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사랑과 착취의 심리- 사랑은 없다
신간-사랑과 착취의 심리- 사랑은 없다
  • 전명희
  • 승인 2005.07.11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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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동안 임상사회복지사이자 심리치료사로 일해온 저자가 현대인들이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고통과 혼란의 원인이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있다고 규명한 책.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친구, 연인, 부모, 혹은 직장 상사 및 동료 사이. 오히려 우리 관계는 완벽해 보이고 서로 정말 잘해주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때때로 상대로부터 멸시당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상대가 자기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우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나르시시스트이기 때문이다 갓난아이보다 더 어린애처럼 굴면서 아내를 괴롭히는 남편, 상대방의 감정에는 관심조차 없고 사랑을 받기만 원하는 연인, 딸의 신용카드를 함부로 쓰고 당연하게 여기는 엄마, 가정 같은 직장을 내세우며 부하 직원의 사생활까지 침해하는 상사 등. 우리는 누구나 이런 나르시시스트를 한둘 이상은 알고 있다. 언제나 타인과 경쟁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이 매혹당한 상대방의 매력을 시기하게 되고 자신을 다시 높이기 위해 상대를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얽어매고는 상대를 깔아뭉개며 자신의 우월감을 충족하고 특별한 복종과 숭배를 요구하는 것이다. 간혹 기대가 좌절되거나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를 내세우면 나르시시스트들은 엄청난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래서 때때로 우리는 풍파를 일으킬까 두려워 그들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준다. 도대체 왜 내가 그런 사람에게 휘둘리게 된 것일까? 내가 잘못한 게 많은 것일까? 나르시시즘은 원래 누구나 유년기 초반에 거치는 정상적 단계이다. 건강한 나르시시즘은 긍정적인 자기인식에 도움을 주고 자기계발의 원동력이 돼 우리도 하여금 좀 더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해준다. 문제는 '자기애성 인격장애'라 불리는 건강하지 못한 나르시시즘이다. 이 경우 △뻔뻔함으로 위장되는 수치심 △나와 남의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는 이기심 △타인을 무조건 깍아내리는 오만한 △근거 없는 멸시로 나타나는 시기심 △현실을 왜곡하는 마법적 사고 △끝없는 착취 △제멋대로 자격 부여하기 등 7가지 심리적 특징이 보여진다. 이 중 하나라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치명적 나르시시스트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있거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르시시즘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더이상 나르시시스트로부터 상처 받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자존감을 회복해야 하며 나르시시스트들과 싸우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고 분명하게 경계를 정하고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부모들이야말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저자 생각이다. 출생 직후부터 5년 동안이 아이의 나르시시즘 여부를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관계로 고민하고 있는 일반인 뿐 아니라 자녀가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샌디 호치키스 지음, 이세진 옮김. 교양인, 272쪽,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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