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대로' 된 이건희…유산도 상속, 분쟁도 상속?
'말하는대로' 된 이건희…유산도 상속, 분쟁도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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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상속 소송 공판에서 법원이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삼성 측 소송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왼쪽)와 이맹희 측 차동언 변호사가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서창원 부장판사)가 이맹희씨 등이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일부 청구를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했다는 속보가 떴다. 이어 이맹희 전 회장 측 소송대리인인 차동언 변호사의 고개를 떨군 모습과 이건희 회장 측 소송대리인인 윤재윤 변호사의 웃음을 머금은 표정이 일제히 보도되며 양측의 희비를 극명히 드러냈다. 25년을 끌어온 상속분쟁의 공판에 승소한 삼성 변호인은 4조849억원의 가치가 걸린 미소를 지으며 승자의 위용을 뽐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25년 끌어온 형제의 난 종지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보유재산이 11조원이나 있는 재벌들이 4조원을 더 갖겠다고 형제간에 난투극이나 벌인 것에 대해 “그놈이 그놈이지만…역시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라고 혀를 찼다.

 

상속재산 인정되나 제척기간 지나 각하, 나머지 부분은 증거부족 기각
‘바라는대로’ 된 이건희…문턱조차 못 넘은 이맹희 “패배 예상치 못했다”
본때 보여준다더니 ‘퇴출본보기’ 보여줘,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데…
 

12명 서울대 브레인의 법정싸움
법위에 군림하는 삼성? 결과는 완승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이건희씨(71)와 이맹희씨(82) 등 형제들이 벌인 상속소송 결과 삼성측이 승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4일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17만7천732주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21만5천54주 ▲삼성전자 보통주 79만8천191주와 우선주 4천403주 ▲이 회장의 이익배당금과 주식매도 대금 3천51억여 원에 대한 청구를 각하했다. 각하 판결은 원고에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소의 성립조차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또 이 회장의 삼성생명 주식 1천334만476주와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주식 1천353만6천955주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각각 기각했다. 기각 판결은 소의 형식적인 요건은 갖추었으나 원고가 청구하는 내용이 옳지 않다는 의미로 패소가 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을 상대로 한 청구에 대해 “상속재산으로 인정되는 삼성생명 50만주 중 각하한 부분은 법률적 권리행사 기간(제척기간)인 10년이 경과돼 부적법하고, 나머지 주식과 배당금은 상속재산으로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상속인들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기각했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이맹희 측은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판결이 수긍되지 않는다”며 “사법부 판단을 가벼이 생각지 않고 겸손히 받아들이지만 항소하게 되면 더 열심히 연구 보완하겠다”고 밝히며 항소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법조계 전문가는 이맹희 측이 항소의 과정에서 제척기간의 기산점을 당기기 위해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의 제척기간은 ‘상속권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상속권의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다. 이건희씨측은 “이병철 회장이 사망한 1987년에 상속이 이뤄져 이미 10년이 지났고, 이 전 회장 측이 삼성 특검 수사결과가 발표된 2008년에 상속권 침해행위를 인지했다 하더라도 이 역시 3년이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이맹희씨 측은 “삼성 측이 보내온 ‘상속재산 분할 소명자료’를 본 2011년 6월이 인지 시점”이라고 반박했다.

따라서 제척기간이 지났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사실상 이건희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결심에서 이 회장 측 대리인은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건희 회장 측 변호인단은 국내 최대의 금융권 로펌 1위인 법무법인 ‘세종’을 비롯해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 변호인 6명으로 이뤄진 일명 ‘올스타군단’이라고 불린다.

변호인단으로는 ▲강용현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전 서울지법 부장판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윤재윤 -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전 춘천지법 법원장) ▲유선영 - 법무법인 원 변호사 (방송평가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전문위원) ▲오종한 -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전 교보증권 사외이사, 전 사법연수원 교수) ▲권순익 -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전 서울지법 판사) ▲홍용호 - 법무법인 원 변호사 (전 서울지법 판사, 대한변호사협회 국제위원회 위원) 등이다. 사법 연수원 10기인 강용현 변호사부터 24기인 홍용호 변호사까지, 이건희 회장이 특별히 엄선해 ‘올스타팀’을 꾸렸다는 후문이다.


 
‘건희건희’ 부른 죄, 이맹희 4조원 패소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우뚝 서 있지만 형제간의 상속 다툼으로 소송까지 벌이는 ‘막장집안’이라는 오명 또한 존재한다.

삼성家 대표선수 ‘이건희’ VS CJ家 대표선수 ‘이맹희’ 구도의 ‘형제의 난’은 재벌구도의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뉴스의 발원지가 되었다. 삼성과 CJ의 대립은 故 이병철 선대 회장 장자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해 온 선대회장의 주식 중 상속분을 달라며 2011년 4월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에 이건희 회장이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며 거침없는 ‘막말발언’을 해 갈등이 더욱 확산됐다. 이건희 회장의 ‘막말발언’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어록 중에 어록’으로 평가받는다.

상속재산 소송이 시작되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며 형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특히 이맹희씨가 “최근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해 몹시 당황했다. 앞으로 삼성을 누가 이끌어 갈지 걱정된다”고 말하자 “이맹희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라고 할 상대가 아니다. 바로 내 얼굴도 못 쳐다봤던 양반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하며 평가절하했다.
이어 이맹희 씨에 대해 “우리 집에서 퇴출당한 양반이다.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말하지만 나를 포함해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후계자임을 못 박았다.

또 이병철 선대 회장의 둘째 딸 이숙희씨는 25년간 동생 이건희 회장이 숨겨왔던 자신의 재산을 되찾겠다며 소송을 걸었다. 이숙희씨는 동생인 이건희 회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나는 이건희 회장 소유한 차명주식의 존재도 몰랐기 때문에 차명주식에 대해 일체 합의해준 바가 없다”고 밝히며 소송에 합류해 이맹희씨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 이건희씨는 누나인 이숙희씨가 구인회 LG 창업주 셋째 아들인 구자학 회장과 결혼하며 친정인 삼성과 전자산업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점을 들며 “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눈 밖에 난 딸”이라고 독설했다.

당시 이건희씨는 “아버지가 숙희를 두고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네가 금성으로 시집을 가 삼성을 견제하기 시작했으니 삼성의 주식은 한 장도 줄수없다’고 몇 년 전 얘기했다”며 “그걸로 끝난 일”이라고 반박했다.


제삿날도 형제간 다툼, 퇴출당한 집안은 후문으로…

재산상속 분쟁으로 신경전이 한창인 삼성과 CJ의 갈등은 또 다른 양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22일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열린 삼성 창업주 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추모식 준비과정에서 장소출입과 추도방식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맹희 제일비료 전 회장의 상속분쟁으로 깊어진 골은 결국 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추모식 참가를 두고 수면위로 드러났고, 그 결과 장손의 할아버지 묘소 참배를 가로막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덕분에 이날 추모식은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뉴스의 발원지가 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4년 동안은, 故 이병철 회장의 추모식에 범(汎) 삼성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대외적으로 화목한 가족행사 분위기를 연출해왔다.

그러나 추모식 행사 주관자인 삼성 호암재단이 CJ측에 ▲통상 진행해 왔던 가족행사는 진행하지 않음 ▲오전 10시 30분~오후 1시 삼성그룹 참배 ▲타 그룹 오후 1시 이후 참배 ▲정문 출입 불가 ▲선영 내 한옥(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 사용 불가를 통보하면서 갈등이 점화되었다.

삼성 호암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삼성가의 장손으로 자부심이 대단한 이재현 회장은 매우 불쾌해했고, 결국 당초 어머니 손복남 고문과 함께 오후 2시에 선영을 찾을 계획이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CJ그룹 관계자는 삼성이 호암미술관의 정문 출입과 이 선대회장의 생전 가옥인 ‘영빈관’ 사용을 끝내 허락지 않았음을 지목하며 “가족 간 사전 조율없이 24년간 사용하던 길목을 갑작스럽게 바꾼 삼성의 일방적인 통보는 선대 회장의 업적과 뜻을 기리자는 추모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성토했다.

성균관 관계자는 생전 성균관 직함을 가졌을 만큼 유교정신을 중시했던 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예의 정신이 자식들로 인해 퇴색되고 있다며 “지난해 제사는 유교법의 기준으로 보자면 제사라고 말할 수 조차 없다. 가장 중요한 조상에 대한 효와 공경 그리고 가족들간의 화목이 빠진 채 싸움만 일삼은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고 강하게 비난했었다.

 

 
‘형제의 난’도 대물림 될 수 있다?

옛말에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이건희 회장의 가장 큰 숙제인 삼성 3세 경영진들의 후계구도가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을까? 25년 동안 끌어온 상속분쟁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것이 경영 3세들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미지수인 상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3월, 삼성전자의 대표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신임임원 만찬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뜻깊은 삼성의 신경영 20주년을 맡아 더욱 그룹 발전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당부를 전했고, 이날 만찬으로 이 부회장이 승진 이후 신임 임원들과의 첫 공식 행보를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올 3월로 예정된 삼성 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으로 이건희 회장 자녀 3남매의 서열이 확연해진 듯하지만, 경영책임을 지는 ‘등기이사’ 기준으로는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2010년 이재용 부회장과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한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승진 인사에서 제외됐지만 주주총회에서 호텔신라의 대표이사를 맡았기 때문. 주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에 참여할 법적 권한이 주어지며 이에 대한 책임도 가지는 ‘등기이사’직은 삼성 총수 일가 중 이부진 사장이 유일하다.

‘리틀 이건희’로도 불리는 이부진 호텔신라사장은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년 전 2만원 수준이었던 호텔신라 주가는 지난해 초 14% 이상 뛰어 올라 최근 4만선에 안착했다. 재계 전문가들은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사장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천공항 신라 면세점에 루이비통 입점을 성공시키는 등 CEO로서의 추진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시무식에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의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들어서는 등 이 회장이 이부진 대표를 공식석상에 동행하는 자리가 부쩍 늘고 있다. 이는 이 회장이 큰딸의 경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건희 회장의 이런 ‘큰딸 사랑’으로 신라호텔은 전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면세점에 루이비통을 유치하는데 성공했고 그 배경에는 이건희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아들의 영훈국제중 합격 건이 도덕적 논란을 빚어 요즘 곤욕을 치르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삼성의 사회적 문제들로 국민들의 ‘반감’이 팽배하던 차에 이번 ‘사회적 배려자’ 논란이 다시금 삼성家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영훈중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입학을 진행했고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지만 전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것임을 뻔히 알면서도 ‘악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은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을 발판으로 명실상부한 ‘2인자’ 자리를 꾀 차려 했던 이 부회장의 위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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