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속내는 정권 재창출?
‘연정’ 속내는 정권 재창출?
  • 김부삼
  • 승인 2005.07.1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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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매'는 여당 vs '버티'는 야당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는 탈당?... 연정 파트너는 한나라?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문제를 언급하면서 “최근 논의는 경제와 민생이 제대로 되려면 언젠가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이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해 제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갑론을박은 여전히 평행선이다. 목매는 여권과 버티는 야당, 과연 그들의 속내는 무엇일까? ◆문 의장 "박 대표 안목 있다면 연정받을 것"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과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같은 분이 21세기를 내다보는 선구자적 안목을 갖는 지도자라면 이것(제안)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이날 금강산에서 우리당 당원 수련대회 강연에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은) 국가경쟁력을 높여 미국과 일본에 버금가도록 하자는 것으로 국민통합과 선진조국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장이 박 대표의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한나라당이 전날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에 동의할 경우 총리지명권을 주겠다는 자신의 제안을 일축한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이 구체적으로 박 대표의 이름까지 언급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제시한 연정의 개념은 한나라당을 포함하는 `대연정'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확해졌다. 문 의장은 "아주 중요한 제안을 대통령이 했는데 이를 가볍게 보는 말장난식 논평이 나와 실망했고, (제안을) 싸움으로 보고 희화화하는 것은 최저질의 정치상황"이라며 "안목을 지닌 걸출한 지도자가 야권에 있어야 하고, 용기를 가진 분이 있다면 이것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또 "참여정부의 3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가 통합이고, 노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과 지역구도, 정치개혁 등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이번 제안을 한 것"이라며 연정의 배경에 다른 정치적인 목적이 숨어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도 "여당과 대통령이 총리지명권까지 양보하겠다는 결단을 했는데 야당이 몇 시간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거부의사를 표명하는 것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며 "야당의 태도가 너무 옹졸하다"고 서운함을 나타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우리당 '열린정책포럼'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이같은 뜻을 밝히고 "(문희상 의장은 연정 제안은) 진정성을 가지고 제안하는 것이니 야당도 심사숙고해서 받아달라"며 다시 한번 야당에 연정 러브콜을 보냈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과 대통령이 국가발전을 위해 제안을 했을 때 야당이 심사숙고해서 뭔가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핵심과제에 대한 여당의 제안에 야당이 진지하게 논의해주고 충분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며 야당의 선거제도 개편 재논의를 재차 당부했다. ◆ 박 대표 "연정론, 납득하기 어렵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여권이 제안한 연정 및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민생·경제 올인’으로 맞섰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지방 어시장 상인들을 만나보니 ‘너무 살기 힘들다’며 한결같이 고통을 호소했다”며 “정부·여당은 큰 책임감을 느끼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인데, 오히려 그 반대로 연정이니 권력구조 개편이니 하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고통받는 국민을 앞에 두고 정부·여당이 한다는 얘기가 고작 이거냐”라며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일이고 국민도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해, 여권 제안을 거부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더 민생과 경제 문제에 전념해야 할 것”이라며, △시중 부동자금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막기 위한 금리 인상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와 수도권 규제완화 △부가가치세 인하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 여당은 이런 상황에 누구보다 큰 책임감을 느끼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임에도 그 반대로 연정이니 권력구조 개편이니 얘기만 매일 한다"면서 "야당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경제와 민생문제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민생경제와 거리가 먼 얘기만 여권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무분별한 권력구조 개편과 무질서한 대사면 얘기, 무정책적 2008년 입시문제, 부동산 대책 등이 민생경제와 거리가 먼 방향으로 (제시되면서) 나라를 어수선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는 탈당? 노 대통령의 연정(연합정부) 구상이 야당에 총리 지명권과 내각제 수준의 권력 이양으로 구체화된 이후 여권 관계자들은 야당의‘의구심’을 풀기 위한 조치로 대통령의 탈당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집권층이 총리를 야당에 줌으로써 동거정부를 만든 뒤 궁극적으로 내각제로 권력구조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당 핵심 의원은 11일 “연내에 야당 당적을 가진 장관들이 참여정부 내각에서 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연정이다. 이전 김대중 정권에서 국민회의-자민련 공동정부가 있었지만, 대선 전 DJP 후보단일화에 따른 부산물이었다. 야당 인사의 입각은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군소정당과의 협력을 통한 ‘소(小)연정’만으로도 가능하다. 대통령이 두 정당에 공개적인 자리에서 각료 추천을 요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참모들은 그 이상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의 권한을 놓겠다는 말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다”며 “대통령은 연정을 하겠다는 생각이 강력하며, 이를 위해 우리당 탈당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내외에서 탈당에 대한 상당한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은 평소 거국 중립내각으로 갈 생각까지 갖고 있다”며 “연정구상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그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1 야당인 한나라당에 총리 지명권과 조각권(組閣權)을 주겠다는 구상과 맞아떨어진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총리 후보에 적합한 야당 인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당 박병석 기획위원장이 사견이라고 밝히고 꺼낸 ‘박근혜 총리’에 대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우리당 의원은 “(탈당은)정치권에서 연정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요구되면, 거기에 응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 펄쩍 뛰고 있지만 일단 정치권에서 연정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면 한나라당 에서도 현재와 같은 (거부)반응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연정 파트너는 한나라? 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10일 기자회견 에서 연정 대상에 대해 “일단 제1야당(한나라당)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며, 다른 당과도 가능하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민노·민주당과의 연정만을 생각하는 것은 단견”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연정이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얘기다. 문 의장은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좋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니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만 해도 지역구도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처음 연정이 제기됐을 때는 민주, 민노당을 겨냥한 것으로 봤는데,이제는 한나라당이 주 표적이 된 것 같다”며 “결국 내각제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내년 개헌의 최대 화두는 내각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권 상층부의 움직임을 봐도 내각제 기류는 심상치 않다. 우리당 의원은 “고위 인사 몇몇이 내각제 개헌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거정부의 실험에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경우 반 내각제 여론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데다, 현 정치권의 대권 판도도 내각제를 도입하는데 호기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당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과거에는 야당에 이회창이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대권후보가 있었지만, 지금 여야에는 고만고만한 예비후보들밖에 없다”면서 “이들에게 올 오어 낫씽(전부 아니면 전무)인 대권게임보다는 권력을 분점하는 내각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서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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