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입당보다 신당 창당에 무게중심 쏠리는 상황
‘10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 지속적으로 제기돼
재보선 안착 땐 안철수 중심으로 야권 재편될 듯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야권의 최대 관심사는 안철수 변수에 의한 정계개편으로 집약 된다.이는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의 행보가 지리멸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또 문재인 전 후보가 대선 전 ‘국민연대’를 약속했지만 대선패배로 실효성에 의문이 가기 때문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의 두톱 시스템이 당을 추스르는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친노와 비노 진영의 갈등구조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요원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창당으로 야권 흔들까
실제로 대선 패배 후 시간이 흘렀지만 민주당 내 책임론 공방과 계파 간 알력은 여전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 쇄신에 대한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야권의 정치지형을 뒤흔들 계기는 안철수 전 교수의 귀국과 신당창당 여부로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안 전 교수가 귀국해서 결국 신당창당을 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에 무게감이 실리며 재보선에 따라 시기는 빨라질 수도 있지만, 늦더라도 지방선거를 겨냥해 연말까지는 창당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이 높다.
올해 재보선은 4월과 10월에 예정돼 있는 상황인데 본인이나 측근들이 출마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생길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이것은 ‘안철수 신당’이 출범해 의미 있는 규모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민주당 내 비주류 현역의원들의 이동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보수 대 진보’의 싸움에서 진보가 승리하기 어려운 정치 환경이 형성됐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 입증된 만큼 향후 이념지형도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3신당, 한국에서는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안철수 신당에 부정적인 입장도 팽팽하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 “한국에서 제3당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진보부터 중도까지 다양한 정책 그룹, 계층이 포함된 무지개 연합이 가능하다”면서 “이번 선거에도 한국이 굉장히 강고한 보수 우익 사회라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제3신당은 대한민국의 객관적 현실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라며 “분단 체제의 이념적, 세력적 지형이 있고, 민주·진보가 분열되고 타협을 문화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 풍토”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안철수 전 교수나 그 지지그룹이 또 새 당을 만들어 지방자치 선거서부터 경쟁하고 야권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보다 민주당이 쇄신하고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방향일 것”이라며 “같이 지방자치선거, 총선, 대선으로 매진하는 것이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라고 민주당 합류에 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대선 때 안 전 교수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금태섭 변호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선거에서 안 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정당의 중요성을 실감했다”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조직을 만들긴 하겠지만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해 신당 창당에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가서 안 전 교수를 만났다는 금 변호사는 안 전 교수의 입당과 관련해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런 것을 잘할 것 같다’는 포지티브한(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향후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가 “민주당에 계신 분들이 스스로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고 꼬집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손학규-안철수, 한 배 타나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안 전 교수의 민주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내저었다. 안 전 교수가 민주당에 들어가면 중도보수 성향의 지지층은 잃은 채 계파 싸움에 휘말려 결국 상처만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 전 교수가 측근 몇 사람을 데리고 흡수되는 형태로 민주당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훗날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합당한다 하더라도 양측이 대등한 입장에서 놓이는 형태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로 출국한 손학규 상임고문과 안 전 교수 간의 교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26일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을 가지며 눈길을 모았다. 안 전 교수는 손 고문과 만나기 3일 전 대선후보에서 전격 사퇴했다. 회동 후 양측은 “손 고문이 안 전 교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고 설명했지만 정가에서는 향후 어떤 형태로든 두 사람이 손을 잡는 등 긴 호흡을 할 것으로 해석됐다.
이들은 비노라는 정치적 성향과 중도 노선 등 여러 면에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정치권 에서는 손 고문이 독일에서 6개월 정도, 안 전 교수가 미국에서 3개월 정도 머물 예정이었던 만큼 두 사람이 자유롭게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안철수 신당이 태동한다면 현실적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가 타겟이 될 확률이 높다. 여기에 안 전 교수의 행보가 민주당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것은 역으로 안 전 교수의 행보를 조절하는 가늠자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대가 ‘안철수 신당’ 변수
전대에서 어느 쪽이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안철수 신당의 몸집이나 속도 역시 변수가 될 확률이 높다. 친노 등 주류에서 당권을 잡는다면 안 전 교수 측은 민주당과 일정부분 거리를 두며 독자노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비주류 측에서 차기 당권을 잡는다면 양상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된다. 단적으로 안철수 입당론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전 교수 측 인사들과 비주류 측은 비노라는 점에서 확실한 연대의 끈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것은 비주류가 전대를 통해 주류로 나서게 된다면 안 전 교수에 대한 영입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나오게 한다.
물론 민주당 전대 결과 여부와 상관없이 안 전 교수의 정치적 선택에 따라 신당이 창당되거나 혹은 민주당에 입당하는 등 야권 전체의 지형변화를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만약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과 합당을 거부하고 끝내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의원들의 행보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전 교수가 10월 재보선 때 호남지역에 출마해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다면 의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安, 재보선에서 웃으면 민주 큰 상처
안 전 교수의 귀국 후 행보와 관련해선 10월 재보선 출마설,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 그리고 출마 대신 선거에 나서는 안 전 교수 측근들을 지원해 신당의 틀을 갖추는데 전력할 것이라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이야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교수나 혹은 측근들이 10월 재보선 때 수도권과 호남에 출격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창당 시점을 재보선 전으로 생각하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이다.
재보선에서 안 전 교수 인사들이 어느 정도 성적을 낸다면 내년 지방선거 때는 안철수 신당이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며 전국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련의 선거를 통해 안 전 교수와 그의 측근들이 재보선에서 눈길을 끄는 성과를 올린다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안 전 교수가 호남에 직접 출마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안방을 뺏기는 최악의 수순마저도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경쟁할 때도 호남은 안 전 교수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고, 현실적으로 대표성을 띨 만한 거물이 없는 상태에서 안 전 교수가 호남에서 세력을 얻는다면 신당 창당 작업에 큰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