느냐”며 언론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유임이 되었을 시 4대강 논란과 관련, 정부의 정면돌파에서 김황식 국무총리가 전면에 나선 형국이라 4대강 논란 여파에 따라 책임론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곧 이와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잠잠해 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며 “박 당선인의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뒤 “인재풀이 그렇게 없는지... 이는 박 당선인의 한계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또 “국정운영 파탄과 경제침체를 야기한 무능한 정권에 대한 심판은 정치권이 아닌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의 인사를 유임하겠다는 태도는 결국 국민들을 배반하겠다는 뜻이며 이번 인사는 절대 있어서는 안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대착오적 발상은 다른 쪽에서 벌어졌다.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총리 지명되자 정치권은 다시 한 번 멘붕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번 유임설 관련 한 관계자가 “특별사면 논란, 택시법, 4대강 재검토 등 현 정권에 대한 리스크를 박 당선인이 스스로 짊어지겠다고 공식 인정하는 것”이라며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될 일이다”라고 못을 박은 말이 그대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에게 적용되었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인수위원장에서 총리로? 아이고 깜짝이야
차기정부 총리로 김황식 국무총리 유임까지 고려했다는 설도 솔솔
인수위원회에 들어온 사람은 지명 안하기로 한다더니... 
민주당 “김 위원장이 총리 자질을 보여줬었나? 철저하게 검증하겠다”

민주 “철저히 검증하겠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김용준 인수위원장 총리 지명에 대해 “김용준 지명자는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곧바로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책임총리제 도입을 약속해왔다”며 “그런 면에서 그동안 김용준 지명자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공약했던 책임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하며 “책임총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부처 장악 능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과연 김 지명자가 어떤 경험과 능력을 지녔는지도 검증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김 지명자가 책임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해 박근혜의 남자가 되는 길이 험난한 가시밭길임을 시사했다.

멀고먼 길을 돌고 돌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박 당선인의 총리 지명,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용준 지명인에게 도살장으로 비유되었던 이동흡 사태가 재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