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제119주년을 맞아 고부봉기 재현행사가 지난 15일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는 사발통문이 작성된 고부면 신중리 주산마을에서 재현된 ‘사발통문거사계획’을 시작으로 동학농민군이 최초로 집결한 이평면 예동마을과 말목장터, 옛 고부관아터 등에서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생기시장, 전국동학농민혁명유족회 이왕재 회장, 동학농민혁명백산봉기기념사업회 김원철 이사장, 정읍시의회 고영섭․김규방․박연희 의원과 이한욱 정읍시애향운동본부장 등 300여 명의 지역민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고부봉기는 고부군수 조병갑의 학정에 맞서 전봉준을 중심으로 동학교도와 농민들이 1893년 11월 사발통문거사계획을 결의하고, 이듬해인 1894년 음력 1월 10일(양력 2월 15일) 들고일어나 고부관아를 점령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의 특이한 점은 옛 고부군에 속했던 정읍시 이평․고부․덕천․영원․정우․소성면 등 6개면과 함께 동학농민혁명 당시에는 고부군에 속했던 부안군 백산면민과 부안군의 백산봉기기념사업회가 함께 했다는 점이다.
또한 사발통문거사계획을 재현함으로써 동학농민혁명의 초기 과정이 그대로 재현됐다.
더불어 지역민이 중심이 되어 ‘고부봉기기념제추진위원회’(위원장 : 김동길)를 조직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119년 전의 동학농민군이 되어 그 날의 함성을 재현했다.
기념식에 앞서 개최된 특별강연회에서 강효숙 교수(前한양대학교 연구교수)는 ‘동학농민전쟁은 실패했는가!'를 주제로 “동학농민혁명은 국내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전쟁으로 보다 넓은 틀에서 이해할 것”을 강조했다.
1894년 1월 고부봉기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농민들이 일어섰던 이평면 예동마을에서 시작된 재현행사는 배들농악단을 선두로 한 풍물패의 걸궁과 함께 농민군 복장을 갖춘 지역민이 만장과 죽창을 들고 걸어서 말목장터에 이르렀다. 말목장터는 1894년 1월, 장터에 모인 군중을 향해 혁명의 당위성을 역설하던 전봉준과 동학농민군의 함성이 서린 곳으로, 제폭구민과 보국안민을 대내외에 천명한 장터이다.
행사에서 김생기시장은 “동학농민혁명의 위대한 정신은 좌절된 것이 아니라 이후 구국항일전쟁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그리고 해방 후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다”고 역헐하고 이번 재현행사를 계기로 정신계승과 선양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조했다.
행사 참여자들은 선언문 낭독 후 2개조로 나누어 고부관아가 있었던 고부초등학교로 이동했는데, 중간에 영원면 운학마을에서는 그 당시 동학농민군이 고부관아로 진격하면서 죽창을 깎으며 무장하는 장면이 재현됐다.
고부삼거리에서 다시 합류한 참여자들은 옛 고부관아가 있었던 고부초등학교까지 거리행진을 가졌고, 고부관아터에서 관군과 대치상태를 이루다가 입성했다.
행사는 전봉준 장군 역할을 맡은 지역민이 “우리가 의를 일으켜 여기에 이름은 그 본뜻이 결단코 다른 데에 있지 아니하고, 백성을 도탄 속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위에 두고자 함이다.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하고 강한 외적의 무리를 몰아내고자 함이다”라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격문을 낭독하면서 마무리됐다.
한편 고부봉기기념제는 올해 두 번째 개최되었는데, 정읍시에서 적극 후원하고, 옛 고부군에 해당하는 지역민과 동학농민혁명 관련 단체, 그리고 전국의 지역기념사업회가 참여한 행사로 정읍이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성지라는 자부심을 높여주고 있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고부봉기기념제추진위원회 김동길 위원장은 "정읍이 동학농민혁명의 고장이고, 고부봉기가 혁명의 진정한 출발임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행사를 개최하였다"며 “해를 거듭하면서 보다 내실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