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입학'으로 얼룩진 사배자 전형
'뒷문 입학'으로 얼룩진 사배자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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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려인가 사회적 배반인가?
 

부유층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자녀들이 국제중 등 특수목적학교에 사회적배려대상(사배자)으로 편법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며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 사배자 전형을 두고 검은 돈이 오고 간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사회적 배려가 사회적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보인 셈이다. 이에 사배자 입학전형과 관련된 논란을 점검해 본다.

사배자는 교육기회 보장 목적으로 도입

사배자 전형의 도입은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최우선 순위를 부여해 사회적 약자에게 교육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2010년 자사고 입시에서 첫 도입되었다.
사배자 전형은 학교별로 신입생 정원의 15~20%를 사배자로 뽑도록 하고 있다. 각 시·도 교육청의 사배자 전형 요강은 ‘경제적·비경제적 대상자로 나눠 선발하되 세부기준은 학교별 전형요강에 따른다’고만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일선학교에서 비경제적 대상자 위주로 선발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특히 2011년부터는 다자녀가정 자녀 자격이 추가되면서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통로로 이용돼 왔다.
사배자 가운데 한부모가정 전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올해 영훈국제중에 이 전형으로 입학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어 전여옥 전 의원의 아들이 사배자 가운데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 전형인 ‘다자녀(3자녀)가정’ 전형에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을 증폭시켰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에 글을 올리며 “도대체 사회적 배려의 의미가 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명화 서울시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삼성 이재용 아드님도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여옥 전 국회의원 아드님도 사회적 배려대상자. 국민은 뭐죠? ”라고 반문했다.

사배자 전형, 절반은 부유층

20일 박홍근 민주통합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한부모가정 입학전형 대상자 학부모 직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부모가정 전형으로 입학한 자사고 재학생 110명 가운데 52.7%에 해당하는 58명의 부모 직업이 부유층으로 분류됐다.
부모 직업이 주부, 무직 등이어서 소득이 없거나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이는 24.6%인 27명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의 25개 자사고 가운데 7개 학교만 응답하고 18개 학교는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사배자 전형의 문제점이 국제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게 이번 조사결과 드러났다”며 “사배자 전형 제도가 그나마 본래 취지에 따라 운영되려면 지금과 같이 단순히 전형별 입학기준에 따라서만 입학자를 선발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 형편, 가정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배려대상자, 월 50만원 상납요구?

사배자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대원국제중학교가 경제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부모에게 월 50만원씩 상납을 요구한 사실이 밝혀졌다.
감사에 착수한 교육당국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백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해당 교사를 해임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으나 이 교사는 현재 대원국제중과 같은 재단인 대원외고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김형태 교육의원은 “지난주 한 학부모가 의원실로 찾아와 자녀가 대원국제중에 다닐 때 월 50만원을 학교 측에 정기적으로 상납했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면서 “아이를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또 다른 학부모는 분명 돈을 받은 교사가 자신은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전했다”며 “매달 상납한 돈이 재단측에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교육청에 감사를 요청했지만 촌지성으로 매듭짓고 해당 교사를 정직 3개월 처분으로 무마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학부모들의 증언을 종합한 내용에 따르면 국제학교 측은 경제적 배려대상자로 입학한 아이들의 학부모를 ‘돈줄’로 여기고 있으며, 해당 학생들에게는 직간접적으로 심한 차별과 왕따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배려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자녀를 별도 선발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도 이들 부모를 상대로 돈을 강요했다면 과연 이 전형이 빈곤층을 위한 제도인지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한 학부모는 “일부 부유층들은 자녀의 국제학교 진학을 위해 위장이혼을 하고, 어머니와 함께 잠깐 외국에 나가 있게 한 후 서류상 모친을 빈곤층으로 만들어 경제적 배려대상자로 입학시키기도 한다”이라며 “겉만 사배자 전형일 뿐”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만든 입학제도는 부유층 자녀들의 입학통로로 악용되고, 뿌리 깊은 사학 비리와 만나면서 모두가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진짜 경제적 배려대상자라면 어떻게 매달 수십만원을 상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도층 자녀 사배자 전형서 제외

교육당국은 사회적 약자에게 교육기회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전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한부모·다자녀 가정 자녀 등 비경제적 대상자를 지원자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20일 교육과학기술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2014학년도 특목고·자사고·국제중 입시부터 사배자 전형은 1~3단계로 나뉘어 단계별 자격을 갖춘 지원자들을 우선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경제적 소외계층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해 교육 형평성 보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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