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과 대한제과협회의 갈등은 지난 5일 동방성장위원회가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며 반발했고, 제과협회는 SPC가 가맹점주를 조종해 소송을 한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증거로 SPC에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되는 등 첨예한 대립양상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SPC가 동반위 권고를 수용한다고 공개 발표했다.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과협회, 공정위에 SPC 제소
“소송 너네가 조종했지?”
그러나 골목상권을 보호하고자 한 동반위의 결정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에게는 가혹했다. 동반위 최종결정을 전날인 4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자 대한제과협회 회원들로 구성된 프랜차이즈자영업자생존권보장비상대책위원회는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을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들고 일어섰다. 제과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의견은 묻지 않고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부당함을 토로했고,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프랜차이즈 제과점주의 다수가 IMF와 금융위기의 실직자로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 아래 창업됐다. 서민 중의 서민이고 현재의 점포가 없으면 또 실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13일 제과협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파리크라상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파리크라상이 가맹점주들을 조종해 협회를 상대로 시위 및 소송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 제과협회의 주장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의 소송에 대한 맞불이라는 시각이 강했다.
제과협회는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증거자료로 내놓으면서 SPC그룹을 압박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 본사직원은 가맹점주에게 “지난번 동반위 앞 시위가 인원이 적어서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집회가 될 듯 합니다. 내일 1시 반 본부 당 100명 이상씩 총 400명 이상이 모여 항의할 예정입니다. 많은 점주님들이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입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또 다른 글에는 “추가 대응을 위해 아래와 같은 비대위 요청이 있었다”며 “협회비 반환청구소송 확대를 위해 회사조직(SV)을 활용할 예정이오니 적극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금일 이후로부터는 협회비를 납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제과협회가 공개한 자료만 보면, SPC그룹과 비대위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적 없는데?
제과협회의 주장에 SPC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가맹점주들의 활동에 대해 지시를 내린 것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SPC그룹은 “제과협회에서 증거자료로 제시한 문자와 이메일 등을 보면 회사에서 직접 지시한 것이 없다”며 “비대위는 동반위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추진으로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가맹점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것으로 가입비 및 협회비 반환소송과 제과협회 회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도 가맹점주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자메시지는 집회 당일 보내졌고, 파리바게뜨 본사에서 운영시스템으로 보낸 공문과 가맹점들에게 보냈다는 장려금 지원문자는 비대위의 요청으로 협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PC그룹은 “제과협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자료들은 자의적으로 해석한 억측에 불과해 일절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며 “제과협회의 의도대로 제과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 갈등을 조장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나 제과협회만 SPC그룹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도 SPC그룹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겠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여기다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오는 3월 10일 총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SPC그룹을 향한 골목상권 연합전선이 형성된 것이다.
동반위도 SPC그룹을 압박했다. 지난 14일 유장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0차례에 가까운 논의 과정을 거쳤고, 최종회의에서 위원들의 합의가 도출됐다”며 “소수의 업체가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다. 시간을 갖고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제과협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SPC그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SPC그룹 측은 “동반위 결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거부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없었고 법적대응을 하고 있지도 않다”며 “제과협회가 파리크라상을 제소했던 것은 동반위의 권고안과는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반위가 제과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것을 번복하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음에도 제과협회와 SPC그룹의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19일 제과협회에서 SPC그룹의 주장을 재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제과협회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무분별한 확장이 자제될 경우, 가맹점들에게는 매출 향상·권리금 상승 등의 이익이 발생한다”며 “가맹점주들이 자발적으로 시위와 소송제기 등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단체행동을 펼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어 ‘문자메시지 내용이 잘못됐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SPC그룹은 직원이 문자를 보냈다는 것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예정된 집회는 당일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대위에 협조요청이 있었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그 자체가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단체행동을 조장, 개입한 것”이라고 각각 지적했다.
반박이 거듭됐고 일촉즉발의 싸움이 계속됐다.
SPC는 동반위 권고안을 수용했다.
갈등은 언제쯤 끝날까.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SPC그룹 측 파리크라상이 “향후 국내에서는 동반위의 권고를 최대한 준수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한 “가맹점주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국내 제과제빵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할 것”이라며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가 결정된 상황에서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유감스럽다.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PC그룹의 ‘동반위 권고안 수용’ 발표를 두고, 제과협회와의 마찰로 SPC그룹이 골목상권 보호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데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록 SPC그룹이 동반위 결정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적은 없지만, ‘동반위 권고안 수용’을 공개화해 최근 논란에서 한발 물러서고자 했다는 것이다.
SPC그룹이 제과협회에 손을 내밀었지만, 사실상 갈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갈등의 당사자인 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 간 관계회복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갈등이 지속되는 한 SPC그룹도 시끄러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놓고 벌이는 생존권 싸움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