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3세 시대 개막, 기업 살릴 수 있을까?
동양그룹의 3세 시대 개막, 기업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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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동양그룹, 경영승계 통해 해결 가능 한가
 

시멘트·레미콘 등 주력사업 매각, 휘청거리는 동양그룹
동양의 새로운 후계 구도…현승담, 현정담 후계자 전면등장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는 건설 경기의 악화로 이어져 70~80년대를 주름잡던 동양그룹의 발목까지 잡아버렸다. 이에 동양그룹은 2009년부터 재무구조 개선과 구조조정에 들어가지만 사정은 별만 나아지지 않았다. 이어 주력사업이던 레미콘과 가전사업부 동양매직, 섬유사업부 한일합섬을 매각하거나 처분하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렇게 비주력 부문과 자산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것과 관련, 경영승계 작업도 이와 맞물려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현재현 회장의 장남 현승담(34) 동앙시멘트 상무보를 동양네트웍스의 등기 사내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녀 현정담(37) 동양매직 상무가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오다 이제는 두 남매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그룹의 안정화보다는 경영승계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도 있어 동양그룹의 향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재계 5위였던 동양그룹, 그룹 해체설까지 나와

동양그룹은 1970~80년대까지 재계 5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건설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돼 주력사업인 시멘트와 레미콘 등의 사업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휘청대기 시작했다.

2011년 동양그룹의 매출은 9조50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나타났다. 시멘트, 레미콘 등주력산업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해외자원개발, 패션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1년 콜롬비아 등 해외에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지사를 설립했지만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06년 한일합섬을 3745억 원에 인수한 후 진출한 섬유산업과 2011년 출범시킨 패션 독립사업부 역시 실적이 좋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부터는 증권가를 중심으로 그룹 해체설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결국 2009~2010년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하기에 이르렀고 2011년부터는 그룹 차원의 자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올해 상반기 내 매각·제휴·외자 유치 등의 작업을 통해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시멘트, 에너지 사업을 중심, 선순환 수익구조로 비핵심 사업은 정리하는 한편 금융, 시멘트 등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동양그룹은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화력발전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그에 따라 화력발전, 금융, 시멘트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데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삼척화력발전소 완공 후 예상되는 연간 손익 규모는 매출액 1조5000억 원, 영업이익 3000억 원 정도다. 화력발전소의 일반적인 가동 시기를 고려하면 완공 후 30년간 고정적으로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올릴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동양그룹 안팎에선 본격적인 삼척화력발전소에서 수익을 올리려면 10년 가까이 걸려 당장 급한 1조원의 마련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시멘트와 레미콘 등의 매각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동양그룹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진다.

급물살 탄 경영승계, 3세 시대 개막 알려

동양그룹이 삼척화력발전소 수주로 한숨을 돌린 후 3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22일 열린 동양그룹 정기 주주총회의 주요 안건은 동양네트웍스의 신규이사 선임 건이었다. 앞서 2009년에 현재현 회장의 장녀 현정담(37) 동양매직 상무를 동양매직의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뒤 줄곧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며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이를 두고 그동안 동양의 후계 구도가 장녀 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현승담 상무보도 이번 등기이사 선임으로 후계 구도 경쟁에서 누나와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승담 상무보는 지난 2007년 동양메이저 차장으로 회사에 입사한 뒤 2009년 부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10년에는 그룹의 주력인 동양시멘트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 1월 임원인 상무보로 승진한 바 있다. 동양시멘트 임원으로서 삼척화력발전소 수주전을 전두지휘 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 내 신임이 두터워진 것이 이번 이사선임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현 상무보가 동양네트웍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동양네트웍스의 그룹 내 역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동안 동양네트웍스는 자금사정이 급한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자산을 잇달아 인수하며 그룹 내 비핵심 계열사의 지주사로 급부상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동양시멘트 지분을 인수하는 등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도 점차 영향을 넓히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승담 상무보의 사내이사 선임은 동양그룹의 3세 후계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동양그룹 관계자는 “현승담 상무보의 그룹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은 책임 경영을 중시하는 방침 때문으로 후계구도와 상관이 없다”며 “경영승계가 목적이었으면 지난달 회장이 자녀가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후계 구도에 대한 말들이 많았던 만큼 현정담 상무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다. 또한 동양네트웍스가 향후 그룹 내 에너지 사업 분야의 IT 사업을 담당하는 등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여 동양그룹의 후계구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회장이 아직 왕성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고 두 사람 또한 아직 경험이 부족해 후계구도 완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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