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 맞은 지방자치, 제대로 성장했나?
10돌 맞은 지방자치, 제대로 성장했나?
  • 하창현
  • 승인 2005.06.30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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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 본격 시행 후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올 해, 2005년은 완전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1995년 도지사 및 도의원, 시장과 군수, 시 ? 군의원 등 4대 지방선거가 첫 시행된 이후 10년을 맞고 있지만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기대반, 우려반’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각종 비리와 이권에 연루된 단체장과 지방의원은 갈수록 늘어만 가고 이러한 이들의 인맥을 등에 업은 자들의 지역이기주의 또한 더욱 더 팽배해 지역개발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의 중앙예속화 현상은 계속되고 있고 도와 시, 군의 업무협조는 밀착 관계면에서 평행선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도 결코 대과가 없을 것이다. ■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궤적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지방자치는 1949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그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후 1952년 4월 25일 시, 읍, 면의 선거가 실행되고 그 해 5월에는 도의원 선거가 실시돼 최초의 민선 지방의회가 구성됨으로써 지방자치가 본격적인 출발을 하게 된다. 그러나 1952년부터 실시된 지방자치는 1961년 5 ? 16을 일으킨 군사혁명위원회 포고령에 의해 시행 9년만에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러한 지방자치는 1980년대 민주화 물결로 1987년 12월 29일 헌법 개정에서 지방자치 실시에 관한 법률 유보조항이 삭제되었으며 이듬해 4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본격화 되게 된다. 이에 따라 1991년 3월 26일과 6월 20일에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되어 지방자치가 중단된 지 30년만에 지방의회가 재구성된다. 이후 1995년 6월 6월 27일에는 제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어 지방자치제가 전면적으로 부활하게 되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한다. ■ 단체장·지방의원에 대한 주민 관심도 1995년 6 ? 27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은 지방시대의 문을 활짝 열 일꾼을 뽑는데 큰 관심을 보여 당시 제 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각 지방 투표율은, 강원도의 경우 도내 투표율이 무려 74.8%였고, 평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원도의 경우 다음해인 1996년 4월 11일에 실시된 제 15대 국회의원총선거의 투표율 69.3%보다 5.5%나 높게 나온 경우였다. 누가 지방시대를 잘 운영할 일꾼으로 적합한지, 누가 지방시대를 잘 달리게 할 수 있는 지, 누가 동력원을 제일 잘 조달할 것인지 등 높은 관심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은 불과 3년만에 떨어지고 만다. 1998년 6월 4일 실시된 제 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은 64.3%로 제 1회 지방선거보다 무려 10.5%나 감소했다. 더구나 지난 2002년 6월 13일에 실시된 제 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율은 15.8%나 낮아진 59%였다. 이는 2000년 실시된 제 16대 국회의원 총선거 62.9%와 2002년 실시된 제 16대 대통령 선거의 68.4%와 비교해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라 할 수 있다. ■ 지방자치의 긍정적 평가 하지만 지난 10년간의 지방자치는 이러한 주민들의 무관심, 혹은 기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그 뿌리를 내려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민에 대한 지방행정 대응성과 책임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실정이고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가장 큰 진전을 보인 것은 행정의 공개화와 그에 따른 투명한 행정이라 보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주민들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감시활동이 강화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공무원, 주민 등이 함께 힘을 모아 지역의 미래상을 설정하고 함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노력은 지방자치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대부분의 지역단체들이 도입한 주민 옴부즈만 제도나 정책실명제, 재정 운영과 공개에 관한 조례 제정 등 공개행정의 시도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부산의 교육혁신 사례와 자치단체별 지역산업 상품화 등은 두드러진 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단체장들이 직접 지역 홍보와 해외시장 개척활동을 벌이고, 이 과정에 시민, 사회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은 관선 시절에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단히 발전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지자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지방자치제도의 어두운 그늘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지난 해 말 지역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김일동 삼척시장을 구속한 바 있다. 도내 자치단체장이 비리와 연루된 것은 10년 동안 6번이나 된다. 이는 지방자치가 처음 출발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으로 자치단체장의 권한 집중에 따른 전횡과 비리가 현실화 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자치단체장의 불합리한 인사운영으로 지방공무원들의 안정성과 중립성이 크게 약화되었고, 일부 시, 군의 경우 수시로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친소에 따른 일부 공무원들의 부침이 명확하게 드러나 공직사회의 위계질서와 단합이 흔들리기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어려운 지방재정에서도 선심성, 전시성 행정이 판치고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제와 단속업무의 소홀, 행정기강 해이, 지역이기주의 심화 등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로 지적이 되고 있다. 난제는 또 있다. 꼭 10년 전 민선 지방자치제 선거가 실시되면서 가장 우려됐던 것은 다름 아닌 ‘갈등’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지방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의 골이 중층적으로 깊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한국호가 나아가는 방향이 왜곡되거나 그 속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제도 자체의 운영 미숙,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해관계, 표심을 의식한 의욕뿐인 사업의 발호에 따른 사회 전반적인 갈등 양상이야말로 우리 지방자치제가 극복해야 할 도전이다. ■ 중앙과 지방의 주도권 다툼 지자제 부활 후 10년을 되돌아보면 서울지하철 방화 사고로 불거진 지하철 분담금 다툼과 같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 지방정부 간의 이익을 둘러싼 싸움은 끊이지 않았고 이로 인한 예산과 행정력의 낭비 사례는 나열하기 조차 힘들 정도다. 행자부에 따르면 95년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공식적인 분쟁 건수는 106건. 이는 지자체가 스스로 갈등상황이라 판단하고 정부에 건의한 건수이기 때문에 실제 분쟁 경우보다는 크게 축소된 수치다. 중앙과 지방의 ‘자치권’을 둘러싼 갈등의 대표적인 모습은 최근 감사원의 전국 250개 지자체에 대한 일제감사 추진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지방의 반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몇몇 지자체들은 감사원의 행정감사에 대해 거부 움직임을 보인 것은 물론, 전국시장ㆍ군수협의회 소속 234개 기초자치단체들은 감사원 감사가 헌법이 보장한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며 최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까지 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대책을 “군청 수준”이라고 질책하면서 독자적 부동산대책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며 중앙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를 놓고 정부는 “동장 수준의 발언” 이라고 따지고 들었으며, 이 시장은 다시 정부 정책이 “강남 아줌마들보다 못하다”고 대응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식으로 따지고 독자적인 정책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것은 다분히 월권행위로 보여진다” 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러한 말싸움의 근원은 사실 중앙과 지방간의 역할 분담이 올바르게 구획 정리되지 못한데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시내 국지적인 재개발에 대한 밑그림을 짜고 이를 실행하는 주체는 지방정부인 서울시이지만 이를 규제하는 부동산정책의 큰 틀은 건설교통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 지자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정부의 재산세 인상 방침에 반기를 든 재산세율 인하 도미노, 빈민 인구의 유입을 꺼리며 정부의 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정책에 맞서는 경기도 지자체들, 종합부동산세를 국세로 정하자 지방세원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는 서울시 등 중앙 대 지방의 싸움은 끝이 없다. ■ 역할분담 혼선이 갈등 불러 지자체 간의 갈등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경기도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수도권 신ㆍ증설 허용 문제로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5월7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서 “정부가 첨단산업 문제를 해결할 뜻이 없다” 며 회의 도중 퇴장해버렸다. 이 일은 정부가 외국투자기업의 수도권 신ㆍ증설 허용기간 연장을 위한 시행령을 개정키로 해 봉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가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수도권과 비수도권 광역단체간에는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또한 경기 용인시의 죽전-분당간, 이른바 ‘7㎙ 도로’ 분쟁은 지자체 간 갈등의 대표적 사례. 한국토지공사와 용인시는 지난해 6월 용인 죽전지구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용인시 죽전동-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간 왕복 6차선도로 연결공사를 벌이다 성남시와 분당 주민들의 육탄저지에 밀려 공사를 중단했다. 토공과 용인시는 연결공사가 죽전지구 개발계획과 수도권남부 교통개선대책에서 기정사실화됐던 사업이라고 주장했지만, 성남시와 주민들은 2007년 수도권 광역교통망 완료 이전에 도로가 접속되면 내부 가로망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며 맞섰다. 토공과 성남시, 구미동 주민간에 고소ㆍ고발전과 항의집회가 이어졌고 건설교통부와 경기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양측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7㎙도로 분쟁은 경찰력을 동원해 농성 중이던 구미동 주민들을 해산시키는 방식으로 마무리돼 서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 합리적 갈등 조정 절실 지역 여론이 중앙정부와 맞설 때 국가 강제력을 동원하더라도 사태 해결은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방사성폐기물처리장 건립을 둘러싼 부안사태에서 확인됐다. 갈등의 조정은 우리 지방자치제의 가장 큰 숙제다. 표를 먹고 사는 선거직인 단체장들이 중앙이나 다른 지자체와 이해다툼이 있을 때 국익보다 지역여론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필연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역여론을 올바로 읽고 합의를 끌어내는 갈등 해결의 과정과 노력이 지방자치제도를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자치단체별 이해관계에 따른 국책사업의 차질을 막기 위해서는 계획단계에서부터 관련 자치단체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정협의회 운영을 의무화해 사전에 마찰의 소지를 없애고, 부득이하게 마찰이 발생했을 때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민간 전문가들에게 강제조정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주희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옳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를 양해하고 보살피는 자세가 앞서야 한다”며 “갈등의 근원을 파악하고, 어떤 정책으로 손해를 보는 지자체에는 그것을 보상하고 지원하는 합리적 갈등 해결 방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가장 시급한, 지방자치제 난제 해결 위한 로드맵 정부는 이와 같은 지방자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방분권특별법에 따라 지방분권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중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사업추진과 방만한 재정운영 등을 감시하기 위한 주민소송제도와 주민소환제 도입이다. 주민 참정권 확대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으로 지방행정 위축과 정치적 목적 악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극적 분권추진에 따른 미흡한 자치권을 보완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권한의 지방 대폭 이양과 경찰 교육 등이 포함되는 완전지방자치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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