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민대통합” 실현 가능성 없나?
“박근혜 국민대통합” 실현 가능성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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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뿐인 ‘인사탕평’ 해결방안은?
 

박근혜 당선인, 언제까지 “예스맨”만 외칠 것인가
박정희 시대의 ‘관료주도형 개발 모델’ 따라했나?
꽁꽁 숨긴 ‘밀봉인사’ 덕분에 친박계만 신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11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함으로써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이 완료됐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말들이 많지만 이번에는 유독 더 시끄럽다. 관료중심의 인사배치, 인색한 지역안배 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 또한 비서형 또는 스탭형 인사들을 기용했다는 평가가 있어 박근혜 정부가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인사청문회에 대한 관심이 절로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예스맨’ 모집 중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 인선을 마무리하고 이어 18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기획, 민정, 홍보수석 등 주요 비서진을 발표함으로써 내각과 청와대 운용 구상이 윤곽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이 청와대 비서진의 보좌를 받아 관료·전문가 위주로 짜인 내각을 직접 챙기는 직할체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내각에 관료와 전문가 출신을 대거 배치해 각 분야에 대한 실무에 치중하게 했다. 그리고 청와대 비서진에는 의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사를 배치했다는 평가가 많다. 박 당선인의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할 비서실장과 비서실을 통해 내각의 업무를 관리하고 국회와의 관계를 조율할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 출범 이후엔 내각보다는 청와대에 국정운영이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박 당선인이 1차적으로 선택한 청와대 비서진도 이런 예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이번 내각과 청와대 인사에 대해 ‘대통령의 직할통치를 위한 참모형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정치력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박 당선인과 함께 일 해봤던 인사라고 하더라도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사들은 철저하게 배제됐다는 의미다. 허태열 청와대비서실장 내정자도 인선 발표 뒤 현안을 묻는 기자들에게 “귀는 있는데 입은 없는 게 비서 아니냐”며 전형적인 비서형 스타일을 드러냈다. 허 내정자 역시 뚜렷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이 아닌 ‘입이 무거운 참모형 정치인’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러한 내각 구성을 볼 때 남은 수석들에 대해서도 박 당선인은 ‘예스맨’을 골라서 선정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조언을 하는 참모가 아닌 지시를 따르기만 하는 참모만 필요로 하는 게 아닌지 앞으로의 박근혜 정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전문성 강조? 관료·전문가 중심 내각은 과거 모델

박근혜 정부의 내각 구성 중 가장 큰 특징에는 관료나 해당 분야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 그룹의 발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무려 14명이 관료·전문가 출신으로 국정운영의 전문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선 때 공약했던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거나 집권 초반 과감한 변화를 꾀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이다. 일각에선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관료주도형 개발 모델’을 참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관료직 내각 인사로는 국무총리 후보자에 내정된 정홍원 지명자가 있다. 40년 넘게 법조계에 몸담은 정통 법조인으로 대전지검·광주고검 차장섬사, 부산지검 울산지청장을 거쳐 1999년 대검찰청 감찰부장을 지냈으며 이후 광주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장을 역임했다.
외교수장관 후보자인 윤병세 내정자도 외무부 북미1과장과 주 미국 공사 등을 역임하는 등 30년 동안 외무부에 몸담은 ‘외교통’으로 불린다. 박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 분야의 핵심 브레인으로 평가 받으며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지목됐다.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서남수 내정자는 특히 교육관료 출신이 교육 장관으로 처음 내정됐다는 점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20년 넘게 공직 재직해 교육부 학무과장·교육정책총괄과장·교육정책기획관·대학지원국장·차관보 등을 거쳤다.
대표적인 전문가 인사로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으로 김종훈 벨 연구소 사장이 있다. 존스홉킨스대와 메릴랜드대를 졸업한 뒤 네트워크장비업체인 유리시스템즈를 설립했고, 이후 루튼스(현 알카텔-루튼스)에 11억 달러에 매각하는 ‘벤처기업의 신화’를 썼다. 포브스가 선정하는 ‘미국의 400대 부호’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이후 루튼스 사업부문 사장과 메릴랜드대 교수를 거쳐 벨 연구소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로써 빵빵한(?) 실무진으로 구성된 내각이 완성됐다. 하지만 정치력을 배제한 전문성에만 너무 치중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박 당선인의 신중한 결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쓴 사람 또 쓰기’ 몇 탕까지 우려먹나?

박근혜 정부의 내각 선정에는 역시나 인수위에서 함께 일해 온 이들이 포함됐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온 인사들의 재기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두 차례 인선에서 보여준 ‘쓴 사람 또 쓴다’라는 용인술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또한 인수위뿐만 아니라 친박계 인사들 또한 박 당선인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안전행정부장관으로 내정된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은 친박계 의원으로 2004년 총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2005년 박근혜 당선인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에 발탁되며 일찍이 측근으로 부상했다. 박 당선인은 친박계 인사를 대거 배제한 대통령직인수위에서도 유 내정자에게 취임식준비위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겨 거듭 신뢰를 드러내 새 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도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진영 새누리당 의원 역시 지난 2004년 박 당선인이 한나라당 당 대표로 재임할 당시 비서실장을 지내며 한때 박 당선인의 ‘복심(腹心)’으로 통했었다. 진 내정자는 한때 당내 친박계 인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며 ‘탈박(脫朴·탈박근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지난 대선 때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과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잇달아 발탁되며 박 당선인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여성가족부장관으로 내정된 조윤선 후보자도 19대 총선 선대위 공동대변인·박 당선인의 대선후보 경선캠프 대변인·당 대변인 겸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역임했다. 또한 인수위 활동기간 동안 당선인 대변인을 맡으며 박 당선인의 ‘입’으로 주목을 받았다.
2대에 걸친 인연을 맺은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서승환 내정자도 빼놓을 수 없다. 서 내정자는 육군사관학교 1기로 박정희 대통령 당시인 1969~1972년 육군 참모총장을 지냈고 1973~1977년에는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박근혜 당선인 캠프에서 주택·부동산 정책 TF(태스크포스) 단장을 지냈다.
이밖에도 앞서 언급한 외교부장관에 내정된 윤병세 후보자도 공직에서 물러나 있을 당시 박 당선인에게 몇 차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조언을 해주며 인연을 맺었다.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로 출범한 국가미래연구원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공식적인 외교안보 조언그룹에 속했고 인수위에서도 외교국방통일 분과 인수위원을 맡아 외교부장관, 국가안보실장 등의 하마평에 수시로 올랐다.
청와대비서실장으로 내정된 허태열 새누리당 의원 역시 박 당선인과 오랜 신뢰 관계를 형성한 친박계의 원조급이다.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가 대립하던 2008년에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당선돼 친박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구성은 ‘밀봉인사’ 덕택에 주위에서나 언론에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은 거의 기용되지 못했고 친박계의 깜짝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전무·실무형을 우선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읽고 있는 인사를 중심으로 인선을 마무리 했다는 평가는 어쩔 수 없다.

 

‘대탕평 인사’ 이대로 실패?…호남 소외 여전

박근혜 정부의 내각 선정 가운데 호남출신 인사는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전남),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전북) 등 두 사람 뿐인 것으로 확인돼 이를 지켜보는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역대 정권의 인선 결과와 비교해 인색할 정도로 적게 배정된 것. 박 당선인이 강조하던 ‘국민대통합’에는 거리가 있다는 관측이다.
역대 정권의 인선 결과를 보면 지난 1998년 출범한 문민정부 김영삼 정부 첫 내각에서는 영남 8명, 호남 6명, 충청 4명으로 지역안배에 힘썼다. 김대중 대통령 ‘국민의 정부’ 첫 내각 또한 호남 5명, 충청 4명, 영남 5명, 서울·경기 2명 등으로 ‘DJP 연합’에 따른 정권창출 결과 호남과 충청,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다수를 차지했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에서는 부산·경남 출신 4명과 대구·경북 출신 3명으로 영남출신이 7명에 달했다. 호남이 4명, 충청 2명, 서울·경기 3명, 강원과 제주, 평양 출신이 1명씩으로 권역별 균형을 중시한 인사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도 지역 안배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이지만 영남출신의 우위 현상이 뚜렷한 편이다. 영남 출신은 대구·경북 3명, 부산·경남 2명 등 모두 5명이고 호남출신은 2명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시작된 호남소외는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내각 구성원의 출신지역을 보면 서울 수도권 7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남지역이 4명, 인천이 2명, 충청지역과 호남지역이 2명 순이었고, 강원·제주지역은 전멸이다. 혹자들은 진영, 방하남 내정자를 호남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출생지는 서울이고 부친의 고향이 호남일 뿐인데 보수 언론들이나 박 당선인 측근들이 호남지역으로 세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육법관’(육사·법조인·관료), ‘서연관’(서울대·연구소·학회·관료)이란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난을 어떻게 비켜나갈지가 주목된다. 또한 박 당선인 스스로 주변에는 '인재 풀'이라 자신감을 피력했었는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에 발목 잡히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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