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눈 가리고 아웅’ 속 보인다
롯데, ‘눈 가리고 아웅’ 속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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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몰아주기는 그만, 골목상권 침해는 계속?

롯데시네마가 지난 25일 영화관 매점사업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매점 운영권을 가졌던 곳은 오너일가의 회사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출범을 맞아 발표된 점을 들어 ‘롯데의 몸 사리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오너일가의 불법·사익편취행위 근절 등 경제민주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사정이 어찌됐든 이 같은 결정을 통해 롯데는 모범 대기업으로서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직영점의 이면·드럭스토어 시장진출을 감안할 때, 마냥 칭찬하기는 어렵다. 경제민주화와 썩 부합하는 행보는 아니기 때문. 결국 대기업의 조삼모사식 운영이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오너일가가 하던 매점사업, 이제부터는 직영점 체제
골목상권 침해는 계속된다? 드럭스토어 진출에 시끌

 롯데쇼핑 롯데시네마본부는 지난 25일 전국 직영 영화관의 매점을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 52개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가졌던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 관계사들과 계약을 해지한다는 얘기였다.

오너일가 회사, 계약 해지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안녕할까

롯데의 계약해지 소식이 들리자 이목이 집중됐다. 이 관계사들은 그동안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오너일가의 회사이기 때문이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씨(57.8%)와 막내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42.1%)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또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분 28.3%를 보유해 최대주주고, 신 이사장의 세 자녀 장혜선·선윤·정안씨가 지분 7.6%, 5.7%, 5.7%를 각각 가지고 있다. 그동안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은 유원실업이 서울·경기 30여곳,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수도권 제외 전국 14곳, 8곳을 나눠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회사들은 매점 운영을 통해 연간 수백억원대 매출을 달성했고, 원가가 낮은 팝콘·콜라의 특성상 매출은 고스란히 수익으로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특히 오너일가에게는 배당금 명목 하 짭짤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신 이사장의 경우, 시네마통상에 1억 7300만원을 투자해 배당금으로만 23억 7000만원을 받는 등 연간 66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오너일가가 알짜배기 사업을 포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 롯데가 박근혜 정부를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오너일가 불법·사익편취행위 근절 등 대기업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일 것을 예고한 바 있기 때문. 이에 롯데가 일감몰아주기 대표사례로 지목되는 해당 회사들과의 관계를 끊어 논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요구는 무리?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오너일가 회사와의 관계를 롯데가 알아서 청산했다는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직영점 전환이라는 선택을 아쉬워하는 시각 또한 많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차단하는 동시에 경제민주화와 부합하는 방안을 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롯데는 지난해 생계형 서비스업에 가장 많은 계열사가 진출한 기업으로 꼽히고, 자영업자들로부터 불매운동을 당하는 등 골목상권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온 기업이다. 영화관 매점도 팝콘·콜라 등이 주요상품인 특성상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빚은 바 있다. 따라서 직영화보다 소상공인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더라면 모양새가 좋았을 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롯데는 최근 드럭스토어 시장진출 소식도 전했다. 이 또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드럭스토어는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을 취급하는 복합점포로 한국식은 잡화점 이미지가 강해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과 달리 이를 규제할 방안은 없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해부터 태스크포스팀(TF)을 꾸려 3~4월에 드럭스토어 1호점 개점을 목표로 두고 있다. 홍대입구역 부근에서 1호점을 개점할 것이라는 얘기는 돌지만, 상호 등 정확한 정보가 알려지지는 않은 상태다.

물론 롯데 외에도 삼양 등 드럭스토어 시장을 노리는 기업은 많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롯데에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는 이유는 국내 유통업계 1인자 롯데가 탄탄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상당할 파급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는 이미 대형마트 등을 통해 생필품부터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시장까지 진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는 “홍대도 1호점 개점을 검토 중인 곳 중 하나고, 드럭스토어의 상호나 컨셉도 정확히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드럭스토어 시장 진출이유’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정리되고 말씀드리겠다. 다만,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꼈다.

한편, 롯데에게 골목상권 침해논란은 꼬리표처럼 붙은 말이었다. “유통업에 주력하는 사업특성 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롯데 측 해명이지만,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국감에 출두하지 않은 일과 결부시키는 시각도 있다. 당시 국회가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문제에 대한 증인으로 신 회장을 소환했으나 신 회장이 외국출장 등 이유로 두 차례 불응했던 것.

이와 관련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골목상권 침해논란을 받고 있는 유통기업 오너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취지도 있었을 텐데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며 “골목상권 보호에 낮은 관심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느냐. 오너의 이러한 마인드가 지속된다면 롯데가 골목상권 침해논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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