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24일 실시되는 서울 노원병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전 교수의 출마에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측의 반발뿐만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냉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야권 전체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림이 오히려 서울 노원병 출마를 비판하는 목소리로 돌아오자 당혹감마저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초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다는데 대체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4·24 재보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고민도 깊어지며 복잡한 셈법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安측 “ 이해할 수 없다”, 노회찬 대표 “구태정치”
野측 반발 높아…부산 영도 출마지역으로 급부상
민주당 등 야권, 安출마 저울질하며 복잡한 셈법 시작
야권, 安 부산영도 출마 희망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보궐선거와 관련 “우리가 제1 야당인데 후보를 안 낸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후보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안 전 교수가 꼭 출마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면 부산 영도 출마가 매우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고 했다. 같은 당 강기정 의원도 “당연히 후보를 내야하고, 지도부는 후보를 내는 걸로 하루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노회찬 대표 측은 더욱 더 거센 발언을 이어갔다. 노 대표는 “동네 빵집으로 어렵게 이룬 상권에 대기업 브랜드가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불교방송 <고성국의 아침저널>,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등에 출연해 안 전 교수의 출마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출마 양해 전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안부와 덕담 수준의 얘기들이 있었고 노원병 출마 문제나 양해 문제는 언급된 바가 없다”며 “저에게 양해를 구했다면 솔직하게 제 생각을 말씀드렸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노 대표는 “어디에 누가 출마하는지는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일 수 있으나 기자회견을 잡아 놓고 1시간 반 전에 저한테 전화해서 간단히 통화한 뒤에 마치 양해를 구한 것처럼 각본을 짜 맞추는 것은 새 정치가 아니다”라며 “저희들로서는 하고 싶지 않은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노 대표는 “여기는 진보정의당에서 후보를 내기로 공식적으로 결정한 지역이고, 저희가 어렵게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탈환했던 지역이다.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한 유권자들의 뜻을 묻는 것이 이번 선거의 주요한 성격이 되고 있다”며 “안 교수가 오지 않더라도 야권 의석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여기는 안 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4.24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야권 후보가 다 정해지진 않았지만 안 교수가 출마한다면 야권 후보 중에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인데 그럼 가장 어려운 곳에 나갈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안 교수가 노원병에 출마한다면 야권의석을 늘이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의미부여가 미미한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표는 또한 “야권단일화라는 것은 서로의 존중과 신뢰가 바탕이 될 때, 단일화에 대한 명분이 분명할 때 가능한 일”이라며 “최근에 벌어진 과정은 신뢰나 존중에 대한 회의감을 갖게 만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천호선 최고위원도 이에 대해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유력 대통령 후보가 야당에 협력하고 서로 배려해야 한다는 개념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안 전 교수를 비판했다.
이런 주장은 안 전 교수의 부산 영도 출마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산으로 가면 여권을 흔들 수 있지만 노원으로 가면 야권을 흔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김영환 의원은 “안 전 교수가 지난 대선 때 양보하고 문 전 후보를 위해 뛰었던 분이기 때문에 그분이 직접 선거에 출마한다고 할 때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은 정치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안 전 교수 측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安 측 “야권 반대 이해할 수 없어”
안 전 교수 측은 노 대표 등 야권의 반대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안 전 교수 대선캠프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조광희 변호사는 “노 공동대표와 진보정의당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하고, 노 공동대표에 대해 적용된 사법부 판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노 공동대표가 그 지역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은 그 분이 워낙 훌륭한 정치인이라 그렇게 된 것이고, 자신의 재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적 노선이 다른 후보가 출마하는 것을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조 변호사는 노원병에서의 야권 후보 단일화 전망에 대해서는 “안 전 교수의 출마 결정이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며 안 전 교수 측 인사들의 부산 영도, 충남 청양ㆍ부여 등 다른 4월 재보선 지역 출마 여부에 대해 “약간의 논의는 있었는데 아직 안 전 교수가 외국에 있다 보니 귀국 후에 출마 여부 등이 정리될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부산 영도 등으로 안 전 교수가 출마지역을 바꿀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안 전 교수 측의 한 측근은 ‘귀국 후 지역구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안 전 교수는 자신의 정치를 통해 미래정치의 과제들을 차근차근 실행하는 과정 속에서 노원병 출마를 굉장히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노회찬 대표의 의원직 상실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재벌개혁, 검찰개혁, 사법정의가 얼마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인가를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며 “노 의원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노원병에 나오는 모든 후보들이 다 계승하고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안 전 후보가 부산 영도에 출마해 새누리당 김무성 전 의원과 맞붙어 지역구도를 타파하려는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부분과 관련, “문재인 후보가 4·11총선 때 이미 노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해 선거에서 이겼고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통해 확장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실험은 아직도 중단된 것이 아니다”라며 “안 전 후보보다는 문 후보가 그런 부분들을 계승해 성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安 측, 여론조사 향배에 촉각
안 전 교수 측이 당혹감을 나타낸 것은 안 전 교수 출마에 대한 여론의 향배가 생각보다는 부정적이라는 데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안 전 교수의 출마를 반대하는 여론(46.0%)이 찬성하는 여론(34.1%)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지정당별로 새누리당 지지층은 66.7%가 출마반대를, 찬성은 15.3%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은 50.5%가 찬성, 34.0%가 반대 의견을 나타냈고, 무당파 층에서도 찬성 52.2%, 반대 22.9%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의 찬성 의견이 각각 46.8%, 39.8%로 반대 의견(35.7%, 37.0%)보다 많았지만 40대에서는 반대가 47.3%로 찬성(37.2%)보다 높았고, 50대는 찬성 26.6%, 반대 54.9%, 60대 이상은 찬성 21.2%, 반대 54.3%를 기록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이나 한 듯 안 전 교수의 대선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지낸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이례적으로 보도 자료를 내고 안 전 교수의 출마 배경을 밝혔다. 송 의원은 “안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시작하기 위함”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전국적 차원에서 다시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서울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또 “지금까지 야권은 대안과 비전이 아닌 반여 후보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건 ‘반대의 연합’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요구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정치도, 거대 여당을 뛰어넘는 대안 세력의 성장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 할 것 없이 안 전교수의 출마에 시선을 집중하는 이유는 그가 가진 정계개편의 폭발력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단적으로 정치권에서는 그가 출마하면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국회에 들어가면 민주당 이탈세력과 교섭단체 구성 등 안철수 식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 때문인지 그의 정치재개는 환영하고 있지만 속내는 불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대선에서 문 전 후보를 밀었던 그를 상대로 노원병에 후보를 내기가 생각처럼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노원병에서는 현재 정동영 상임고문과 임종석 전 의원, 박용진 대변인, 이동섭 지역위원장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