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몸과 마음 동시에 치료해야 효과!
불면증, 몸과 마음 동시에 치료해야 효과!
  • 전명희
  • 승인 2005.07.05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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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시작되고 거의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25℃가 넘는 열대야 현상으로 잠을 설치는 이들이 많았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시간이 지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적인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수면제 같은 단순한 약물로는 쉽게 치료되기가 힘들다. 얼마 전에 한의원을 찾아왔던 36살의 김형석씨(가명·회사원)의 경우도 그런 케이스. 그는 지속적인 스트레스성 불면으로 괴로워하다 고민 끝에 한의원을 찾아왔었다. 그와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무남독녀 외동딸이었던 부인과 결혼한 후, 본의 아니게 신혼살림을 처갓집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처가댁 식구들이 불편하게 대하기는커녕 자상하게 대해줬음에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가능하면 근심 걱정을 잊고 밝게 지내고 잠이 안 올 때면 수면제 몇 알로 버텨보려 노력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울컥하는 성격으로 종종 감정이 폭발해버렸고 이 때문에 다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반복되면서 오랫동안 불면에 시달리게 됐던 것이다. 불면증은 기본적으로 우리 몸의 에너지 충전 시스템이 고장 난 것이지만 한의학적로는 크게 네 가지 원인에 의해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심담허겁으로 예민하고 겁이 많은 사람들은 무언가 항상 매사가 두렵고 힘이 들어 잠드는 것을 힘들어 하기도 한다. 둘째, 간양상항은 분노형의 불면으로 지속적인 스트레스나 급성적으로 과다한 스트레스를 받은 경우에도 불면을 경험할 수 있다. 셋째, 간기울결은 급성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어느 정도 포기가 되거나 우울증이 동반될 때 나타나는 불면 형태로써 자신을 못난 사람으로 간주하여 간혹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넷째, 사려과다형의 불면은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서 나타나는데 사려과다로 불면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려고 누웠을 때 별 걱정을 다해 걱정만 하다가 날을 새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면증의 치료는 크게 3가지 원칙에서 행해진다. 첫째, 원인론적 치료로서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이를 제거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수면환경 요법이다. 수면주기, 수면습관 등을 점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 바람직한 변화로 유도하는 것이다. 셋째, 심리, 정서적인 문제들과 얽혀 있을 경우에는 행동 및 인지요법, 이완요법, 역설적 노력, 집중 등이 환자와 불면증의 성격에 따라 각기 사용 될 수 있다. 김형석 씨의 경우 불면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는 근심걱정을 어떻게 내려 놓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우선 한의원 내에 있는 전문 심리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심리치료와 요가치료를 병행하면서 그동안 처가생활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 기억 저편으로 묻어버렸던 스트레스들이 어떤 것인지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하나씩 풀어가는 훈련을 했다. 이와 함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약해진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약재로 몸을 다스리면서 감정뇌를 자극하는 사암침을 이용해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도록 했다. 두 달이 채 못 되었을까? 사람에 따라 혹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마지막 치료를 받으러 한의원을 찾았던 형석씨의 모습은 처음의 그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함께 있으면 그에게서 즐거운 엔도르핀이 나올 것 같은 쾌활한 모습이었고 이제는 처가식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것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스트레스로 잠 못 드는 일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다 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불면증의 원인을 네 가지로 분류하긴 했지만 불면증을 가진 모든 사람을 딱 네 가지로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증상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불면증은 의식하면 할수록 더 심해지는 질병이다. '몇 시간은 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수면 부족'이라는 식의 강박관념은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킨다. 베개에 머리를 눕히는 순간 모든 것을 잊는다는 원칙을 세우자. 잠자리에 누워 이생각 저생각으로 고민하다 보면 피가 뇌로 몰려 더욱 잠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기 전에 뜨거운 물로 발을 씻는다든지, 엄지발가락을 구부리는 등 간단한 발 운동 등을 함으로써 피를 아래로 보내려고 해보자. 불면증은 정신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리려는 노력이 있을 때 고통스러운 불면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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