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안사ㆍ보림사 국보 철불 금박 제거키로
강원 철원군 동송읍 도피안사(到彼岸寺) 소장 철조 비로자나불좌상(鐵造毘盧舍那佛坐像)과 전남 장흥군 유치면 보림사(寶林寺) 소장 철조 비로자나불좌상은 여러 가지 점에서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 불상 재료를 나타내는 철조(鐵造)라는 문화재 지정 명칭이 시사하듯이 쇠를 녹여 주조했으며, 무엇보다 주조 연대가 확실하다. 즉, 도피안사 철불은 불상 뒷면에 신라 경문왕 5년(865)에 만들었다는 글이 새겨져 있으며, 보림사 철불은 불상 왼팔 뒷면에 신라 헌안왕 2년(858)에 무주장사(지금의 광주와 장흥) 부관인 김수종이 시주해 만들었다는 금석문을 남기고 있다.
불과 8년의 시간 격차를 두고 탄생한 통일신라시대 말기 철조 불상들인 셈인데, 제작 연대가 확실하고 이 시대 불교미술사나 불교사상을 이해하는 데 더없이 소중한 자료여서 모두 국보로 지정돼 있다. 도피안사 철불은 1962년 12월 20일에 국보 제63호가 됐으며, 보림사 철불은 이듬해 2월 21일 국보 제117호로 등재됐다.
하지만 이 철불은 외부에 내놓고 자랑하기는 힘든 공통점도 아우르고 있다.
철불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현재는 금불(金佛)이라는 사실이다. 이 두 불상은 언뜻 보아 금불 혹은 금동불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주는 까닭은 금박을 입혀 놓았기 때문이다.
목조불이나 청동 혹은 철불에다 금가루를 발라 착장케 하는 불교 의식을 다시 금으로 입힌다는 뜻에서 개금(改金)이라고 하는데, 이번에 해인사 법보전 소장 목조 비로자나불상 복장(腹藏. 복부)에서 이 불상이 중화(中和) 3년(883)에 제작됐다는 묵서(墨書)가 검출된 것은 바로 개금을 하는 과정에서였다.
종교의식 측면에서 얼마든 개금할 수 있으나, 이를 문화유산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원형 훼손 행위에 해당될 수도 있다. 도피안사와 보림사 철불 또한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돼 조만간 금박을 제거하기로 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원형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국보들인 이들 두 비로자나좌상을 철불로 환원하기로 결정했다"고 7일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연웅 문화재청 동산문화재과장은 "이런 방침은 이미 지난해 12월에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확정됐으며, 올해 중으로는 금박 제거를 하기로 했으나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내년에 시행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관련 지자체인 강원도와 전남에 대해 철불 복원을 위한 내년 예산을 책정해 올리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금박 제거를 위해 문화재청은 관련 문화재위원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팀 관계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이를 통해 철불 환원 작업을 지휘하기로 했다.
관련 사찰들이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도피안사 철불은 1988년 6월 20일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개금 작업을 했으며, 보림사 철불은 98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금박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늦어도 내년이면 이들 두 국보 철불 비로자나좌상은 금박 이전 모습대로 철불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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