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끝난 요즘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을 잃었다. 아니 어쩌면 정치를 입에 담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런데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삼성그룹에서 뒷돈을 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에 출마하기위해 입국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자 노 대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큰소리를 치고 나섰다. 왜 하필이면 노원병이냐. 고향으로 출마해라. 김무성이가 그렇게도 무섭냐 등. 게다가 노 대표의 부인이 대타로 노원병에 출마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이거 참 웃기는 소리가 아닌가. 노회찬 답지 않은 이야기다.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는 것이 노회찬 다운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안 전 교수에게 지역구를 추천한다면 나는 기꺼이 노원병을 추천하고 싶다. 경상도에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정치적으로, 지역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대문제는 동서화합이다. 호남 소외론으로 호남표가 문재인 전 후보를 외면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었다. 왜 실패했는지 충분한 학습효과를 기대해본다.
안 전 교수의 이번 보궐선거 출마는 어쩌면 그에게 정치인생 마지막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수많은 국민들이 그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보냈으나 문 전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결렬은 그 잘못이 누구에게 있든 국민을 실망시킨 과오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노원병 출마는 안 전 교수에게 민심을 달래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새로운 안 전 교수를 보여주는 시작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전 서울대 교수 안철수로 불렸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치인 안철수로 불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를 기회로 강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 안철수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안 전 교수가 4월 재·보선에 직접 출마하기로 한 것은 향후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토대로 신당 창당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로 판단된다. 노원병 이외 4월 재·보선 지역은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으로 여당세가 강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강한 안철수는 피하면 안 된다. 당을 만들진 않았지만 당선가능성이 있는 후보들 중 세밀하게 검증하여 무소속 연대를 꾸려야 한다. 문 전 후보에게는 손수조로, 안 전 교수에게는 이준석을 대항마로 내세운다는 것이 여당의 요즘 전략이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전 교수를 상대로 정권초기 모험을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유력 대권 후보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안 전 교수를 무시하는 그런 정치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대선패배 후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가 갈등의 모습과 청문회에서 무능함을 보이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실망감을 느낀다. 정치력 부재의 시대에 우리 국민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지지자들조차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안철수의 재등장은 여야 정계개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