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관련, 민주통합당이 ‘보이콧’ 입장에서 개최 쪽으로 선회하려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최대 논란은 무기중개업체 고문과 위장전입 등 각종 의혹이다. 이로 인해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위장 전입·위문금 (개인)통장 꿀꺽·땅 투기 의혹 등
김병관 “의혹 대부분 오해·왜곡서 비롯…사퇴 안해”
17명 장관 후보자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고 있는 인물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 야당은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퇴역 후 무기 중개업체 고문 활동 및 땅 투기 의혹, 2010년 천안함 폭침 다음날과 애도 기간 골프를 친 전력 등 자질과 도덕성 시비에 잇따라 휘말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야당 및 여당 일각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의혹 대부분 오해·왜곡서 비롯”
김 후보자는 지난 1일 자신이 군에서 ‘전쟁 전문가’로 불렸음을 상기시키며 “우리 군을 전투 전문형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저를 아는 선후배들은 ‘전쟁 전문가인 당신이 장관을 맡아 (군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준비가 돼 있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라면서 “군사적 조치나 판단이 제 주특기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 장병 중 외아들이 70%에 달한다”면서 “전투에서의 손실을 줄일 부대 구조와 전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또한 “저에 대한 의혹은 대부분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됐다”면서 “믿고 맡겨 주신 대통령의 지시가 없는 한 자진 사퇴는 없으며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각종 의혹과 관련해 “위장 전입과 2사단장 시절 위문금을 (개인) 통장에 넣은 것은 절차상 잘못이 있었다”면서 “경북 예천지역 땅의 증여세도 안 낸 상태로 있었다”고 일부 의혹에 대한 잘못을 시인했다. 위장 전입에 대해서는 “군 복무기간 중 이사를 29번 했고 두 아들은 초등학교 때 각각 5번, 6번의 전학을 갔다”면서 “당시 관행이라서 그렇게 했지만 돌이켜보면 부적절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는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됐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핵심 의혹으로 제기된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 고문 재직 당시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당 업체에서 로비스트로 활동을 했거나 부당한 일을 했으면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면서 “장관이 되더라도 그 회사를 위해 편향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대장 때 땅 투기 의혹
자신에 대한 의혹은 대부분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김 후보자는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가 1985년 경기도 고양시 9사단 포병대대장 재직 시 정보참모로 재직하면서 부대 근처 땅을 부인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산 신도시 개발로 땅값이 급등하기 전에 군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국방부가 27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 부인 배모씨는 당시 대대장이던 김 후보자가 근무하던 9사단 인근 밭 476㎡를 구입했다. 당시 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묶여 있던 이 땅은 1989년 4월 일산 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서 값이 폭등했다. 이 땅은 이듬해 탄현·중산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돼 1991년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수용됐다.
김 후보자 부인이 얻은 시세차익은 확인되지 않으나 토지 수용 한 해 전인 1990년 공시지가는 ㎡당 7만6000원에서 1년 만에 9만원으로 18.4% 올랐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나중에 집을 짓기 위해 땅을 샀다가 수용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튿날과 정부 애도기간 중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도 확인됐다. 김광진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0년 3월 27일 계룡대 골프장을 이용했고 애도기간(2010년 4월 25~29일)인 다음 달 26일에도 태릉골프장을 이용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6일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다음 달 6일 실시한다는 내용의 계획서를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일단 관련 의혹을 청문회에서 검증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무기중개업체 고문 경력 등을 이유로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심재철 “자고나면 문제 줄줄이 터져”
이렇듯 그동안 김 후보자는 국방부 장관 내정 이후 20여 가지 의혹으로 ‘의혹 덩어리’란 평가를 받아 왔다.
군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 두 아들 증여세 탈루 의혹, 군 공금 유용, 군 전역 후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활동, 천안함 폭침 다음 날 골프 이용 등 그를 둘러싼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고구마 줄기도 아니고 자고 나면 문제가 줄지어 터지고 있다”며 “그간의 20여개 의혹만으로도 용퇴할 조건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지금은 김 내정자가 물러날 때”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같이 여당 내 일부에선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반대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눈치를 보며 침묵을 지키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더라도 김 후보자가 낙마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회 청문회법 상 장관 후보자 지명 후 20일이 경과하면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도 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 김 후보자는 3월 7일 이후에는 언제든지 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 이에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6일 이전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름대로 충분히 검증했고, 당선인 시절 ‘신상 털기식’으로 정작 쓸 사람을 안 쓸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기에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가 난타당한다고 하더라도 장관에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자병법 300회 이상 정독
교육훈련에 접목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부 수장에 임명된 김병관 장관 후보자는 1948년 경남 진해 출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하고 육사28기로 1972년 졸업 후 군에 입문했다.
김 후보자는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군내 대표적 전략·전술가로 한미 군사관계에 정통한 인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는 공고한 한미동맹을 반영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최근 청와대 경호실장으로 기용된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 김관진 현 국방장관과 육사 28기 동기다. 특히 육사 졸업식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육사시절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을 할 정도로 학구파였다고 한다. 후배들 사이에서는 합리적이고 온화한 지휘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생도 시절부터 병서인 손자병법을 300회 이상 정독하고 이를 부하들의 교육훈련에 접목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김 후보자는 육군대학 교수부장, 육군본부 2사단 사단장, 합동참모본부 전력기획부장, 육본 1군사령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 야전 지휘관과 군사 교육·전략·정책 등 다양한 업무 분야를 두루 거쳤다. 또 군 생활 동안 병서와 전쟁사, 작전 및 전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군내에서 ‘병법의 대가’로 이름이 높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미래전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고 어떻게 싸워야 하며 이를 위해 어떤 무기체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평생의 화두로 삼은 분”이라며 “국방분야 개혁방향에 대한 논리적인 대안을 소신 있고 일관성 있게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이행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