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중소기업에 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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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사업 설계사 대표, 정몽규 회장 고발 <내막>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정몽규 회장과 K 상무 등이 사기죄, 업무상배임죄 및 공정거래법 위반죄로 고발됐다. 고발인은 바로 동림컨설턴트(이하 동림)의 박원희 회장. 동림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사업에 설계사로 참여했던 회사다. 현대산업개발도 GTX사업에 현산컨소시엄 및 통합컨소시엄의 주간사로 참여한 바 있어 연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 정몽규 회장을 고발한 뒤 처절하게 법적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원희 회장을 만나 지난 5년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통합은 권리와 의무도 이전된다는 뜻, 현산이 정산해줘”
“계약관계도 아닌데 왜 우리한테 그래? 허무맹랑한 주장”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통합컨소시엄의 시작

사건은 2009년 4월 30일 두 컨소시엄이 국토해양부에 GTX사업 제안서를 접수시키면서 시작됐다. 이날 삼성중컨소시엄(동림 참여)은 송도~청량리 1개 노선을, 이어 현산컨소시엄은 킨텍스~동탄, 광명~청량리, 부평~삼성, 금정~의정부 등 4개 노선의 사업 계획서를 접수했다. 앞서 2008년 8월 28일 동림은 일산~강남 1개 노선의 사업 계획서를 접수한 상태였다.

민간투자법에 따르면, 민자 사업계획서를 접수하면 해당 계획서가 처리되기 전까지 다른 계획서를 받으면 안 된다. 동일한 날 여러 개의 사업계획서가 접수됐어도 규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해당 사건은 2011년 3월 14일 국토부가 두 컨소시엄의 제안서를 반려하면서 잡음이 증폭됐다.

제안서를 접수받고 5개월 이내 사업제안자에게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민투법에도 어긋났을 뿐만 아니라 거대 통합컨소시엄의 출현을 초래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사업자 간 잡음 방지를 당부하며 사실상 컨소시엄 간 통합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태영컨소시엄(삼성중컨소시엄이 2009년 8월 태영건설의 합류로 태영컨소시엄이 됨)과 현산컨소시엄이 통합된다. 현산컨소시엄에는 이미 국내 건설사 10곳과 설계사 6곳이 참여해있었는데, 여기에 태영컨소시엄 참여사와 30여개의 건설사들을 추가로 모집해 49개 건설사로 구성된 초대형 통합컨소시엄이 태어났다.

야심차게 탄생한 통합컨소시엄이건만 현재 GTX사업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9월 국토해양부에 GTX사업 제안서를 냈으나 2주일 만에 반려됐기 때문이다. 반려사유는 GTX사업이 민간제안에서 정부고시로 변경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설계용역비 지급에 이견

표면상으로만 보면, 동림이 정몽규 회장과 실무자 K 상무 등을 고발하며 현산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박 회장은 갈등은 통합컨소시엄의 주간사 현산이 태영컨소시엄 소속 동림에게는 설계용역비 45억원은 지급하지 않고 현산컨소시엄 설계용역비 70억원은 한 번에 지급하면서 표면화됐다고 밝혔다.

박 회장에 따르면, 태영컨소시엄은 동림에게 강남~일산 노선 설계용역비로 68억원(이하 부가세 별도)을, 송도~청량리 노선 설계용역비로 52억원을 지불하기로 해 총 120억원을 지불한다는 계약을 했다. 삼성중공업과 태영건설이 각각 8억원씩, 또 8개 건설사가 1~3억원씩 총 23억원을 동림에 1차 지급했으나 통합컨소시엄이 생겨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고 했다.

동림이 받아야할 설계용역비는 120억원에서 68억원으로 줄었다. 즉, 앞서 태영컨소시엄으로부터 받은 23억원을 제외하면 동림이 추후 받아야 되는 설계용역비는 45억원이 된 것이다. 여기서 45억원을 주는 주체에 대한 해석이 갈렸다고 한다. 박 회장은 “통합은 권리와 의무 또한 이전된다는 뜻으로 현산이 줘야한다”고 강조했지만, 현산은 “계약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지불의무 또한 없다”고 맞서고 있다.

▲ 동림컨설턴트에서 공개한 녹취록 및 중재안

박 회장은 2011년 6월 16일 회의에서 있었던 일을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현산의 K 상무와 동림의 전영일 부사장, 태영건설의 W 상무가 참석했다. 동림에 설계용역비를 지급하는 방식을 논의한 자리였다는 설명이다. 시점은 통합컨소시엄이 국토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때다. 동림은 ‘국토부 접수 시 27억원, PIMAC(피맥) 접수 시 13억원, 제3자 공고 시 5억원 지급’ 안을, 현산은 ‘PIMAC 접수 시 27억원, 제3자 공고 시 18억원’ 안을 각각 제시했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W 상무가 ‘국토부 접수 시 22.5억원, 제3자 공고 시 22.5억원’ 안으로 중재했다고 전했다.

박 회장이 공개한 지난 1월 28일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 안은 현산 안에서도 보고가 됐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애당초 동림에 줄 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왜 내부결제를 올렸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쪽에서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날 K 상무는 45억원 지급과 관련, “태영으로부터 정확한 자료를 받아야 채권, 채무를 알 수 있지 않느냐. 우리는 아무것도 못 받았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태영건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산과 통합할 당시 넘겨야 되는 관련 서류는 다 넘긴 것으로 안다”며 K 상무의 주장과 배치되는 답을 내놨다.

정몽규 회장 및 K 상무 고발

현재 박 회장은 정몽규 회장과 K 상무 등을 고발하고, 현산컨소시엄에 참여했던 10개 건설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소하는 등 설계비 지급을 놓고 험난한 싸움을 하는 중이다. 특히 박 회장은 정몽규 회장과 K 상무를 사기죄·공정거래법 위반죄·업무상배임죄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박 회장은 “현산은 태영컨소시엄이 동림에 지급하기로 한 설계용역비를 지급할 의사도 없으면서 지급하겠다는 협약을 맺고 태영컨소시엄을 흡수 통합했다”며 “동림에 지급해야할 돈으로 현산이 지불할 설계용역비 70억원의 일부를 충당,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약서에 탈퇴해서 경쟁 사업자에 갈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고도 명시돼 있는데 동림 동의없이 어떻게 통합컨소시엄으로 갔겠느냐”며 “현산이 통합하자며 설계용역비를 바로 지급할 것처럼 말해 옮기는 것을 허락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말이 바뀌었다. 이는 넘어간 건설사들이 진술하면 알려질 것”이라고 분개했다. 

통합컨소시엄에 속한 49개 건설사는 국내 50위 안에 포함되는 회사들로 이를 제외하면 GTX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건설사들이 없어 사실상 담합행위라는 것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1월 28일 회의에서 K 상무는 ‘분란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같이 가는 게 좋다’는 발언을 했다”며 “문제될 것 같아 경쟁사업자를 분해시켰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통합컨소시엄의 건설사들로부터 조성한 기금으로 통합 전 현산컨소시엄의 설계용역비 70억원을 한 번에 지불한 것은 자사부담을 경감코자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설계용역비 100%를 국토부 접수 시 지급하는 것은 관례상에도 어긋나는 행위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쓴 웃음을 지으며 이 같이 전했다. “지금 회사는 풍비박산 난 상태에요. 현산이 설계용역비를 주지 않아서 회사가 주저앉은 것은 아닙니다. 건설업 사정이 어려우니까 그런거지…. 그래도 현산이 설계용역비를 줬다면 이 정도로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공동대표인 배기혁 그 친구는 두 달 전에 위암수술을 받았어요. 물론 이것도 현산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요. 대기업이 중소기업한테 참 너무한 것 같아요. 그동안 해볼 건 다해봤어요. 마지막 몸부림입니다.”

현대산업개발의 입장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허무맹랑한 주장일 뿐”이라고 즉각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현산에게는 지불의무가 없다”며 “컨소시엄의 대표라고 돈을 달라고 하는데, 계약관계에 있지도 않은 회사에 돈을 왜 지급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동림에 지불해야 하는 설계용역비는 당시 태영컨소시엄에서 결정된 문제였다. 컨소시엄이 구성되기 전 사용한 비용이기에 (통합)컨소시엄에 청구하면 안 된다”며 “컨소시엄은 단순히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 하자’는 것으로 채권채무 의무가 넘어가는 것도 아니다”고 못 박았다.

또한 이 관계자는 “태영컨소시엄과 합쳐질 때 ‘비용은 추후에 사업이 추진될 때 정산한다’고 했다. 제안서가 반려돼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현산에서 동림에 지급해야 할 돈도 없다”면서 “동림은 컨소시엄 내 계약관계가 아니다. 정상적인 주장이 아니기에 해명할 이유도 없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수차례 회의를 하면서 무슨 논의를 했느냐’고 묻자 “동림에서 회의를 요구했고, 사실관계가 아닌 걸로 고발하고 또 언론에 제보하니까 무슨 주장인지 얘기나 들어보자 한 것”이라면서 “동림에서는 돈을 달라고 했고, 현산에서는 계약관계가 아니라 지불의무가 없다고 각각 주장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거대 컨소시엄이 구성된 것과 관련, 담합의혹이 불거지는 데 대해서도 “사업비가 10조가 넘는 큰 사업으로 몇 개의 회사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현산이 모은 것도 아니고 다른 건설사들이 함께 한 컨소시엄일 뿐”이라며 “국토해양부가 반려하는 과정에서 노선이 같으니 컨소시엄을 통합하길 바랐다. 2011년 6월 결성됐는데 왜 지금에서야 담합의혹이 불거지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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