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파행정국, 치킨게임으로 갈 것인가?
북핵 파행정국, 치킨게임으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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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제재가 아닌 대화로 풀어야”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게임 이론의 모델 중 하나로, 어떤 사안에 대해 대립하는 두 집단이 있을 때 그 사안을 포기하면 상대방에 비해 손해를 보게 되지만,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경우 가장 나쁜 결과가 벌어지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북핵문제로  인해 극한의 위기로 치닫는 이 상황이  치킨게임을 연상하게 한다. 과연 갈 때까지 가야 하는 것일까? 북핵문제의 해법은 없는지 살펴본다.

안보리 제재안 효과 있을까?

지난 2월 12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이후 남북관계는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3월 8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는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새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를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북한 외교관의 불법 활동 감시, 북한의 금융 거래 규제, 선박·항공 운행 단속 등의 내용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에 북한은 정전협정 전면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한미군사합동 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이 시행되고 있는 현재, 북한은 전투기를 700여회 출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2094호 대북제재안은 북한 핵개발 저지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수잔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번 제재가 북한에 “강력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제재의 성패 여부는 실행 주체가 누구냐에 크게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북한 전문가 마르쿠스 놀랜드 연구원은 “중국은 결의안에 담긴 금융·수송 관련 모든 안건들에 대한 핵심 행위자”라고 강조했다.
군대와 연계된 북한 기업들이 북핵 개발과 핵확산 프로그램과 관련한 재정을 중간에서 들여오기 위해 설립한 은행이나 여타 기관들은 중국에 위치한다.
놀랜드는 “만약 중국이 결의안을 혹독하게 실행한다면, 핵확산 활동을 종식하게까지는 아니어도, 강하게 북한을 저지할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중국의 지난 행보에 비춰볼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유엔 결의안은 도출 과정에 중국이 관여한 정황이 명료해지면서 더 큰 무게감과 신뢰를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담당 실장은 이 같은 사실이 인상깊지 않다고 일축했다.
차 실장은 “단순히 제재에 서명만 한 건지 열의를 가지고 실행할 건지 중국의 헌신을 알아보는 진짜 시험은 끝가지 가봐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유엔 제재의 여파로 중국과 북한의 교역이 늘어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제재 조치들의 완곡함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투지를 고려할 때 이번 결의안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하며 북한의 핵확산 시도 저지에 관해 “제재만으로는 시간을 끌 수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의 실효성이 효과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과 중국의 역할이 회의적이라면  북핵으로 인한 위기감 해소를 위해 보다 진일보하고 창의적인 해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

남북이 긴장상태가 첨예한 가운데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조짐은 박근혜정권의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국가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북한 핵은 결코 용납할 수 없고 도발에는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신뢰와 평화를 쌓아가기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북한 정권이 그 동안의 약속을 지키고 평화와 공존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 정부도 북한의 변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도 덧붙였다.
이는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사태 당시 발언한 내용에 비해 완화된 발언이다. 그 당시 박대통령은 “북한이 3차(핵실험)가 아니라 4·5차 핵실험을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최근 조성된 정세는 20년 동안 반복돼왔던 '위기-대화-합의-파탄-위기-대화'의 패턴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과거 북한의 두 차례 핵실험 때 상황을 보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는 1개월 만에 중국의 중재로 북·미간에 대화가 시작됐고, 2009년 5월 2차 핵실험 때는 3개월 만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여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스티븐 보스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방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영삼 정부 때처럼  미국과만 대화하고 우리 정부와는 대화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3∼6개월 안에 북·미간에 대화를 위한 접촉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한과 공조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상황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남한도 북과 접촉하여 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가 대북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南, 북핵문제해결  적극 나서야

13일 ‘박근혜 정부출범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열리는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실행위원장은 발제문을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는 더는 비핵화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가 아니다”며 “대화는 전쟁 중에도 중단해서는 안 되는, 잘못된 정보소통을 방지하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작동돼야 북미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북한에 주지시켜 긴장을 완화하고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남북 간의 비공개 접촉 추진을 주문했다
외교관련 관계자는 “북핵문제는 유엔의 제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미국 등 한반도 주변국과 북한의 정치적 협상으로만 가능하다”며 최우선으로 북한과 미국의 책임있는 정부관계자들이 긴급하게 비공개 접촉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했다.
한편 미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부소장은 3일 한국 워싱턴 특파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지쳤고 지금 북한에 손을 내밀 수가 없다” 면서 “미국은 핵보다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로 인한 한반도의 국지전 발발 상황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이 나서서 북한과 국제사회의 대화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 정부관계자는 “북한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은 특히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나서서 무엇을 할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 우선순위에서 북핵은 이란핵 문제보다 뒤쪽이라는 것도 미국의 적극적 해결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중국은 일찍이 “남북한이 직접 당사자”라면서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해왔다.
중국 당국자는 “당장 국지 도발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남북 간 대화가 있으면 그런 일이 나겠느냐”며 남한의 대북정책을 주문했다.
 

"대북 대화채널을 복원시켜야 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지금부터 남북 대결 일변도로 나가면 북핵도 막지 못하고 남북관계도 악화해 무력충돌과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살아야 했던 이명박 정부의 전철을 반복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현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장기적인 국가이익을 생각해서 취임 초부터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진정성을 갖고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 고 말했다.
더불어 이명박 정부에서 끊어졌던 남북간 대화채널의 복원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핵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적정수준에서 동참하되, 한편으로는 대북 대화채널을 복원시켜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국제기구 또는 민간 차원의 대북 간접지원을 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남북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 정권의 대북정책에 반응해야 할 북한의 자세는 틈새가 있는 것일까?
이호령 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행보를 보면 대외적으로 보일 수 있는 심리적 압박은 최대치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대화재개 공간을 열어 놨다”면서 “어떻게 보면 대남 위협도 대화로 나가기 위한 압박 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측이 진정성을 갖고 나오면 우리도 잘하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이 진정성 갖고 나오면 도와주겠다고 했다.
남과 북이 서로의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주문하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치킨게임의 파국으로 끝나는 것은 자명하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 내용을 성실히 채워가야 하는 것이 박 정권에게 맡겨진 피할 수 없는 숙제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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