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이 4일 오전 5시50분쯤 직원 50여명을 동원해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촌 기습철거를 단행했다.
이번 집행에 중구청은 지난달 화재로 덕수궁 돌담의 서까래가 그을리는 등 문화재 훼손 우려까지 제기된 바 있고 시민들의 통행불편 방지를 위해서 철거 집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제철거 당시 농성촌에는 쌍용차지부 조합원 3명(고동민 대외협력실장, 이현준 선전부장, 유재선 조합원)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들은 급작스럽게 철거가 시작됐고 분향소와 집기류를 압수했다며 팔과 다리가 결박당해 저항할 새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구청 직원들은 철거된 농성촌에 다시 농성용 천막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대형 화분을 설치하고 화단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농성촌 일대를 관할하는 서울 남대문경찰서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3개 중대 180여명과 여경 20명을 배치한 가운데 소식을 듣고 모여든 조합원들이 집회를 시작했다.
농성촌에 있던 집기류 대부분은 실려간 상태지만 일부 설치구조물 등을 치우려는 중구청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계속해서 충돌을 빚고 있다. 이날 6시40분경 강제철거에 저항하던 금속노조 스타케미칼 해복투 소속 차광호씨(44)가 경찰에 연행됐으며 7시30분경에는 화단 조성에 쓰일 흙을 실어 나르는 트럭을 막아선 이호준씨(20) 등 2명이 경찰에 추가로 연행됐다.
이번 집행에 대해 고동민 대외협력실장은 "반드시 농성장을 다시 설치해 쌍용차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추모를 이어 가겠다"며 "행정대집행은 불법적으로 진행됐고 법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구청장 등 책임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구청은 지난해 말 농성촌을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통보했지만 추위 등의 이유로 유보했으며, 지난달 26일에도 집행을 시행하려 했지만 쌍용차와 금속노조 관계자들의 반발로 집행을 유보한 바 있다.
대한문 앞 농성촌은 지난해 4월 쌍용차 사태 희생자 24명을 추모하는 분향소를 대한문 앞에 설치하면서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