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NH무역 대표이사 취임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김 대표가 2011년 회장선거 당시 최원병 회장과 각축전을 벌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7년 회장선거 때 맞붙은 사이기도 하다. 두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상대에 대한 감정도 마냥 좋지만은 않을 터. 그럼에도 김 대표가 요직에 앉자 의구심이 쏟아진 것이다. 농협 인사는 여전히 최 회장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김 대표 선임 또한 최 회장의 심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얘기로 그 연유에 관심이 쏠린다.
최원병 회장-김병원 대표, 두 차례 회장선거서 맞붙었던 사이
“인사에 중앙회장 입김 들어간다는데 적군을 요직에 앉혔다?”
2011년 선거당시 사전 선거운동 의혹 불거지는 등 말 많아

지난 3월 5일 NH무역은 김병원씨를 신임 대표로 맞이했다. 김 대표는 전남 나주 출신으로 1978년 농협에 입사해 남평농협 13~15대 조합장과 농협중앙회 이사를 역임한 인물이다. NH무역은 1990년에 설립된 농협중앙회 첫 번째 자회사로 의미가 깊다. 전국 농협에서 생산한 농산물과 농식품 등을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고 농업에 필요한 비료·종자·축산자재 등을 수입하고 있다.
최원병 회장,
2007․2011년 선거서 ‘승자’로
이번 인사를 두고 잡음이 발생한 이유는 최 회장과 김 대표의 관계 때문이다. 두 사람은 2007년에 이어 2011년 회장선거 때 접전을 펼친 사이다. 두 차례 치러진 선거에서 최 회장은 김 대표를 누르고 회장으로 선출됐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11월 18일 선거에서는 1167명의 지역조합장이 선출한 대의원 288명과 최 회장을 합산한 총 289표로 당선이 가려졌다. 승자는 최 회장. 이날 최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91표(66.3%)로 과반을 확보하면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2007년에 이어 2011년까지 김 대표(당시 후보)는 최 회장에 무릎을 꿇었다. 2007년 선거에서는 김 대표가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지만 과반 이상의 표를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나 결선투표서 두 사람의 명암이 갈렸다. 4.6% 근소한 차이로 최 회장 당선이 결정된 것이다.
2011년 선거는 과열양상이 뚜렷했다. 최 회장에게는 다소 불리한 분위기였다. 최 회장이 “나는 한번만 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재출마한 것이 문제였다. 또 농민신문사 상근임원으로 재직 중이라는 점 때문에 후보자격 논란이 일었고, 전산망 사고와 한미 FTA에 대한 미흡한 대응 등 최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그중 가장 이슈였던 최 회장의 ‘후보자격 논란’은 본회 또는 상임 임직원, 본회 또는 회원의 자회사 및 본회 또는 회원의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법인의 상금임직원, 종합감사위원장과 공무원 직을 사직한지 90일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피선거권을 가질 수 없다는 정관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이 후보등록 전날 농민신문사 상근임원에서 사임했기 때문이다.
후보자격 논란은 선거 전 제기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김 대표(당시 조합장)가 2011년 12월 최 회장의 농협중앙회장 선출결의의 무효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것이다. 김 대표는 농협중앙회정관 제74조를 근거로 들며 “피선거권이 없어 당선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농협과 회원조합들이 농민신문사에 연회비로 10만원씩 내왔을 뿐 재산을 출연한 관계는 아니다”고 팽팽히 맞섰다.

김병원 대표 취임한 이유는?
이처럼 김 대표(당시 조합장)는 선거 전후로 최 회장과 돈독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랬던 김 대표가 NH무역 수장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무슨 이유로 피 터지는 싸움을 벌였던 상대를, 그것도 의미있는 자회사의 수장으로 앉힌 것인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도 “최원병 회장은 이전에 최측근 인사배치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여전히 인사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특성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최 회장이 두 번의 경쟁으로 자신의 치부를 잘 알지도 모를 인물을 요직에 앉힌 것은 이상하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농협은 최 회장이 여전히 인사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분리가 됐지만 지주회장 위에 중앙회장이 군림하는 구조가 돼 직간접적으로 인사에 간섭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김 대표의 NH무역 취임도 최 회장의 심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로 이는 농협중앙회 관계자로부터 확인된 사항이기도 하다.
다만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자회사 대표의 임기가 다 된 때였고 협동조합이라는 특성 상 화합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라며 “화합뿐만 아니라 회장선거에 나오셨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력도 높게 평가됐다”며 “회장선거에서 경쟁한 사이라고 관계가 계속 나쁠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병원 대표의 소송’과 관련해서는 “소송을 낸 뒤 취하한 것으로 안다. 오랫동안 끌고 오지도 않았고 화합을 위해 좋게 마무리됐다”며 “농협은 농민출자를 근거로 하는 협동조합이다. 약점을 잡기위해 정글에서 다투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전 선거운동 의혹 등 잡음
한편 최 회장은 2011년 선거에서 자격 논란뿐만 아니라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상당한 흠집을 입은 바 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면서 실망을 안긴 것도 있으나, 선거가 간선제로 치러진 것을 두고도 잡음이 발생했다.
중앙회장 선출방식은 2009년 농업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서 바뀌었는데, 투표권이 종전의 25%에게만 돌아가면서 대표성 및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나왔다. 선거인단 규모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비리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실제로 한 언론에서는 최 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조합에게만 ‘무이자 조합지원 자금’을 편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2010년 1~8월 총 3조8885억원의 조합지원 자금을 집행했는데, 조합 당 평균지원금은 39억8400만원이었다.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농협중앙회에서 회장 투표권이 없는 일반조합에는 평균지원금보다 적은 36억9300만원을 지원하고,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조합에는 56억4900만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점차 줄어들던 지원 차액이 간선제가 도입된 2009년부터는 극명하게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이 언론은 특히 선거 1년 전인 2010년에는 대의원조합에 더욱 차별화된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대의원조합에 대한 지원규모는 전체 평균지원금 대비 141.8%로, 92.7%인 일반조합보다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대의원조합이 2009년 전체 평균지원금 대비 134.9%를 받았다는 것과 비견하면 그 규모가 일 년 새 급증한 것이었다. 이에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금은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이런 의혹이 빚어질 일도 없다”고 못 박았다.
사전 선거운동 의혹은 다른 데서도 불거졌다. 해외연수와 관련해서다. 2011년 10월 또다른 언론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5월 임직원 17명을 9박11일 일정으로 미국·캐나다 연수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4월 발생한 전산망 사고로 보상작업이 한창이었던 시기였다.
다수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임원 17명의 1인당 여행비용은 530만원이었고 이들은 해당 기간 동안 시내관광 및 골프 등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명품 핸드백을 돌렸다는 의혹도 나왔다. 특히 임원 17명 중 8명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 선거운동 의혹은 더더욱 힘을 받게 됐다.
이후 2011년 12월에도 PD수첩 등에서 최 회장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현직 조합장의 증언과 문제의 봉투가 공개되면서 사전 선거운동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