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가 48억 이라니!” 단단히 사고 친 ‘동아제약’
“리베이트가 48억 이라니!” 단단히 사고 친 ‘동아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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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동아 리베이트 사건으로 불똥 튈까 노심초사
 

동아, “제약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로 리베이트 할 수밖에 없어”
의협, 리베이트 수수사건에 사기죄 고발 등 강경한 대응할 것
강의료·설문조사료 명목으로 리베이트 진행된 것으로 보여

 

의학·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의료관계자는 물론 제약사 관계자, 에이전시 관계자까지 검찰에 소환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검찰은 동아제약 리베이트 관련 수사를 통해 쌍벌제 시행 이후 온라인 강의료, 설문조사료, 병원 홈페이지 광고료 등의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료관계자 총 124명(의사 119명, 병원이사장 1명, 병원사무장 4명)을 형사입건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검찰은 동아제약 측에 약사법 위반을 포함, 협박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까지 재판에 넘겨, 첫 공판이 열렸다. 재판에서 동아제약 측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의 주장이 상이해 다음 달 25일에 열릴 두 번째 공판에 관심이 모아진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사건. 이번엔 국내 최대 제약기업인 ‘동아제약’이 주인공이 됐다. 무려 ‘48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리베이트 수수혐의와 함께 ‘협박’, ‘증거자료 인멸’ 등의 사안이 겹쳐 이미지 회복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쌍벌제 시행에 따라 의료계도 들썩이고 있다.

동아, 리베이트 인정 “어쩔 수 없었다”

지난 12일 피고인 신분으로 동아제약 임원 2명과 전직 임원 1명, 4명의 직원 그리고 회사측 대리인, 모두 8명이 서울중앙지법 재판장에 섰다. 아울러 리베이트 관련 에이전시 관계자 4명의 피고인들도 함께 자리했다.

검찰 측은 “동아제약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 병원 거래처를 상대로 48억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며 “동아제약은 이 사실을 감추려고 내부자를 협박하고 증거 인멸을 시도했으며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 임원을 제외한 4명의 직원 중, 협박 혐의인 A씨(46)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은 B씨(51), C씨(47)가 포함됐는데 동아제약 변호인은 논란이 됐던 ‘협박’과 ‘증거인멸교사’에 대해서도 과장된 면이 있지만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A씨의 경우 동아제약 전(前) 직원을 협박한 혐의로, 2012년 9월 15일 해당 직원에게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말라는 협박을 했고 전(前) 직원에게 ‘검찰수사를 하지 않는 것만이 살길’, ‘이런 식으로 하면 한국에 살지 못하게 할 것’ 등의 협박성 말을 전한 것이 드러났다. 리베이트 정보를 제보한 사람을 전(前) 직원으로 확인한 후 A씨는 그의 집을 방문하거나 휴대전화를 통해 “수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요구했고 그의 부인까지 접촉했다. 결국 이 직원은 굴복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협박 행위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B씨와 C씨는 작년 서울 용두동 본사에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다. 압수수색 당시 처방 실적과 종합병원에 관한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했다. 현재 회사 PC 관리 사원인 D직원에게 그렇게 하도록 지시를 내린 것이 밝혀졌다.

동아제약 변호인은 “리베이트를 제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은 죄송하다”며 “그러나 국내 제약업계 현실이 제네릭 제조 중심으로 이뤄져 경쟁이 치열한데다 의약품 가격이 복잡한 건강보험 제도와 연계돼 리베이트 제공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쌍벌제 시행 등으로 리베이트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수십년 관행을 일시에 없애기는 어려웠다”고 무죄를 구하는 대신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재판장의 선처를 호소했다. 다만 “동영상 강의료 명목으로 건넨 금액은 전부 리베이트는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에이전시 측, “우리는 정당한 대가로 지급했을 뿐”

공판에는 제약사와 의료관계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던 A에이전시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직원 교육용 동영상 제작 참여 강의료 지급’을 놓고 ‘정당한 대가’ 인지에 대한 논란의 중심이었다.

동아제약과 공모해 12억6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에이전시는 “이는 사실과 다르며 동아제약이 교육 동영상 제작을 요청해 이를 수행하고 의사들에게 강의료를 지급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제약으로부터 정당한 용역을 받아 진행된 사업”이라며 “리베이트 제공의사도 없었고 취지도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에이전시 변호인은 “동아제약이 처방증대를 위해 의사를 선정하고 동영상 제작에 참여 시켰더라도 에이전시에서는 리베이트에 대한 목적이나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에이전시의 혐의 부인은 동아제약 측에서도 나와 앞으로 재판에서 강의료의 ‘투명성’이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 “의사 속인 동아제약 가만 안둬”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지난 10일 동아제약으로부터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의사 119명과 병원 관계자 등 총 124명을 입건한다고 밝혔다. 이 중 의사 18명은 불구속 기속됐고, 나머지 105명은 150만원~700만원의 벌금형에 약식기소처리 됐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쌍벌제 이전에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300여명에 대해서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한 수사반은 리베이트 수수액이 1000만원 이상이거나 혐의를 부인한 의사들은 대부분 정식 재판에 넘기고, 1000만원 미만이거나 혐의를 인정한 의사들을 약식 기소했다.

이에 의협은 동아제약 리베이트 수수사건에 유래 없이 사기죄 고발 등 강경한 대응책을 내놔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국내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수수사건이 여러 차례 적발됐지만 의협이 제약사에 대한 강경대응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협은 12일 동아제약을 사기죄로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발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동아제약 리베이트 관련 공판을 지켜본 뒤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입건된 124명의 의사 대부분은 동아제약이 동영상을 제작한다며 강의료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와 전혀 무관하다”는 한 설명을 들었고 이를 믿었다. 그런데 리베이트 제보로 인해 벌어진 검찰 조사과정에서는 동아제약이 이를 ‘변형된 리베이트’라고 번복했다는 것이 이번 조사를 받은 의사들이 주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계에서 동아제약에 대한 반발감이 큰 것은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라며 “개원가의 반발 정서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검찰조사를 받은 의사들 중 상당수는 동영상 제작에 참여하면서 받은 돈은 출연료 정도로 생각했다”며 “뒤 늦게 변형된 리베이트라고 진술한 동아제약의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제약 업계에서는 3년 전 의사단체의 ‘5적(賊)’으로 분류돼 매출 부진을 겪었던 한미약품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0년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와 받은 의사를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이유로 의사 사회 ‘5적(賊)’으로 분류돼 비난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비난은 제품 불매 운동으로 확산, 한미약품은 매출 10% 가량 추락하는 쓴맛을 봐야만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당시 한미약품 임선민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면서 갈등은 겨우 해결됐다.
업계는 동아제약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할 경우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불매 운동을 주도했던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 회장이 현 노환규 의사협회장이고, 노 회장의 주요 지지 세력이 전의총 역시 동아제약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아 리베이트 사건, 제약업계에 영향 미칠 것으로 보여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사건 이후 제약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의료계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자사 영업활동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하면서 ‘영업사원 출입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제약업계가 체감하는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 금지가 그동안은 실효성이 떨어졌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의사들이 대거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제약업계들은 비상사태다. 의사가 처방권을 독점하고 대부분의 업체가 유사제품을 보유한 현실을 감안하면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제약사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의료진들이 제약사에 대한 불신, 리베이트 행정처분에 대한 불안감 등이 확산되면서 제약사들도 적극적인 영업을 하기는 조심스런 입장이다”라면서도 “리베이트 역풍을 맞지 않고 매출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쉬하던 리베이트 방법, 수면위로 떠올라

한편 수사반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리베이트를 감추기 위해 동영상 강의료나 설문조사료, 병원 홈페이지 광고료 등의 명목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금품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의사 김모씨(46)는 동아제약 교육용 동영상을 촬영한 뒤 3600만원을 받아 최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의사들은 대부분 개인병원 원장들이었고, 일부 보건소 소속 의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제약은 중간에 콘텐츠 제작 업체를 끼워 의사들의 강의를 녹화한 뒤 이를 직원들이 수강한 것처럼 처리하고 콘텐츠 업체를 통해 의사들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반 관계자는 “명목상 동영상 강의나 광고 제작 등의 형식을 취했을 뿐 실제로는 제약사가 의사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준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이트 근절, 제약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해야”

현재 국내 제약업계는 약품을 제조하는 것보다는 제네릭(Generic)을 주요 매출원으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타 제약사에서 개발한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가 만료되거나 특허보호를 받지 않는 약을 복제해 판매함으로써 이익을 올리고 있는 업체가 대부분이라는 의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런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케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때 리베이트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한미 FTA 등으로 가장 많이 타격을 입기도 해 국내 제약업계들이 영업비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 약가의 80% 정도로 높게 책정한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제약업계가 연구개발(R&D;Research and Development)에 집중해 신약을 개발하기 보다는 제네릭을 손쉽게 만들어 정부로부터 높은 약가를 책정 받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마진의 제네릭을 리베이트라는 수단을 통해 판매하는데 몰두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이 제약계 리베이트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아울러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건이 다른 제약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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