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업계 대표주자 OCI와 넥솔론도 업황에 무릎을 꿇었다. OCI와 넥솔론은 이수영 OCI 그룹 회장의 두 아들이 이끄는 회사로, 업계에서 탄탄한 매출을 자랑해왔다. 그러나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태양광 산업의 불황으로 예견된 결과였지만, 회복세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 우려가 나온다. 이에 이 회장의 두 아들이 위기를 어떤 방법으로 타파해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OCI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3조 2185억원으로 전년(4조 2759억원) 대비 24.7% 감소했다. 여기에 영업이익은 1548억원으로 전년(1조 1180억원) 대비 86.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전환한 OCI,
눈여겨보는 신성장동력은?
생각보다 더욱 좋지 못했던 4분기 실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OCI는 지난해 4분기 62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주력사업인 폴리실리콘 부문이 문제였다. 3분기 332억원이던 폴리실리콘 부문의 영업손실은 4분기 980억원을 기록했다. 실적부진에 OCI 측은 “유럽재정위기 심화, 태양광 산업의 급격한 시황변동 등 악화된 사업 환경으로 폴리실리콘 판매량이 감소해 매출액과 이익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근 태양광 산업은 ‘어렵다’는 말로 대변가능하다. 국내 업계 2위 한국 실리콘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등 곳곳에서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폴리실리콘 업체 1위 OCI까지 휘청거리자 업황의 장기화로 인한 그룹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OCI는 오는 3월 말 중국 정부의 한국·미국·EU 등 수입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 조사결과도 앞두고 있다.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됐는지를 밝혀내는 조사다. 2011년 OCI는 전체 매출액 4조 2759억원 중 1조 987억원을 중국에서 확보했다. 국내시장(1조 290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중국인 것. 이런 상황에서 반덤핑 판정이 내려진다면 OCI에게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예측이다.
업황 회복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유럽 정부에서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태양광 수요가 줄어들었지만 폴리실리콘의 공급은 과다해진 상태다. 태양광 산업이 정부의 지원으로 유지되는 단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보조금 삭감은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1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100달러를 상회했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수치인 것을 알 수 있다. 녹록치 않은 외부환경에 둘러싸인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OCI를 비롯한 태양광 업체들의 어려움이 당분간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동부증권 신현준 애널리스트는 “폴리실리콘 산업의 구조조정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올해 태양광 시장 성장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보호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어려운 영업환경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OCI가 선택한 방법은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 이수영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업부 총괄부사장을 필두로 OCI 구하기가 시작됐다. OCI는 새만금 산업단지에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서울·부산·전북·경남)에 총 340㎿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 미국 자회사 OCI솔라파워가 참여하는 400㎿ 규모의 태양광발전 전력공급 프로젝트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가 지원하겠소”
넥솔론, 또다시 유상증자
웨이퍼업체 넥솔론의 어려움도 OCI 못지않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넥솔론의 매출액은 3769억원으로 전년(5882억원) 대비 35.9% 감소했고 영업적자는 1001억원으로 전년(226억원) 대비 342.7% 증가했다. 넥솔론 또한 마찬가지로 “태양광산업 침체에 따른 매출 및 이익감소”가 그 이유였다.
넥솔론은 이 회장의 두 아들(우현·우정)이 각각 50억원씩 출자해 2007년 설립한 회사로, 설립 5년 만에 5882억원의 매출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2011년 상장한 이후 적자와 시름해왔고, 지난해 넥솔론은 553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 바 있다.
당시 유상증자는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형제가 취한 행동이 다소 달랐다. 보유 지분율에 따라 주주에게 배당된 신주에 대해 이 대표는 전량을(574만 9265주), 이 부사장은 절반을(569만 2343주 중 299만 2343주) 청약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 대표와 이 부사장의 지분율은 18.63%와 14.13%로 벌어지게 됐다. 이 대표 체제의 넥솔론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러나 넥솔론의 적자는 계속됐고, 대량의 자금 확보를 한지 1년도 채 안 되서 유상증자 공시가 떴다. 지난 7일 넥솔론은 이우정 최고전략대표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증자규모는 99억9999만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금의 신속한 조달을 위해 이 대표를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증자로 이 대표의 보유지분은 18.63%에서 약 23%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너가 책임을 지고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데 시장은 일단 환영했다. 실제로 유상증자를 공시하기 전인 6일 넥솔론의 주가는 1360원이었으나 7일 1375원, 20일 현재 152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번 태양광 산업 전망이 불투명해 ‘치킨게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 확보만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넥솔론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상황이 어려워 자금을 확보하려는 건 맞다. 그러나 유상증자 외에도 미국 프로젝트 건을 진행하고 있고 자체적으로도 원가절감, 고효율을 위한 기술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럽 시장보다는 신흥시장 쪽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 현 목표로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장남에겐 OCI를
차남에겐 넥솔론을 줄테니
“잘 키워봐라”
한편, 업계에서는 ‘이우현 부사장의 OCI-이우정 대표의 넥솔론’으로 굳어진 시기를 지난해 넥솔론의 유상증자 즈음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넥솔론 청약에 앞서 가지고 있던 OCI 지분의 반(9만 6024주)을 장내 매도해 0.42%의 지분율이 됐다. 또 넥솔론 유상증자에서는 이 부사장이 자신에게 할당된 신주를 절반은 매각하고, 나머지 절반만 청약에 참여했다. 이것이 OCI 3세 경영구도가 공고히 됐다는 주장의 이유였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