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기 두드리는 친노와 비노, 그렇다고 답이 나오나
대선 패배로 휘청거리고 있는 민주통합당 호(號)를 이끌 새로운 선장이 누가 될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노(친노무현) 배제론’ 등이 터져 나올 정도로 당내 주류인 친노계와 비주류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전개되고 있어 전대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주목된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방식, 당 대표에 더 많은 권한모바일 투표 놓고 “교각살우” vs “민심왜곡” 신경전친노는 조심스럽고, 비주류·중립인사는 활발한 행보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흐트러진 당 분위기를 추스르고,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새로운 당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 개최 준비에 들어갔다. 일단 당내 주류와 비주류간 합의로 추대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대 준비를 총괄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는 전대 준비위원장으로 중립 성향의 김성곤 의원을 선임해 실무를 책임지게 했다.

한 지붕 두 가족 의견차 커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우선 전대 개최시기와 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당내 주류로 당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친노계는 5월 정기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당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비주류는 되도록 빨리 전대를 치러야 한다며 ‘조기 전대론’을 폈다.
20여명으로 구성된 전대 준비위는 지난 6일 오후 회의를 갖고 이번 전대의 성격을 임시 전대로 규정하고, 그 시기를 3월 말~4월 초 경으로 결정했다. 김성곤 전대준비위원장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로 개최한다. 그 시기는 3월 말 내지 4월 초로 한다”고 말했다.
전대 준비위는 또 임시 전대에서 당 대표와 지도부를 각각 선출하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득표 1위가 당 대표가 되는 현재 제도와 달리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따로 선출하면서 대표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위임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지도체제는 단일성 집단체제로 해서 당대표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위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준비위는 이번 임시 전대를 통해 뽑힐 지도부의 임기를 내년 9월까지 보장키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정기 전국대의원대회는 2014년 9월 말 이전에 한다. 이번에 뽑히는 새 지도부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관장을 하게 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전대 준비위 차원의 결론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거쳐 당무위원회에서 당헌·당규 개정사항을 의결하면 최종 확정된다. 구체적인 임시 전당대회 날짜는 기획 분과위원회 논의를 거친 뒤 다음 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계산기 두드리는 친노와 비노
조기 임시 전대 개최와 새로 선출될 지도부의 임기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보장키로 한 것 등은 전대 규칙을 둘러싼 계파간 이해를 조율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주류인 친노는 원칙대로 정기 전대를 개최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지만, 정기 전대를 치를 경우 현재 지역위원장, 시·도당 위원장 등을 모두 교체해야 하고 실무적인 차원에서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던 데다 당의 주류가 전면에 등장하기엔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부담스럽다는 점에서 이번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4월과 10월에 치러질 재보궐선거 등에서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점도 친노계가 ‘일보 후퇴’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비주류 측에서도 지역위원장과 시·도당 위원장 등을 따로 뽑아야 하는 정기 전당대회와 달리 현재대로 경선을 치르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절충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절충안 합의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모바일 투표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다음 주 수요일(13일)에 모바일 등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열렸던 워크숍에선 모바일 투표를 놓고 계파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다. 친노계는 “기술적·실무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좀 있지만 (모바일 투표 폐지는)교각살우”라는 입장이다. 친노 좌장인 이해찬 의원과 문재인 의원을 각각 당 대표와 대통령후보로 만들었던 게 사실상 모바일 투표였던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비주류는 민심 왜곡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 측으로 분류되는 황주횽 의원은 “민주당이 실패 경로를 밟아왔는데 그 핵심이 모바일 도입”이라고 성토하기까지 했다.

친노 김부겸, 비노 김한길 그리고 문희상
모바일 투표 등 구체적인 경선 룰을 제외하곤 새 지도부의 임기 등 전대와 관련한 큰 틀의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당 대표 후보군의 출마 움직임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선 패배로 인해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고 있는 당 주류보단 비주류나 중립지대 인사들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한 편이다. 당 주류인 친노계는 직접 대표선수를 내보내기보단 색깔이 옅은 범친노계 인사나 대리인을 지원해 재기를 노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로는 비주류의 좌장격인 김한길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주류 측에선 대선 당시 문재인 전 후보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낸 대구ㆍ경북(TK) 출신의 김부겸 전 의원을 우회 지원하지 않겠느냐는 설이 돌고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범주류쪽 주자로 거론된다.
신계륜·추미애 의원은 당 대표와 차기 원내대표직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486그룹 쪽에선 임종석 전 의원을 ‘세대교체 카드’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박영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있다.
비주류 쪽에서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정동영·정대철·이부영 상임고문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며, 경남도당위원장인 장영달 전 의원도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을 뽑는 최고위원 출마 대상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10명을 훌쩍 넘어 벌써부터 ‘컷오프’(예비경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범주류인 3선의 강기정(광주) 의원과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 계열의 민평련 소속인 3선의 설훈(수도권), 재선의 우원식(수도권) 이목희(수도권) 의원, 초계파 모임인 주춧돌 소속의 재선인 이용섭(광주)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486그룹인 3선의 오영식(수도권) 최재성(수도권) 의원, 재선의 김현미(수도권), 초선의 신경민(수도권)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온다. 비주류에선 4선의 이종걸(수도권), 3선의 안민석(수도권) 조경태(부산) 양승조(충청), 재선의 유성엽(전북) 의원 등이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해 1월 전대에 출마했던 박용진 대변인도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가 주류인 친노(친노무현)계와 비주류간 책임론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관장하지 않으면 (후보군이) 출마하기를 꺼려 ‘빅매치’가 안 된다는 이유로 지도부 임기를 내년 9월까지로 정한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공천권을 둘러싸고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종북세력 비난에 안보정책 강화
한편, 민주통합당은 연일 ‘안보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북방한계선(NLL) 논란’,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 등으로 인해 안보 불안 정당으로 인식됐던 것을 털어내려는 시도다.
문희상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오후 연평도 소재 연평면 사무소에서 비대위 회의를 개최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연평 해병 부대를 방문해 격려하고, 황해도 개머리진지 등 북한 지역을 관측했다. 연평도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선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규탄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를 열려 했으나 기상악화 및 헬기 오작동으로 인해 회의가 오후로 늦춰졌다.
민주당의 안보현장 방문은 이날로 연 이틀째다. 박기춘 원내대표와 변재일 정책위의장 등은 지난 5일 청주 공군 제17전투비행단을 방문했다. 연이은 ‘안보 행보’는 북한 핵실험 위협으로 안보 불안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지난 대선에서 당의 취약점으로 평가됐던 ‘안보’ 부분을 강화키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연평도 비대위 회의를 추진한 것도 문 비대위원장 본인인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 내 북한 규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박근혜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한 번도 사용되지 못하고 다른 정책이 나올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지난 5일 브리핑에서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행동도 결코 용서 받을 수 없으며 남북관계 진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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