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 비판 증폭

박근혜 정부가 '황철주' 라는 암초에 걸려 ‘밀실인사, 소통부재의 인사정책’ 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 대통령이 인사 중 논란 끝에 공직을 포기한 사람은 김용준 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등 3명에 이른다.
총리와 장관에 이어 외청장까지 공을 들인 인물들이 낙마하면서 ‘밀실인사’로 상징되는 청와대 인사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 황철주, 주식팔 수 없어 사의 표명
반도체 장비 업체를 중견기업으로 키워낸 전문경영인으로 임명당시 중기업계 안팎에서 화제를 모았던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가 18일 전격 사퇴했다.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전량 매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의 공직을 맡을 경우 보유주식을 두달내에 전부 팔아치워야는데 대주주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교체는 물론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탓에 자리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와 부인 김재란씨의 주성엔지니어링 보유 주식은 27.23%(약 743억 원)어치다.
청와대도 황 내정자가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임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지만 현 제도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황 내정자의 사의를 수락했다고 김 행 대변인은 전했다.
황 내정자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출범 21일 만에 정상궤도에 올라섰던 박근혜 정부는 또다시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황 내정자는 앞서 사퇴한 김종훈 전 미래창조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 '창조경제'와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박근혜노믹스의 양대축을 지탱하는 선봉장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로서는 더욱 타격이 크다.
박 대통령은 벤처 1세대로 스타 기업인인 황 내정자를 깜짝 발탁했다. 벤처기업인이 중기청장에 오른 것은 1996년 중기청 출범 후 처음이다.
△ 김종훈, 이중국적· CIA 경력 의혹 사퇴
미래창조부 장관 후보로 박 대통령이 어렵사리 모셔왔던 김종훈 후보자 역시 청문회 시작전에 서둘러 사퇴한뒤 미국으로 떠났다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이었던 그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서보지도 못했다. 내정 후 보름내내 이중국적과 미국 CIA 자문위원 경력 의혹에 시달린 탓이다.
장관 후보자 17명 가운데 처음 사퇴한 것으로 박근혜 정부는 정상 출범에 다시 한번 브레이크가 걸렸었다.
더욱이 김 후보자는 퇴진 일성으로 그간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언급 없이 야당만 일방적으로 비판하면서 청와대에 부담을 더해주기도 했다
김 장관 후보자의 사퇴 역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상처를 냈다.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의 발판으로 ‘창조 경제’에 초점을 두고 이를 위한 전위부대로 미래창조과학부를 도입했다. 대국민담화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설치에 대해 “신념이자 국정철학”이라고까지 치겨세웠다.
하지만 사령탑이 청문회 시작도 전에 짐을 싸면서 '창조경제' 구상이 출발부터 삐걱거린 것은 물론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는등 진통을 겪었다.
박 대통령은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해 “미래성장 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온 분인데 우리 정치 현실에 좌절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김용준, 부동산투기· 아들병역의혹 낙마
지난달 새 정부 첫 총리후보로 낙점을 받았지만 여론검증 과정에서 낙마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애를 써서 데려온 인물이다.
김 전 소장은 소아마비를 딛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감동 인물’로 '국민대통합’과 '화해’라는 새누리당 대선 기조와 퍼즐이 맞았다.
때문에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는 삼고초려로 김 전 소장을 영입해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에 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총리 후보자는 각종 부동산 투기와 두 아들의 병역 문제 등 의혹들을 견디지 못하고 내정 닷새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도 서보지 못하고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총리와 장관, 외청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갖기전에 줄줄이 사퇴한 것은 박 대통령의 ‘깜깜이 인사’가 빚은 예고된 시나리오라는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밀실 보안을 강조하면서 비선조직과 인선을 짜다보니 검증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특히 김종훈 내정자 문제는 정치권에 화살을 돌릴 수 있지만, 황철주 내정자의 경우는 다르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드리워질것으로 보인다. 황 내정자는 사퇴 이유로 보유주식 백지신탁만 생각했지 매각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한것으로 전해졌다.
황 내정자가 법을 잘못 알고 박 대통령 제의를 수락했든, 아니면 청와대와 행정안전부가 법리적 검토를 제대로 하지 못했든 결국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 펑크가 났다는 지적이다.
삼고초려한 인사들이 파열음을 내기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모셔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은 지난해 당 고위직 인선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며 내분양상을 빚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안 위원장은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국민대통합위원장 내정에 반발하며 당무를 거부하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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