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 아웃도어 가격의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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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 빼먹는 고어텍스 소재 아웃도어, 거품의 원인은?

 ‘고어텍스 제품, 기본 가격이 50만원 이라니! 등골 브레이커!’
소재 독점 기업, 판매 독점 기업, “거품 이는 소리가 들린다”
유통점의 판매수수료 35%에 달해…유통구조 개선방안 필요

 

우리나라에 산지가 많은 탓일까. 국내 등산객 수가 18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와 더불어 아웃도어(outdoor)시장 매출 규모 또한 3조 원대를 돌파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유행처럼 아웃도어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어 ‘등골 브레이커’라는 악명이 생기기도 했다.
고가의 아웃도어 제품들은 ‘고어텍스(Gore-tex)’라는 특수한 재질로 제작돼 있다. 방풍·방수 기능과 땀을 배출하는 투습기능을 가진 특수한 소재로 일반 소재보다 20~30% 비싼 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아웃도어 시장에서 고어텍스 제품의 ‘거품’ 논란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제조사와 판매사의 가격 담합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공정위 조사, 가격담합·불공정거래 등 혐의 포착돼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 거품 논란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어사(한국법인 고어코리아)’를 비롯해 아웃도어 업계 전반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시작해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고어텍스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제품의 유통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된다.

4일 유통·의류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2월 미국계 소재 업체인 고어코리아와 아웃도어 업계 3위권인 노스페이스·코오롱스포츠·K2 등을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 대상을 블랙야크·밀레·네파·아이더 등 10위권으로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어텍스 제품과 관련한 가격담합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필 것으로 알려진 이번 조사에 대해 공정위는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에서 고어사가 원단을 국내 업체들에게 사실상 독점적으로 납품하면서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를 포착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어사가 배타적 라이선스를 이용해 경쟁사의 소재 사용을 방해했는지도 확인 중에 있다. 현재 고어사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시장 지배적 위치 남용 혐의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정위의 가격담합 여부 조사 중 일부 아웃도어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고어텍스 제품 등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로 서로 입을 맞춘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업체들은 대리점들에게 판매가격을 정해준 뒤 그 이하로 할인해서 팔면 불이익을 줌으로써 공정거래법상 금지된 재판매가격유지 행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어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격 거품 논란의 중심에 선, ‘고어텍스 제품’

등산, 극한 지역 등에서 주로 사용되던 아웃도어 제품이 어느덧 일상생활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단순히 기능만을 중시했던 과거와는 달리 가볍게 외출시에 입어도 좋을 만큼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승부하고 있다. 전문산악인 등을 떠올리던 이미지 역시 많이 사라져 이제는 국민 일상복으로 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복합적인 기능제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아웃도어 제품의 가격 역시 동반 성장(?)을 하고 있다. 특히 고어텍스 재질로 만들어진 제품은 ‘기본이 50만원’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가격대가 상당히 높다. 고어텍스를 소재로 생산된 국내 최고가 아웃도어 제품은 코오롱스포츠가 선보인 ‘라이프텍 세트’로 다운점퍼를 포함한 가격이 130만원이다. 코오롱스포츠와 더불어 아웃도어 빅 3로 불리는 노스페이스, K2 등도 고어텍스를 기반으로 한 고가 아웃도어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라푸마·블랙야크·밀레 등 주요 아웃도어업체가 생산하는 아웃도어 제품도 고어텍스 소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 업체가 생산하는 가을·겨울 재킷의 고어텍스 의존율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능적인 면에서나 디자인적인 면에서나 과거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고어텍스 기능은 인정하면서도 소재 값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한다. 고어텍스를 쓰지 않은 등산복과 비교해 품질과 기능에서 별 차이가 없는데도 지나친 브랜드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방수·방풍·투습 등의 복합적인 상황의 충족과 바늘땀 부분의 방수 등 소재의 기능향상의 극대화를 위해 구조자체부터 신경 쓴다. 또한 기능성 강조 운동복과 달리 극한 상황서 생존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고 브랜드와 품질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발생한 비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무조건 비싸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원가구조를 봐야 한다”며 “의류의 경우 제조원가가 일반적으로 10~15% 정도 차지하는데, 고어텍스 제품은 30~40%로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아웃도어 업계 측의 의견이다.

가격 논란의 쟁점은? ‘유통구조의 거품’

공정위의 숨 막히는 조사에 아웃도어 업체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의류 값은 원단 가격뿐만 아니라 생산단가, 유통비용 등의 종합적인 측면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원단가격만을 놓고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문제는 유통구조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측이 말하는 유통구제의 문제는 생산자와 판매자가 달라 유통 경로 자체가 한 단계 더 늘어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브랜드 같은 경우 국내 총판권을 갖는 수입업자가 도매마진을 붙이고 대리점에서 또 다시 소매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국내에선 수입 가격의 4~5배 이상으로 팔리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제품을 수입해오지 않는 국내 브랜드도 수입 브랜드를 따라 도매 마진이 붙는 고가의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해외보다 비싸게 가격이 형성된 이유는 아웃도어만의 문제는 아니고 국내 의류패션 유통 전반에 걸친 문제로 이와 함께 부동산 임대료, 백화점 수수료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계에서 밝히는 가격 책정 방식은 통상 생산원가의 3.5~4.5배수로 책정된다. 80만 원짜리 재킷이라면 20만 원이 생산원가라는 것이다. 생산원가엔 다시 원단비(고어텍스 프로쉘3 레이어 기준) 3만5000~4만5000원, 원부자재비 2만~3만원, 공임비 4만~5만원, 물류비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직원 급여, 광고비, 매장 인테리어비, 운영비 등으로 10만 원 정도가 책정돼 30만원 정도다. 그리고 나머지 50만원은 백화점 수수료와 숍매니저 비용이다. 통상 백화점 수수료는 판매가의 35% 선이고 숍매니저 비용도 판매가의 10~20%를 브랜드 업체에서 지출해야 한다. 아웃도어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사업을 전개하려면 백화점 입점이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이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도소매 비용이 추가되고 마진은 전체 가격의 10%대로 책정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고가 발생하면 이익이 줄어들게 된다. 그래도 이들 아웃도어 업체가 수수료가 30~35% 정도 되는데도 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이익이 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 거품 논란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유통구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백화점 등 대형 유통점의 판매수수료와 숍매니저 비용을 아웃도어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수수료 인하안 마련 등 정책적인 뒷받침을 통해 가격 인하를 국가 차원에서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업체 입장에서는 직영점에서도 백화점과 동일한 가격 정책을 펼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해 백화점용, 직영점용 등 유통채널별로 아이템을 다양하게 내놓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업체들의 상술에 소비자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기도 한다. 통상 아웃도어 업체들은 최고가 제품들을 소량으로 내놓는다. 기능성을 강조하지만 실상은 고가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업체 또한 다양한 목적에 맞는 여러 가격대의 제품을 내 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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