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의혹덩어리 ‘화성 온실단지 사업’의 향배는?
동부그룹, 의혹덩어리 ‘화성 온실단지 사업’의 향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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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농업 진출…농민단체, “안돼~”
 

부실기업 (주)세실의 대형사업 진행, 대기업으로 넘기려는 꼼수?
대기업, 농민들과 상생하는 방안 없이는 농업 진출 어려울 것

 

안 그래도 힘든 영세농업인들에게 가혹한 일이 또 일어났다. 일반 농업인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농업에 대기업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주)동부팜한농은 정부가 추진한 ‘화옹간척지 대규모 첨단유리온실단지 조성사업(이하 화성 온실단지 사업)’의 주체자로 국내농업을 대표적 미래 신(新)성장산업으로 키우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화성 온실단지와 관련해 관리부실, 특혜, 비리 등의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농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동부그룹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동부그룹은 결국 사업 포기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화옹간척지의 매각여부의 문제가 남아있어 동부그룹의 농업 진출에 대한 꿈은 아직 좌절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의 야심찬 농업 진출…하지만?

동부팜한농의 자회사인 동부팜화옹은 작년 12월, 경기도 화성 화옹간척지에 10만5000㎡(약 3만1800평) 규모의 온실을 포함해 농산물산지유통센터와 육묘장을 갖춘 15만㎡의 농식품수출전문단지를 완공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 유리온실로 일컬어지며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하게 된다. 동부팜한농은 온실에서 연간 5000t가량의 토마토를 키워 전량 일본에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동부그룹의 농산물 사업 확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농업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며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이라는 큰 시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과감히 투자하고 도전하면 우리 농업을 미래 신성장 산업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심찬 동부그룹의 농업 진출은 갖가지 얼룩진 의혹들과 농민들의 반대로 쓰디쓴 좌절을 맛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부실·특혜의혹·로비의혹 등, 얼룩진 첨단유리온실 사업

통합진보당 김선동 국회의원이 발표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한 화성 온실단지 사업이 사업자 선정 및 변경 과정에서 특혜 및 로비의혹, 협약서 위반 등 총체적 부실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정부 스스로 사업협약서 준수의 의무를 위반한 점을 들 수 있다. 사업공모를 통해 우선사업대상자로 선정된 (주)세이프슈어는 공모당시 설립 한지 1년(2009년 5월 25일 설립)도 되지 않았고 자본금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총사업비 569억 원이 투여된 대규모 국가프로젝트를 수주할 기업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당초 ‘투자자금 운영계획서’와 ‘첨단유리온실시범사업 공모신청서’에 제시한 총 출자액 442억 원 중 100억 원(세실 50, 이원규 회장 30, 직원투자 20)을 겨우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업협약서 내용을 위반한 것으로 협약이 해지됐어야 했다.
또한 (주)세이프슈어의 모회사인 (주)세실이 온실사업 협약체결이 이뤄진 2010년 7월부터 부실경영과 비리혐의로 주가가 폭락하고, 농업보조금 횡령 혐의로 (주)세실 이원규 회장이 구속돼 징역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사업재검토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아 농민뿐만 아니라 세간의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마지막으로는 동부팜한농에 대한 갖가지 특혜와 로비의혹이 제기됐다. (주)세실이 2011년 4월 동부팜한농으로 인수됐는데 이 시기의 양쪽 회사측에 농식품부 출신, 농협 전현직 간부들이 사외이사와 감사로 포진돼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부팜한농 측은 “농식품부 출신 사외이사 및 감사가 로비를 진행해 특혜를 입었을 가능성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새만금 사업은 해당 사외이사 및 감사가 선임되기 전인 2009년 12월에 이미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였고 화옹 사업도 2010년 3월에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 농업금융부 농업투자펀드팀 H씨는 2008년 8월부터 (주)세실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던 시기와 맞물려 농협은 PEF투자로 총 150억 원을 (주)세실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농협은 (주)세실을 동부팜한농에 매각할 당시 (주)세실 주식의 70%를 점하는 실제 경영권을 행사한 대주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 농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비판과 함께 이들 전 농림부 출신 주요간부들을 통한 특혜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주)세실이 부실경영과 경영자 비리로 무너지고 협약서상 이행의무를 위반한 상황에서 사업자공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동부그룹이 (주)세실을 인수해 첨단유리온실사업을 진행하게 됐다는 점 또한 의혹의 한 부분이다.

 

농민단체 거세게 반발 “동부팜한농, 농업 진출 철회하라”

갖가지 비리로 얼룩진 의혹덩어리 화성 온실단지 사업은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 속에 휩싸였다. ‘대기업-동부그룹 농업생산 진출 저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는 25일 광주 동부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까지 탐욕의 손길을 뻗는 대기업 계열사 동부팜한농은 진출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이어 “15만㎡에 이르는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 생산을 하는 것은 300만 농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농업·농촌의 기반을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동부팜한농의 유리온실에 87억의 FTA기금을 지원했다”며 “이는 농업, 농민에 대한 정부와 대기업의 협공 말살작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과 동부팜화옹은 농민단체의 거센 항의에 부딪혀 사업을 포기하는 성명서를 26일 발표했다.

최근 동부그룹은 농민단체와 타협점을 찾기 위해 토마토를 공동 생산하는 것을 골자로 상생모델을 제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의 불매운동이 확대되자 사업철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의 대·중소기업간 상생경영이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도 동부그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동부그룹은 사업을 포기한 경기도 화성의 온실단지에 대해서 농림식품부 주도 아래 농협 및 농민단체들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된 금액과 완성된 시설 등으로 미뤄볼 때 농민단체에 매각하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매각되지 않을 경우 동부그룹이 화옹간척지 땅을 놀릴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농민단체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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