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애물단지’ 자회사 25년간 끌어안은 사연
풍산, ‘애물단지’ 자회사 25년간 끌어안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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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회사 PMX Industries 또다시 적자

풍산의 미국 자회사 PMX Industries(이하 PMX)가 또다시 적자의 늪에 빠졌다. 풍산이 그간 유상증자 및 채무보증 등을 통해 도와주고 도와줬지만 PMX의 실적부진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풍산의 실적을 갉아먹는 실정이다. 이 쯤 되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들끓는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PMX. 그럼에도 풍산이 PMX를 놓지 못하는 까닭은 뭘까.

 풍산 류진 회장

지난해 적자 난 PMX, 흑자전환은 언제 또?
수차례 유상증자, 기부논란 등 말 많고 탈 많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지적, 그래도 지켜왔다

동·동합금소재 제품 및 탄약류 제조기업 풍산그룹이 미국 자회사 때문에 울상을 지었다.

지난해도 적자

지난 6일 공시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풍산그룹은 2조9003억원의 매출과 1278억원의 영업이익, 61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0.66%(2011년 2조8813억원), 영업이익은 29.22%(989억원), 당기순이익은 51.60%(407억원) 증가한 수치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반면 PMX의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PMX는 풍산이 100% 지분을 보유한 미국 자회사다. PMX의 지난해 매출은 4861억원, 당기순손실은 235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1%(2011년 4798억원) 상승하고 당기순손실도 14.89%(270억원) 감소했지만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말레이시아 등 2곳의 해외법인은 지난해 흑자 전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폭이 상당한 PMX와 비견할 때 이들의 상승세는 견고했다. 만일 PMX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줄었다면 그룹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늘어났을 터였다. 이에 대한 심리가 반영된 것일까. 풍산의 주가는 6일 2만8850원에서 19일 2만8100원으로 하락했다.

풍산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번만 실적이 안 좋았던 것이 아닌데도 경기 때문으로 보느냐’고 묻자 “국내에서 홍보를 맡지 않아 PMX의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일축했다.

아낌없이 퍼줬다

풍산은 1989년 11월 미국 내 PMX를 설립했다. PMX는 동 소재제품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한 때는 연간 6만4000톤의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미국 내에서 주목받았지만, 수요부진으로 매년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PMX의 실적부진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문제는 그때마다 구원투수로 풍산이 투입됐다는 데 있다. 물론 엄마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아낌없이 퍼주는 것이 잘못됐다고만 보기는 어려우나, 설립 후 25년간 이 같은 지원이 꾸준히 이어진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풍산이 PMX 유상증자에 참여한 기록은 상당하다. 풍산은 99년 3000만 달러, 2000년 5000만 달러를 유증했는데, PMX는 99년 660만 달러의 순이익을 내기까지 손실을 거듭했다. 게다가 2003년에는 356억원을 추가 유증하는 등 PMX는 앞서 8000만 달러의 자금수혈을 받고도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에도 모회사 풍산의 도움은 계속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PMX는 11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자본잠식 상태에도 빠졌다. 3471억원의 자산과 3654억원의 부채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풍산은 2009년, 2010년에도 각각 2000만 달러(한화 약 250억원)를 지원해 PMX의 경영안정화를 꾀했다.

풍족한 자금지원 영향일까. PMX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32억원, 2010년 132억원을 달성한다. 이 기간 매출도 껑충 뛰었다. 2969억원에서 4094억원으로 37.89%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1년 PMX는 2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은 47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0% 상승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05% 추락한 것이다.

현재 풍산이 PMX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무보증잔액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7월 1일 공시된 ‘타인에 대한 채무보증 결정’에 따르면, 2013년 10월 29일까지 풍산의 PMX에 대한 채무보증잔액은 2441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비용 기부 의혹까지

이처럼 PMX의 사정이 좋지 못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PMX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의 ‘하킨 공공정책 연구소’에 50만 달러(한화 약 5억4000만원)를 기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해당 연구소는 민주당 톰 하킨 아이오와주 상원의원의 기록과 정책 연구성과 등을 소장전시하기 위해 개설된 기관이다.

하킨 의원은 그간 1달러 지폐를 대체할 1달러 주화를 발행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온 인물이다. PMX는 미국 조폐국에 동전 소재용 금속을 납품하고 있고, 1달러 주화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설립된 ‘달러주화연합’에도 소속돼 있다. 또 류진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기에 직접 정치자금 기부를 할 수 없다. 이러한 특성이 겹치다보니 ‘로비용 기부’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및 공화당 측은 “특정 의원과 관련된 기관에 기부행위를 하는 것은 영향력 있는 의원의 환심을 사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풍산의 기부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각각 비판했다. 당시 하킨 의원은 “어떤 영향도 받지 않았고 부적절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고, PMX는 “아이오아주립대의 요청에 따른 기부로 하킨 의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각각 해명했으나 의심의 눈초리는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풍산이 안팎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PMX를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방산 사업부문을 키우고 있는 풍산이 미국시장의 교두보인 PMX를 포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국방력 및 국방비 예산지출이 1위인 국가다. 이러한 연유로 풍산이 PMX와의 고리를 싹둑 자르기는 힘들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풍산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관계자는 “PMX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25년간 거듭된 실적부진으로 풍산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은 PMX. 그룹전체 실적을 갉아먹는 애물단지의 앞날이 어떠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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