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 협력체제 돌입
세계 브라운관의 양대 산맥인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가 적에서 동지가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슬림 브라운관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단계에서부터 일부 규격 통일과 부품 공유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 적에서 동지로...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그동안 경쟁 체제 하에서 CRT 세계시장 점유율이 각각 30%로 세계 1, 2위를 다투었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공동 브라운관 개발 및 부품 공용화에 대해 합의한 적이 있지만 32인치 슬림 브라운관 개발 시점 발표를 두고 서로 입장의 차이를 보여 관계가 나빠진 적도 있다.
그러나 삼성SDI 측과 LG필립스디스플레이 측은 서로 공조 의사를 계속 표시해 왔으며 LCD 진영이 가격을 낮추며 시장 진입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지 이에 위협을 느껴 다시 공조하게 된 것이다.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자사가 개발한 21인치 슬림 브라운관의 후면 유리를 삼성SDI에 제공하며 협력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초슬림 브라운관 개발에도 공조를 하고 있는데 32인치 초슬림 브라운관은 삼성SDI는 틴트 유리를 사용했고, LG필립스디스플레이는 클리어 타입의 유리를 사용했었다.
그러나 29인치 부문에서는 대부분의 스펙을 공용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21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부문에서 보다 앞선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설계기술을 적용한 후면 유리를 한국전기초자로부터 공급받기로 했으며 두 회사는 17인치 모니터용 브라운관의 경우 올해 말까지 부품의 규격을 통일시키기로 했다.
이와 함께 연내 양산을 목표로 개발중인 29인치 슬림형 브라운관 제품에 대해서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개발 규격 및 부품을 공유하기로 하는 한편, 나머지 제품에 대해서도 상당 부문 부품을 공유하기로 합의를 봤다.
부품 공유의 장점은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규격을 통일하게 되면 세트 업체와 일일이 협상해야 하는 수고를 줄일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또한 개발 시기를 단축시키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LCD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삼성SDI는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 브라운관 시장 1위를 차지해왔으나 2001년 LG필립스디스플레이의 출범 이후 2년 연속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렇듯 브라운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 관계에 있던 양사가 협력한 것은 사양산업의 길로 가고 있던 브라운관 업계가 슬림 브라운관의 출시로 현재 큰 인기를 얻자 슬림 브라운관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해 전체적인 시장규모를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가 올 초 생산한 32인치 초슬림 브라운관은 매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따라서 양사가 공조를 해 빠른 시일 내 29인치와 34인치를 출시한다면 LCD의 시장 진입 속도를 늦출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이렇게 공조를 함으로써 향후 브라운관 업체에 구조조정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니터용 브라운관은 전 세계의 생산기업이 삼성SDI, LG필립스디스플레이, 중화영관 3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TV용 브라운관은 두 회사와 더불어 마쓰시타, 소니, 톰슨, 이리코(중), 중화영관 등 다수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양사의 협조는 CRT 시장에 구조조정이 불어닥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며 향후 CRT 시장이 줄어들더라도 CRT 기업의 수가 줄어들게 되므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동안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과 소니가 7세대에서 연대하는 등 LCD 진영도 연대를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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