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외환은행, “또다시 등 돌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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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지분 매입두고 “효율성 제고” VS “합병 위한 사전작업” 대립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또다시 얼굴을 붉히고 있다. 이번에는 주식교환을 놓고 빚어진 갈등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주식교환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 100%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결의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합병을 노린 작업”이라며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합병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이 한 이불을 덮은 지도 벌써 1년. 그간 양측이 하나고 출연문제 등 빈번히 각을 세워오면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향후 관계에 대한 금융권 안팎의 촉각도 곤두선 상태다.

론스타 관련 새로운 의혹도 제기돼 관심
한 이불 덮은 지 1년, 사사건건 ‘으르렁’
은행법 개정으로 인한 ‘하나高’ 논란까지

▲ 외환은행 노조가 지난 1일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앞에서 ‘상장폐지 철회’, ‘독립경영 보장’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월 28일 하나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외환은행의 잔여 지분 40%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주식의 포괄적 교환계약서 체결 승인’을 결의했다. 외환은행 주식 5.28주당 하나금융 1주를 교환하는 방식이었다.

극명한 시각차

지난해 하나금융은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와 수출입은행 지분 6.25%를 사들였고, 추가매입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 60.07%를 가지게 됐다. 이번에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외환은행의 나머지 지분 40%(한국은행 6.12%, 우리사주조합 0.20%, 소액주주 33.61%)를 획득하기로 함으로써, 외환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는 15일 주주총회에서 주식교환 안건이 통과되면, 4월 25일 외환은행 주주들에게 하나금융 신주가 교부되고 26일 외환은행은 상장 폐지된다. 다만, 하나금융은 양사에 대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경우 주식교환 자체를 무효화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자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해 2월 인수당시의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들고 일어섰다. 앞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오랜 진통 끝에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합의문에는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외환은행은 명칭을 유지하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 ‘편입 5년 뒤에 합병을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지분 100%를 가질 경우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지분매입은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이며 ‘5년 뒤 노사합의를 통해 합병을 협의한다’는 합의사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외환은행 노조는 고배당에 대한 우려까지 내비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외환은행의 이익잉여금은 5조3873억원으로 다소 많은 편이었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적지 않은 자금을 끌어다 쓴 하나금융이 고배당을 통해 이를 갚아 나가지 않겠냐는 우려다.

이 같은 이유들로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5일 정기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하나금융에 주식교환 작업을 중단하라는 내용증명 서한을 발송했다. 하나금융이 중단하지 않을 시 전국적인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어 외환은행 노조는 이틀 뒤인 7일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금융의 주식교환 작업 중단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계열사 간에는 협업을 활성화해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고객에게는 보다 나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며 “합병과는 무관한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하나금융 관계자는 “경영권은 이미 가지고 있고, 소액주주들에 대한 지분을 가지는 것일 뿐 인사 등에 대해서는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독립경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다시 론스타?

이와 함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인수자체가 무효”라는 주장까지 곳곳에서 나오는 터라 외환은행을 둘러싼 갈등은 더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4일 참여연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에 관련된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당시 일본회사인 아수엔터프라이즈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또 이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1년 전 아수엔터프라이즈를 인수한 뒤, 매각할 때도 보유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아수엔터프라이즈의 자산은 2004년 7280억원 이상, 2011년 1조5994억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론스타가 보유한 비금융회사 솔라레 호텔체인과 PGM Holdings, KK의 자산까지 합치면 산업자본의 총 자산이 2조원을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주장이 사실일 경우,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은행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동일인 중 비금융부문이 자본합계 25%나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일 경우,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으로 분류해 은행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의결권도 4% 이내로 제한한다. 따라서 아수엔터프라이즈가 론스타의 계열사였던 것이 사실이라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불법이 되는 것이다.

▲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18일 ‘하나고 출연’과 관련한 진정서를 제출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방문했다.

“하나高 출연, 면죄부?”

양측의 갈등은 하나금융의 잔여 지분인수 발표에 론스타 의혹까지 새롭게 겹치면서 재 점화되는 양상이다.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손을 잡은 지도 1년이건만, 하나금융에게 외환은행 노조는 ‘여전히 먼 당신’과 같은 존재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마찰을 빚은 사안은 하나高 출연문제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금융회사가 대주주나 특수 관계인에게 자산을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을 금지한 ‘은행·보험·금융지주회사법’을 바꾸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너무 엄격하게 적용될 시 금융회사의 사회공헌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금융위의 발표 이후 외환은행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마찰을 빚었던 ‘하나고에 대한 외환은행의 지원금 출연’도 합법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외환은행은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에 257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가 ‘은행법 위반’이라는 금융위의 해석에 따라 결정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하나고 출연’ 문제를 놓고 외환은행 노조와 김승유 전 회장의 갈등도 표면화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한 일간지에 “외환은행의 기부금은 서민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 공개적인 비판에 나섰다. 김 전 회장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는 하나고에서 외환은행 임직원 자녀들도 선발하는데 광고를 낸 사람들은 귀족이냐”며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을 강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외환은행의 하나고 출연이 추후 가능하게 되자, 외환은행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하나고 출연에 관련된 김승유 전 회장과 그 부하들에게 현 정권이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일격을 가했다. “하나고와 같은 자사고 출연은 은행이 해야 할 ‘사회 공헌’과는 거리가 멀고, 은행 자산을 지주사 전임 회장 개인의 사유물처럼 여기는 행태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석 다른 ‘독립경영’

하나고 출연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도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은 ‘독립경영’의 해석을 두고 주기적으로 다퉈왔다. 외환은행 신입직원 교육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승인과 IT부문 통합에 대한 갈등도 이에 기반한 것이었다.

먼저 교육문제와 PF건에 대해서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주사가 외환은행 신입직원 선발에 관여하고, 지주 내 다른 자회사 신입직원들과 외환은행 직원들을 섞어 교육시키려 했다”, “외환은행의 PF대출 최종승인을 하나금융의 자회사 하나다올신탁을 통해 받으라고 했다”며 이는 합의한 ‘독립경영’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외환은행 노조는 IT부문 통합과 관련해서도 “독립경영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강경 투쟁을 진행했다. 하나금융은 당시 2014년 초까지 외환은행과 IT부문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가 1인 시위 및 집회 등을 벌이자 이를 강행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결국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갈등은 ‘독립경영’을 다르게 해석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각기 다른 사안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이들의 관계가 남은 4년간 어떻게 변해갈지 관심이 쏠린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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