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문서’ 들고 동남아·미 시골까지
작년 특별법 이후 ‘관광목적’ 출국 행렬
美서 100여명 검거… 거의 밀입국 영업
성매매를 위해 해외로 자원해 가거나 팔려가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2개 조직 50여명이 한국여성 수백 명을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긴 혐의로 체포되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인 수준이다. 현지 연방 검찰과 이민세관단속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셰리프국 등으로 조직된 합동 수사반에 따르면 LA 한인타운과 오렌지카운티 인근 안마시술소, 침술소, 사우나, 마사지실 등으로 위장한 성매매업소 28곳을 급습해 한인 70명을 체포하고 샌프란시스코 유흥업소 수십 곳에서도 모두 129명을 연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LA 한인타운 내 한 카페에서도 10여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전했다. 현지 합동 수사단에 의하면 이번 급습은 지난 수년간 수백 명의 한인 여성을 밀입국 시켜온 알선책 ‘정조직’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수사반은 이날 체포한 ‘정조직’의 두목격인 정모(39)씨와 김모(36)씨, 일명 ‘전화데이트’ 매춘을 알선한 택시회사 사장 은모(39)씨 등 관련자 2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씨와 김씨는 한국에서 한인 여성들을 모집한 뒤 멕시코나 캐나다 국경을 통해 밀입국시켰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인택시를 이용해 LA와 텍사스,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에 팔아넘겼다고 한다. 또한 이들 중 일부는 편법으로 여행비자를 발급받아 입국시킨 것으로 조사과정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 “성매매 여성 최대 수출국”
최근 한국인 여성의 불법 송출지역은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일본 등 선진국에만 국한되지 않는 상황이다. 태국과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지역의 룸살롱, 가라오케, 마사지 업소에서도 한국 여성의 수는 늘어가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최근엔 홍콩, 유럽에도 한국 성매매 여성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위싱턴DC, LA, 뉴욕, 토론토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소도시까지 그 진출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는데 지난 2월 여성 38명을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등으로 팔아넘긴 조직은 ‘노예문서’까지 만들어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 조직은 선불금으로 여성들에게 수천만 원을 빌려준 뒤 연 60%의 이자를 받았으며, 성매매로 인한 질병 치료비까지 여성들에게 부담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퇴근 후 미귀가시 외박으로 간주, 벌금 500달러’, ‘1분이라도 지각하면 50달러’, ‘손님에게 말대꾸하면 300달러’ 등 ‘노예계약’과 다를 바 없는 조항들이 ‘행동지침’이라는 문서에 들어있기도 하다고 한다.
이러한 탓에 한국은 해외에서 ‘신생아 수출국’에 ‘세계 최대 성매매 여성 수출국’이란 오명도 더하게 되었다.
◆ 미 당국 대대적 수사 나서
현재 미 연방 검찰은 샌프란시스코 내 50여 곳의 성매매업소와 사무실 등에서 한인 여성 인신매매 조직원 27명을 체포하고, 성매매 여성 100여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또한 한인 밀집지역인 LA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밀입국시키고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로 18명을 체포했는데 이는 캘리포니아주 사상 가장 규모가 큰 인신매매 사건 중 하나라고 미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미 검찰에 따르면 지난 9개월간 ‘황금빛 새장’(Gilded Cage)이란 작전명으로 한인 불법 성매매 조직 검거 작전을 진행해 온 것이라고 한다. 이날 적발된 조직들은 한국 여성들을 멕시코와 캐나다 등을 통해 밀입국시킨 후, LA와 텍사스, 콜로라도, 매사추세츠, 뉴욕, 라스베이거스 등에 팔아넘긴 것으로 미 검찰은 파악하고 있는데 팔려간 여성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성매매를 하다 마지막 탈출구로 외국을 택한 여성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미 검찰 관계자는 “범죄조직들이 이민자들의 희망과 꿈을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성매매에 종사한 것으로 보이는 20~27세 가량의 여성 100여명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들 대부분이 한국 여성들이라고 전했다.
또한 경찰은 현장에서 현금 200만달러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정씨 등은 여성들을 마사지업소 등 업주들에게 소개해주는 과정에서 1인당 최대 1만 6000여 달러(한화 약 1700만원)의 밀입국 비용도 챙긴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합동수사반은 현금 30만 달러와 은행계좌 예금 등 모두 100만 달러를 압수하고 돈세탁 여부에 관한 수사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검찰의 데보라 양 검사는 “정조직은 매춘과 밀입국, 돈세탁 혐의까지 받고 있는 종합범죄조직으로 미국 어느 곳에서도 이같은 조직은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합동수사반은 이번 일제 단속에 연방 3개, 캘리포니아주 4개 등 7개 수사당국 1000명을 동원된 것으로 이는 미국 매춘 단속사상 최대 인원이 투입된 초유의 비밀 수사작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보라 양 검사는 "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증인이라고 판단되면 계속 체류시키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추방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방합동수사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급습 사실을 모르고 업소를 찾으려던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차량을 수색했다.
국토안보부의 한 한인수사관은 "국토안보부를 비롯한 연방수사기관은 신문광고 수집과 도청.미행 등을 통해 한인타운 내 매춘조직과 밀입국 조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국지적인 혹은 이번 같은 동시다발적인 단속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LA 등의 대부분 캘리포니아주 한인 유흥업소 업주들은 추가 단속에 대비해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수사팀은 한인타운 내 송금업소 등을 급습, 밀입국 조직의 송금내역 등에 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 인터넷서 ‘해외 밤일’ 구인·구직 거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연 이들이 강제로 팔려나간 것이냐’라는 논란도 일고 있다.
“요즘 한국에는 실업난, 경기침체, 성매매폐지법 때문에 예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입으로 상당히 힘든 걸로 압니다. 미국에서 시작해 보세요. 룸(살롱)은 월 800만~1000만원, 마사지 1800만~2400만원 수입 보장합니다. 마이킹(선불) 가능, 비자, 신용불량 다 처리됩니다.”
회원수 1430명인 카페 ‘화류계얼짱’에 ‘아가씨 구해요(미국)’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최근 인터넷엔 해외로 나가려는 성매매 여성을 유혹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인터넷 포털 다음 카페엔 ‘미국 화류계 도우미’ ‘화류계 정보공유’ ‘미국 화류, 룸 해외취업’ ‘일본 호스트 크라브’ ‘일본나가요’‘밤일 구인구직’ 등 해외 성매매를 알선하는 10여개의 사이트가 있다.
카페 ‘밤일 구인구직’엔 ‘시드니·멜버른 마사지클럽 평균 수입 1000만~1500만원, 워킹비자’ ‘동경 신주쿠 오사카 크라브(술집), 에스테(마사지숍) 20~35세 아가씨 구합니다’ ‘한인 밀집한 LA, 뉴욕의 룸, 마사지클럽 소개·한 달 수입 5000달러’ ‘괌 마사지숍, 무이자 선불금 2000만원·한 달 수입 5000달러’ 등 광고글이 빼곡하다.
유흥업소 구인·구직 전문 S사이트에도 “일본 가고 싶어요” “해외콜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일본이나 괌 쪽 콜이나 에스테 일하고 싶어요”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하루 500여명의 회원이 방문하는 사이트다. 이런 카페들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회원이 320명인 ‘황금이 넘쳐나는 해외취업’은 가입시 키, 나이, 몸매 사이즈와 업소 근무 경력을 적고 본인의 사진을 올려야 승인받을 수 있다. 일본 유흥업소 취업 중개 카페 ‘일본나가요’엔 “나이 21세, 키 163, 사이즈 44~55, 일본 크라브 생활 3개월 했음. 정회원 부탁드려요” 등 회원가입 신청 글 300여개가 올라 있다.
◆ 불티나는 ‘기생관광’
"2차 얼마" "19홀 골프 되나"… 얼마나 밝혔으면
'꼬레꼬레아 같은 ×' 욕까지 생겨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니 짜릿했다”, “한국에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싼 가격에 여자를 살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해외 기생관광을 위해 개설된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 있는 경험담들이다. 오늘도 많은 한국 남자들은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그들만의 쾌락을 위한 몸부림의 끝간데 없는 듯 하다. 베트남에서 현지 가이드 경험이 있는 한 취재원은 ‘아가씨’를 찾는 한국 손님이 많냐는 질문에 ‘아가씨’라는 말에 내포된 의미와 함께 많은 사실들을 털어놓았다.
현지에서는 한국말을 모르는 현지인들도 ‘아가씨’라는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는다며 “한국 남자 관광객 거의 대부분이 밤에 아가씨가 나오는 술집이 어디 있는지 묻는다. 한국 관광객들은 ‘아가씨’를 매우 좋아한다”며 “술 취한 한국 남성이 현지 아가씨와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한 여행사, 'W'사의 베트남 현지 가이드인 이모씨는 “한국 관광객들이 술집 아가씨들이 2차에 안 간다고 폭행해서 물의를 빚은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러시아여성인권’이라는 카페를 운영하는 모스크바대학 박사과정 정모씨는 “기생관광 오는 사람뿐 아니라, 현지 공관이나 국내 기업의 러시아 해외지사에 근무하는 한국 남성들의 추태는 현지에서 악명 높다”고 말했다.
정씨는 “한국 남성들의 추태는 가지가지다. 금발머리가 신기하다고 러시아 여성들 머리채를 당기거나 말대꾸한다고 따귀를 때리는 등 행패를 부려 ‘건실한 한국인’의 이미지가 무너질까 두렵다”고 했다. 작년 11월 방콕에서 열린 아동성매매방지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한 D대 여성학과 김모 교수는 “대회장에서 동남아시아 대표들이 한국 남성의 기생관광에 대해 심하게 질책하는 바람에 수치스러워 혼이 났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예전에는 일본이 기생관광으로 악명 높았으나 이제는 한국이 그 뒤를 잇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한국 남성들의 왜곡된 성의식을 고쳐야 한다”고 덧붙혔다.
◆ “끌리면 오라!!!”, 인터넷 기생관광 정보
“A급 가라오케에는 업소당 아가씨들이 300명 정도 된다. 아가씨 2~4명을 부를 경우 가격이 250달러에서 300달러 정도 된다. 마음에 드는 아가씨 하나를 불러서 놀면 팁으로 20만원만 주면 된다.” ‘D’ 포털 사이트의 ‘베트남 섹스관광을 위한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중국 밤문화 체험’ 카페에도 “우리 돈으로 12만원만 투자하면 2차까지 즐길 수 있다”는 유의 정보들이 올라와 있다. 이 카페 회원들은 지난 1월, 희망자들끼리 회비 27만원을 걷어 3박4일 중국 기생관광을 다녀오기도 했다.
온라인에는 이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 카페와 홈페이지가 수십여 개 있다. 이 중 어떤 웹사이트는 6개월치 회비 30만원을 낸 정회원만 로그인할 수 있도록 철저한 회원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 ‘19홀’ 찾아 떠나는 사람들
한 골프여행사의 안모 과장은 “여행사에 노골적으로 전화를 걸어서, ‘19홀은 가능하냐(현지 여성과 2차를 즐기는 과정을 은어로 19홀이라고 한다)’ ‘현지에서 2차 비용이 얼마냐’고 노골적으로 묻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여행사의 조모 과장 역시 “솔직히 동남아로 골프여행 가는 사람들 중 일부는 현지에서 여자를 산다고 보면 될 것”이라면서 “꼭 그 목적을 위해서 해외에 나가는 것은 아니더라도 현지에서 운동하고 술 먹으면 여자를 찾게 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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