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듣는 초등생에게 살충제 살포 말썽
말 안 듣는 초등생에게 살충제 살포 말썽
  • 마연옥
  • 승인 2005.07.01 0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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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만도 못한 XX"라는 인격모독적인 욕설과 함께 전신에 뿌려
살충제를 뿌려서라도 아이들은 교육 시키겠다? 무슨 얘기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인체에 유해한 살충제와 교육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되물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업 중에 살충제를 뿌리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달 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 소재한 모초등학교에서 미술전담교사가 수업도중 “수업을 안듣고 떠든다”며 학생들에게 살충제를 뿌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군다나 문제의 교사는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윽박지르거나 체벌을 가해, 몇 차례에 걸쳐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과 지도라는 명분아래 행해지는 교사의 폭력과 체벌이 문제시 되고 교원평가제를 실시해야 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날 6학년 미술수업을 하던 중, 학생들이 떠들며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자 담당교사인 J교사는 여학생 1명을 비롯해 4명의 학생들을 앞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교단 앞으로 불러나온 학생들에게 '벌레만도 못한 XX'라는 욕설을 퍼부으며 교실에 놓여져 있던 바퀴벌레 약을 학생들에게 살포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날 “수업태도가 그렇게 불손하지 않았으며 단지 지우개를 빌려달라는 정도의 수준이었는데도 선생님이 과도하게 화를 냈다”고 하면서 “아이들을 세워놓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바퀴벌레약을 무차별적으로 뿌려 교실 안에 약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이에 학교측은 “아이들이 수업중에 집중을 하지 않아 애를 먹던 교사가 교육적인 차원에서 하반신 아래 쪽으로 뿌린 것으로 안다”며 “뿌린 살충제 양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살충제에는 ‘퍼메트린’이 함유되어 성장장애 및 생식기능 저하 우려 그러나 문제는 살충제에는 ‘환경호르몬’으로 알려진 ‘퍼메트린’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는 특히 유해하다는 보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도 학생들의 신체에 직접 살포했다는 점이다. 일본 후생성과 세계야생보호기금(WWF)은 ‘퍼메트린’을 ‘농약류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서 내분비계 장애물질이란 내분비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물질로서 환경 중 배출된 물질이 체내에 유입되어 마치 호르몬처럼 작용해 인간의 생식기능 저하와, 암수변화 성장장애, 발생장애, 암 등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생태계를 위협하고 모든 생물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어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퍼메트린’은 가정용 살충제 등에 포함된 유해물질로 피부염, 안구통증, 소화기계 자극 등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에게는 가능하면 노출되지 않게 주의해야 된다고 전했다. 또한 아무리 작은 양을 살포했다고는 하나 아이에 따라 심하게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 자아존중감이 낮아져 비교육적이라는 지적도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학생들의 입을 통해 즉시 학부모들에게 알려졌으며 살충제 체벌을 받은 일부 학생은 두통을 호소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은 학교로 방문해 이를 항의, J교사의 사과를 받아낸 다음 지난 달 7일에는 학부모대표와 어머니회, 학교장간의 간담회를 통해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고 문제의 교사를 제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방으로 전근시키기로 하고 가까스로 합의하고 일단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파만파로 사태가 확산돼 나갈 조짐을 보이자 서귀포교육청은 지난 29일자로 J교사에게 직위해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문제교사에 대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인 김모씨는 ‘도저히 상식적인 사고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아이들이 이런 교사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겠느냐’며 비난했다. 사실 교사의 폭력은 학생들의 폭력을 조장할 수도 있는 가장 비교육적인 행동일 수 있다고 한다. 설사 우발적인 교사폭력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 입장에서는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또다른 폭력으로 확대재생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교사의 폭력이 묵인되는 것은 평소 교단의 분위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고 했다. 또 체벌을 가하는 것이 아무리 교육적인 이유로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불만을 갖고 반발심을 품게 된다면 이는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을 해도 결코 폭력이지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의 공통적인 정서는 자아존중감이 낮다고 한다. 때문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아통제를 못하며 불안과 낙담, 심하면 우울증상으로 인해 자살시도까지 벌인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폭력은 공포를 조장하며 자아존중감에 상처를 주며 또다른 폭력을 학습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자유의지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파괴도구가 되기까지 한다고 한다. -해충에게 뿌리는 약을 아이들에게 살포했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행동 한편 이문제가 알려지면서 인터넷 사이트에는 해당교사와 함께 ‘타 지역 전근’으로 이 문제를 수습하려던 교육당국에 비난의 화살이 잇따랐다. 시민들 대다수가 “수업도중 교사의 말을 안 듣고 떠드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체벌을 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충에게 뿌리는 약을 뿌렸다는 것은 도저히 해서는 안될 상식이하의 행위”라면서 “해당교사가 어떤 생각으로 살충제를 뿌렸는지는 몰라도 그 어린 학생들이 마음에 입은 상처를 생각한다면 이는 퇴출감”이라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원평가 문제를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제기됐다. 한 네티즌은 “문제는 이런 부적격 교사들이 학교마다 최소 세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까지도 된다는 데 있다”면서 “교원평가를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학부모 단체들이 사례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공적 자문기관을 설립해 부적격 교사를 가려낼 수 있는 합리적인 개선책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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