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박근혜 정부’의 근간이 될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지난 40여일 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첨예한 대립으로 공전을 거듭하는 바람에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별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쓴 소리를 쏟아내며 직접 팔을 걷었다.

문희상, 정국돌파 ‘배수진’…“거취 중대결심”
절박감 반영…정부조직개편협상 마무리 압박
문희상 “朴, 적반하장”
정부조직법이 표류하면서 여야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한 것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 위원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을 여야 정치권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비난하면서 그 싸움을 이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문 위원장은 “대통령은 정치실종 상황에 대한 책임자이고 그 근원지임에도 그 책임을 국회, 특히 야당에 계속 씌우려 한다면 정치를 포기하고 통치만 하겠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꼴”이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사돈 남 말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한 정파의 수장일 수 있으나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100% 국민의 수장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대통합, 대화합의 정치를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국민을 위한다면 대화,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정부조직법을 국회에 맡겨 달라. 성숙한 국회 상을 정립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문희상 배수진’ 초강수 해법은 아직
이에 앞서 그는 정부조직법 교착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며 돌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초강수를 뒀다.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협상이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새누리당은 지난 7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원안과 그동안 여야가 합의한 사안을 반영한 수정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해 표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은 즉각 이를 거부했고 이후 여야는 이날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등 물밑 협상도 계속했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다음 날인 8일 문 위원장은 자신의 거취문제를 내놓으며 여당을 압박했다. 최근 정당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놓고 민주통합당이 자중지란에 빠지자 문 위원장은 국민에게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거취에 관한 중대결심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4~7일 12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 ±2.5%)에서 안철수 신당 창당시 정당지지율을 물은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11%로 안철수 신당(2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7%로 나왔고, 28%는 지지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가 지난 6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오차 ±3.1%)에서도 안철수 신당 지지율은 26.3%로 민주당(10.6%)의 배가 넘었다. 특히 민주당(24.1%)은 텃밭인 호남에서도 안철수 신당(34.4%)에 밀렸다.
문 비대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정부조직법 협상이 공전을 거듭할 경우 5·4 전당대회 이전에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뚜렷한 조건과 시점을 명시한 것은 아니어서 청와대와 대여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핵심 측근은 “협상이 잘 안되면 비대위원장 사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오늘 발언은 감정적으로 불쑥 꺼낸 것”이라고 전했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정부조직법 협상 관련 3대 조건을 제시한 이후 당이 전략적 자충수를 둔 것이라는 안팎의 비난에 직면하자 정국돌파용으로 초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문 위원장의 배수진에 새누리당이 “빨리 타협하자”로 돌아서면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에 대한 협상은 나흘 만에 재개됐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인·허가권 견해차 여전
그러나 아직 여야가 구체적인 해법을 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넘어야 할 산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구체적인 법 조항에 대한 조율은 각 당 원내대표단이 그대로 하되 큰 틀의 합의를 보기 위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나서 본격적으로 협상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국면이 2차전에 돌입됐다.
그동안 새누리당 김기현,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가 전적으로 협상 창구 역할을 하면서 40일 가까이 20여 차례를 만나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타결을 이루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정부조직법이 장기 표류하면서 ‘식물 국회’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이대로 뒀다가는 정치권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협상 창구를 대표급으로 격상한 것이다. 이후 두 대표는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영석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 참석해 만난 것을 계기로 즉석에서 표류하고 있는 정부조직법을 합의를 통해 조속히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황 대표와 문 위원장은 지난 주 초 만남을 약속하면서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는 협상 국면에 물꼬를 트게 될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두 대표 모두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온건파’인 셈이어서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기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얼마나 옮기느냐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원안을 고수하는 청와대의 입장도 여전히 완고한 것으로 알려져 조기에 타결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는 등 여야 간 견해차는 여전하다.
참여정부 핵심 실세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 위원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에서 태어나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정무수석과 노무현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 부의장을 지냈으며 14대 국회에 첫 진출한 이후 16~19대까지 의정부에서 줄곧 당선된 5선 중진 의원이다.
문 위원장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당 외곽 청년조직인 연청 중앙회장을 3차례 역임했다. 국민의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으로 활약했다.
17대 국회 초 당과 청와대의 창구역할인 대통령 정치특보에 임명됐다가 ‘김혁규 총리 지명파동’ 당시 ‘총독’ 논란에 휩싸여 물러났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당내 기반을 다졌다. 또한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맡아 여당을 이끌며 지도력을 발휘했고 국정자문회의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기획단장으로 활약하면서 참여정부 첫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됐으며,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는 당청관계 확립과 참여정부 국정로드맵 작성을 주도하는 등 참여정부 핵심실세로 꼽혔다.
2005년 4·2전대에서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됐으나 같은 해 10·26재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취임 6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이후 2008년 당내 다수파의 지지를 받으며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조화와 포용의 리더십을 갖춰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온화한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기 의정부(68) ▲경복고ㆍ서울법대 ▲한국JC 중앙회장 ▲연청 중앙회장 ▲14ㆍ16ㆍ17ㆍ18ㆍ19대 의원 ▲국민의정부 대통령 정무수석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민주당 최고위원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장ㆍ정치특보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 부의장
이행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