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박물관, 고희동 40주기 특별전
서울대박물관, 고희동 40주기 특별전
  • 전명희
  • 승인 2005.07.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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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곡(春谷) 고희동(高羲東.1886-1965)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근현대 화단의 지도자로 한국 미술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1918년 서화협회를 창립하고 서화협회전을 주도했으며, 광복 후에는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위원과 대한미술협회장 등을 역임했으나 1915년 조선총독부 주최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에 '가야금 타는 미인'을 출품하는 등 친일화가라는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미술계에 그가 끼친 영향은 컸지만 71세 때인 1956년 화업 50주년을 기념하는 화첩을 제작하고 이듬해 회고전을 개최한 것을 제외하고 사후에도 그의 작품들만 모은 전시가 열린 적이 없어 그의 작품은 일반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서울대학교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13일 개막하는 '춘곡 고희동 40주기 특별전'은 이처럼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회화의 양식적 특징과 변천과정, 그리고 우리 근대 화단에서의 위치와 역할 등을 본격적으로 조명해보는 전시다. 출품작은 일본 도쿄예술대학미술관 소장 '정자관을 쓴 자화상'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을 비롯해 유족 소장품과 간송미술관, 통도사성보박물관 등으로부터 대여해온 70점이다. 이 가운데 동양화 60점은 유족들이 소장해온 것으로 지금까지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들이라고 서울대박물관 측은 밝혔다. '정자관을 쓴 자화상'은 1915년 도쿄예술학교 졸업작품으로 한복을 입고 높은 정자관을 쓴 당당한 모습을 그린 유화작품으로 이국땅에서도 위축됨 없는 작가의 꿋꿋한 기상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고희동이 생전에 직접 회고한 바에 따르면 21세 때인 1906년 소림 조석진과 심전 안중식의 문하에 들어가 처음 화필을 잡았고 그후 일본 유학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가 되기도 했지만 1930년대 들어 결국 그의 삶과 교양, 생활의 뿌리인 전통 동양의 세계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그는 그러나 관습적인 동양화가 아니라 서양화의 정신, 즉 대상에 대한 성실성과 박진감 있는 묘사 등을 동양화에 옮겨보고자 시도해 정확한 사실적 묘사와 음영법, 인상파적인 점묘와 수채화 같은 청, 홍색 담채의 사용을 보여주었다. 개울가에서 부부가 빨래를 하는 모습을 그린 '청계표백도'(淸溪漂白圖) 등의 작품은 이처럼 전통화법을 사용하면서도 서양화의 깊은 영향을 보여준다. 그가 55세 때 그린 '천성엽향도'(泉聲葉響圖)는 점묘와 강하고 짧은 필선을 통한 세부묘사가 돋보이는 원숙한 화가의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춘산람취도'(春山嵐翠圖)는 작가가 69세 때인 1954년 음력 4월 동문 밖에 산책을 나갔다가 신록이 눈부신 북한산과 도봉산 연봉을 보고 느낀 감상을 즉흥적 필치로 수묵과 청색을 주조로 그린 작품으로 진경산수화의 맥을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 동양화의 세계를 충실히 계승한 작품으로는 '미전배석도'(米顚拜石圖)와 '아회도'(雅會圖) 등도 출품된다. '미전배석도'는 북송 때의 유명한 서화가 미불이 좋은 괴석을 보면 절을 했다는 고사를 표현한 그림으로 인물과 괴석,나무 표현 등에서 장승업에서 유래해 안중식, 조석진에 의해 구사되던 화풍이 완연히 드러나 있다. 고희동은 또 술과 손님을 좋아해 그의 사랑방에는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았는데 '아회도'는 한 명이 안주 한 그릇씩 가지고 참석한 데서 붙여진 '일기회'(一器會)의 모습을 그렸다. 일 주일에 한 번씩 열린 이 모임에서 참석자들은 제각기 주량대로 마셨다고 하는데 그림 중앙 정면의 짧은 머리를 한 인물이 위창 오세창이고 그 오른쪽이 육당 최남선, 오른쪽에 수염을 기른 이가 고희동이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며 7월 15일 오후 2시 박물관강당에서 미술평론가 이구열 씨와 진준현 서울대박물관 학예관의 주제발표로 고희동 회화의 변천과정과 근대화단에서의 위치 등에 관한 학술강연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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