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 백세주 매출 추락에 "도매점 너네가 책임져"
국순당, 백세주 매출 추락에 "도매점 너네가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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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위 남용해 도매점 계약해지 강요에 불공정 행위까지

 
국내 약주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국순당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도매점들에게 일방적으로 물량공급을 축소하고 영업을 방해하는 등의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국순당이 도매점 정리계획에 따라 일방적인 물량공급 축소와 계약해지, 판매목표 강제 등의 법 위반행위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순당은 지난 2009년 2월 백세주의 매출이 하락하자 도매점 정리계획인 H-Project를 수립해 당시 총 74개 도매점 중 23개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선정 기준에는 매출뿐 아니라 본사 정책 이행 등도 포함됐다.

이에 수도권 소재 24개 도매점들이 협의회를 결성해 국순당의 정리계획에 반발했다. 그러자 국순당 측은 “도매점협의회에 참여하면 도매점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서약서를 강요해 협의회 탈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특히 마포, 은평 도매점은 당초 정리 대상이 아니었으나 수도권협의회에 참여했다는 이유 등으로 퇴출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자사소속 인턴사원 등을 동원하여 도매점 영업구역에서 핵심거래처를 뺏는 등 영업방해를 하고 동시에 백세주 공급을 평소 주문량의 33%~38%수준으로 대폭 감축했다.

국순당은 서울 등 수도권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반발하는 도매점을 대체하는 직영도매점을 신설한 뒤 도매점 영업 포기를 목적으로 퇴출대상 도매점과 거래하는 업소가 직영도매점과 거래하도록 각종 유인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도매점의 경우 “판매목표를 달성 못 하면 도매점 권리를 포기한다”는 각서까지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해지가 가능한 사유에는 ‘대리점 직원의 근무복장 불량이 월 2회 이상 적발될 때’라는 조향도 있었다. 또 ‘도매점이 담당 거래지역 이외에서 영업하면 제품 공급을 중단하거나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이러한 ‘판매지역 제한’은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여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아울러 2009년 당시 국순당이 도매점과 계약을 맺으면서 판매목표가 일정수준에 미달되거나 거래지역 밖에서 영업을 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불공정 행위로 봤다. 국순당은 2011년부터는 문제의 계약서 규정을 수정한 상태다.

공정위는 “백세주 매출감소는 소비자의 기호변화 등 여러 요인이 있는데 매출하락의 책임을 도매점에게 전가하고, 독립사업자인 도매점을 자신의 부속조직처럼 일방적으로 정리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결국, 정리 대상인 23개 대리점은 국순당과의 10여년 관계에도 계약을 해지 당해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해야 했다.

또 “긴밀한 수직적 거래관계에 있더라도 유통업체는 독립적인 사업체들인 만큼 계약관계를 무시하고 일방적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시정조치 이유를 밝혔다.

공정위 서울사무소 고병희 경쟁과장은 “유통업체는 독립 사업체인 만큼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일방적인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는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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