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女, 나라가 내게 이런 일을 시켰다?
국정원女, 나라가 내게 이런 일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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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국정원 여직원의 진실, 경찰은폐의혹까지

 

대선 전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8월28일부터 대선 전까지 정치적 성향의 글을 게시한 것이 사실로 들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경찰이 대선이나 정치, 시사와 관련한 내용은 아니라고 발표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린 것을 맞다”면서도 “18대 대선과 관련된 것인지는 수사를 해야 한다”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고 국정원 관계자는 “김씨는 문재인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없고 그가 올린 글은 인터넷상의 정상적 대북심리전 활동 과정에서 작성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현상 기자

국정원女, 대선 전 정치적 글 썼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31일 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가 ‘오늘의 유머’에 91건, 중고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총 29건의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들 사이트에 북한 관련 비판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옹호하거나 지지, 야당 국회의원과 후보자 비판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김씨가 올린 정치 관련 댓글과 게시글을 없었다”며 “한 곳의 사이트에서 200건이 넘는 타인의 선거 관련 글에 추천·반대 의사표시를 했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조사발표에서 김씨가 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등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90차례 이상 직접 쓴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그 동안 게시글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경찰과 국정원의 태도가 덩달아 도마 위에 오른 형국이다. 국정원은 그동안 “김씨가 게시판에 직접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설명해왔고, 경찰 역시 앞서 밝힌대로 “김씨가 쓴 글이 있으나 대선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김씨의 온라인 활동이 정면배치됨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8월28일부터 12월11일까지 총 11개의 아이디로 모두 91건의 게시글을 작성했고, 그와 중에 다른 사람이 쓴 228개의 글에 244회에 걸쳐 찬반 표시를 했다. 김씨가 작성한 게시글은 주로 정치·사회 쟁점을 다루면서 정부·여당을 일방적으로 편들거나 야당 및 야당 대통령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하겠다”고 주장하자 김씨는 오유에 “신변안전 보장 강화에 대한 약속이 없으면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너무도 당연한 거 아닌가? 금강산 한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목숨 걸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글을 올렸으며 지난 대선기간 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우리 정부를 ‘남쪽 정부’로 부른 것에 대해 “어제 (대선)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라며 ‘남쪽 정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밖에도 김씨는 여러 개의 아이디로 “김영환 고문사건 진상규명 촉구 결의안에 반대가 4표나 있었다.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는 국회의원이 정상이냐?” 등 야당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글과 “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자그만치 48번째 해외순방이라는 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 정말 대단한 거 같다”이라며 ‘48번째 해외순방? 진짜 대단한 듯’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및 정부를 칭송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씨는 또 11월 30일 ‘해군기지 뭐 어쩌자는 거지?’라는 글에서는 “해군기지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결국 예결위에서 처리가 보류됐다고 한다. 정말 어이가 없다. 사업 시작한 지가 벌써 몇년이다…”라는 내용으로 예산안 처리를 보류한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박정희’,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이 등장하는 대선 관련 글에 표시한 100차례의 찬반 중 96차례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찬반을 표시한 것으로 드러나 김씨가 고의적으로 댓글과 찬반표시를 해왔음이 분명해졌다.

경찰, 말 바꾸기 벌써 4번째
경찰은 현재 국가정보원 여직원 김씨의 대선 개입의혹을 수사하면서 김씨가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인터넷 글을 수십건 올린 것을 알고도 숨겨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글에서 대선을 키워드로 한 내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그동안 김씨가 인터넷 게시글에 찬반 표시를 한 것과 사적인 글을 올린 것 외에 대선 관련 글을 쓴 것은 없었다고 밝혀왔지만 TV토론회 직후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만 조사하고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이 없다며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빚었던 것과 더불어 경찰 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이광석 수서경찰서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씨가 특정 사이트 2곳에서 글을 올린 흔적은 있었지만 대선이나 정치, 시사와 관련한 내용은 아니라고 밝힌 것에 대해 언론이 김씨가 야당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고 지난 31일 보도하자 그제야 경찰은 김씨가 주로 4대강이나 해군기지 건설 등 주요 사회 이슈와 관련해 78건의 글을 올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을 바꿨지만 이미 지난 4일에도 구글링을 통해 김씨가 올린 글의 내용을 이미 파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경찰이 한 달 반이 넘는 수사기간 동안 말을 바꾼 횟수는 무려 3번, 지난 16일 3차 대선 TV토론 직후 “국정원女 댓글 작성 없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경찰은 당시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TV토론 직후 내보낸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국정원女 댓글 작성 없다 확답 못한다”는 발언을 해 ‘말바꾸기’ 논란의 주범이 되었다. 당시 경찰은 대선 3차 TV토론이 끝난 직후인 지난 16일 오후 10시 30분쯤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직원 김모씨(28·여)의 하드디스크에서 수십개의 아이디 사용 흔적을 발견했지만 대선후보 관련 댓글 작성은 일체 없었다는 것.
이는 수사가 일주일 정도 걸릴 것이라는 경찰 측 예상과는 다르게 3일 만에 이뤄진 부분이라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표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12월 17일 다시 한 번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하며 “데이터 덮어쓰기가 된 부분 등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는 애매한 태도를 취해 대선 전 성급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는 비판과 함께 ‘말바꾸기’ 논란에도 휩싸였다.

당시 경찰은 “김씨가 올해 9월부터 40여개의 ID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기록은 있지만 민주당이 고발한 내용대로 댓글을 작성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밝히며 “덮어쓰기 된 데이터의 경우 복구가 힘든 경우도 있어 댓글 작성이 있었을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국제적으로 쓰이는 복구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 댓글 작성 가능성은 희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오피스텔 문을 걸어잠근 채 경찰과 대치하던 지난 11일부터 13일 사이 노트북에서 일부 데이터가 삭제된 흔적이 있다”고 발표했다가 “삭제 흔적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변을 번복하는 등 수많은 논란의 여지를 만들어 두며 사태 파악에 혼선을 준 바 있다. 
당시 성급한 중간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경찰은 사인의 중대성과 국민들의 관심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하드디스크 조사를 끝내고 수사내용을 발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달 초에도 경찰은 “김씨가 올린 글도 있지만 대선과 직접 관련된 게 아닌 사적인 내용이었다”로 말을 바꿨다. 이번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경찰은 김씨가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에는 비판적인 글을 올린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다가 한 달 만에 뒤늦게 시인했다.

일전 경찰이 김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조사해 보았지만 대선과 관련된 어떠한 댓글의 흔적도 없다는 내용의 중각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 민주당 등에서는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 하에 경찰이 부실한 수사결과를 성급히 발표,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잇따랐고 컴퓨터 전문가들도 “하드디스크 분석만으로 글의 흔적을 살피는 건 빈 껍질에서 알맹이를 찾는 것”이라며 경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한 바 있다.

국정원 역시 그 동안 정상적인 업무 가운데 하나라며 반발을 해왔다. 김씨는 국정원 3차장 산하 대북심리전단 소속 요원으로 알려졌으며 종북단체의 정보를 수집하고 활동을 감시하는 게 주된 업무로 지난 25일 3차 소환 조사에서도 “일부러 그런 글을 올려 반응을 살피는 게 내 업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민감한 정치 사안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해 댓글 등 반응을 보는 것도 넓은 의미의 대북심리전이며 대선에 개입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선 관련 키워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어도 그와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김씨가 올린 글의 성격이 선거개입인지 국정원 업무 차원에서의 활동이었는지가 이번 수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를 불법 선거운동 정황으로 보고 공직선거법이나 국정원법 적용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녀 “MB는 진짜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스타일” MB칭송도
100개의 찬반표시 중 96개가 박근혜 편들기
경찰, 한 달 반 동안 말 바꾸기만 벌써 4번째
민주당은 강력지탄, 민주당 비판하던 새누리당은 침묵

 

민주당 “국정원 심리전단, 도대체 뭐하는 곳?” 
새누리당은 “...”
이번 주 최종수사결과가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민주통합당은 경찰이 대선 당시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이 정치 관련 글을 수십 차례 올린 흔적을 찾아내자 “국정원 심리전단의 주요 업무와 규모를 밝히라”고 압박에 들어갔다.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국정원 3차장 산하의 심리전단 요원인 김 씨가 개인적 의사를 표현했다는 주장, 국정원 심리단의 활동이 대북 첩보사업에 국한됐다는 주장도 거짓임이 밝혀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 원내수석대표는 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이상 이 사건은 국기 문란사건”이라며 “국정원 뿐만 아니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경찰도 엄중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오전 브리핑에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국정원 직원 김 씨는 대선 불법개입을 통해 민심호도 행위를 한 것이고 국정원은 이를 조직적으로 지시했거나 불법사실을 알면서 방조·비호해 온 것”이라며 “국정원이 법으로 금지한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것이자 중요 국가기관과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또 “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고 수사당국이 제대로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대선개입, 불법정치공작을 수행한 것을 확인되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책임추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의 사건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면서 “관련보도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국정원의 불법정치공작 의혹에 대해 덮어놓고 비호에 나섰던 새누리당과 박근혜 당선인도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당시 불법점거 및 감금 등을 이유로 민주당을 강력히 지탄했던 새누리당은 입을 굳게 닫고 침묵하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 심재철 선거공작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수서경찰서를 방문해 국정원 여직원을 불법감금한 혐의로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해 고발장을 접수했으며 김태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장과 단원들도 이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 감금 사건 등 민주통합당과 문 후보측의 여성인권 유린을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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