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원과 고 전 총리 결합하면...
지난 2002년 대선직전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무소속 정몽준 의원이 2년 반만에 ‘정치’에 입을 열었다. 정 의원은 “(차기 대선에서)고건 전 총리가 되는 게 좋겠다”며 고 전 총리의 ‘안정적 리더쉽’을 평하면서 각별한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
이는 최근 정치권 안밖에서 ‘고건發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원은 ‘고건 대권’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더욱이 차기 대선을 2년 반 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정 의원은 “시간도 지났으니 이제 좀 (정치재개를)해봐야죠”라며 고 전 총리의 대권에 불을 지피면서 정치활동 재개를 시사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노 후보를 지지했던 것처럼 고 전 총리를 대권 후보로 앞세울 수도 있다는 ‘킹 메이커’ 역할을 자임하는 것인지, 정 의원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정 의원, 고 전 총리에 힘을 실어주는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국민통합21 대표이던 정 의원이 제16대 대통령 선거 시작을 불과 8시간 남겨 놓은 18일 밤 10시 30분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라는 ‘폭탄선언’으로 한밤 정치권과 국민들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선거 직전 터진 이러한 돌발상황에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었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박빙의 승부가 예측되고 있던 상황에서 양측은 비상 회의를 개최 하는 등 밤을 꼬박 새며 대책을 논의를 하는 등 정 의원의 ‘폭탄선언’으로 지난 대선에서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그간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 오며 독일월드컵 등 축구협회 활동에 전념해온 정 의원이 12일 ‘국민통합21’의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원은 기자들에게 "고 전 총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고 전 총리와 같은 분을 영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고 전 총리의 대선가도에 힘을 실었다.
더욱이 그는 "고 전 총리와 같은 분이 (대통령을) 하면 나라를 안정시킬 것’이라며 고 전 총리의 ‘안정적 리더십’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또 여야의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해 “그 분들은 그 뒤에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언급해 고 전 총리에 대선 주자들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개헌론에 대해 "힘을 받는 임기초반에 개헌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안정적 대통령 출범 후 개헌’ 이라는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이러한 정 의원의 발언이 한편으로는 향후 ‘고건발 정계개편론’ 현실화 될 경우 고 전 총리와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는 부분이다. 정 의원은 또 지난 5월 무소속 의원들과 ‘국회 사무처 공간 확보’를 국회사무처에 요청한 바 있다. 이는 향후 정계개편을 위한 ‘발판 다지기’라는 추측을 낳기도 한다.
◆ 왜 고건 총리인가
다음 대선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고 건 총리에 정 의원이 이처럼 ‘각별한’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일까?
정 의원이 언급한 것처럼 고 전 총리가 가지고 있는 ‘안정감’이다. 또한 고 전 총리는 정치권 밖의 인물로 여야의 갈등에서 벗어나 있어 정치권이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면 상대적으로 고 전 총리의 인기가 상승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고 전 총리가 총리직을 물러나면서 각료 제청 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
과 대립의 각을 세웠다는 부분으로 ‘반사이익’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정 의원이 고 전 총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면 문제는 고 전 총리의 행보다.
고 전 총리의 앞길은 세 가지 경우의 수를 내다볼 수 있다.
고 전 총리 스스로 유력 정당 중 하나를 택해 입당할 수 있고, 고 전 총리는 현재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는 조건이다. 이 경우 고 전 총리는 각 당의 기존 대선 주자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당내 세력에서 앞서기가 쉽지 않다. 반대로 어느 정당이 고 전 총리를 영입할 수도 있지만 다음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은 상당한 내분 요인을 안고 있다. 이 경우 위기에 몰린 어느 당에서 자구책으로 고 전 총리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전 총리가 이 경우를 생각하고 있다면 상당 기간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지낼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 간의 이합집산 과정에서 고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정 의원과 고 전 총리와의 이해관계?
아직 고 전 총리의 행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신당창당’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신당창당설’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여러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여러 문제 중 고 전 총리의 대권을 지지할 수 있는 전국정당을 만들만큼의 조직력 부재와 설령 이 조직을 만든다 해도 조직을 유지시킬 자금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 의원의 재산은 지난 2002년 대선출마 당시 현역 의원 중 최고금액인 1천720억으로 나타났으며 2004년 총선 후보자 신고재산만 해도 2천5백67억원으로 후보자등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실로 엄청난 재력가다.
고 전 총리의 ‘신당창당설’을 정 의원과 연결시킨다면 정 의원이 ‘고건 대권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히 단순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러한 정 의원의 재력과 고 전 총리의 ‘안정감’이 결집돼 ‘신당창당’이라는 결합체가 구성된다면 정치권에서 막강한 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 지난 대선처럼 고 전 총리를 대선 후보로 지지?
정 의원이 지난 대선 때처럼 비록 막판 철회를 했지만 노 대통령을 지지했듯이 고 전 총리를 대권 후보로 앞세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이 고 전 총리에 어떠한 형태로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고건 전 총리는 대권 도전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는 있지만 이는 대권 의지가 없다고 확정지을 수 없다.
최근 정가는 고 전 총리가 전직 관료나 정치인을 만나면서 차츰 세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조직형태야 정당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의 풍부한 인맥을 활용해 조직화하려는 행보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이는 언제든 고 전 총리가 ‘레디! 고!’ 하면 창당될 수 있는 수준의 인맥을 만들고 있다는 것.
한편으로 고 전 총리가 조직을 만들어가는데 있어 신당 창당 자금 마련만 남았다는 부분을 주목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의 ‘고건 다가서기’는 의미심장하다는 게 정가의 평이다. 고 전 총리 또한 정 의원의 ‘다가서기’를 마다할 특별한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정 의원은 정치활동 재개에 대해 긍정적으로 밝힌 상태라서 정 의원의 향후 행보가 고건 전 총리에게 쏠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민심은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낼 만큼 현 정치권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고, 현 정부는 야당에 연정을 제기할 정도로 기력이 쇠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정 의원은 신당 창당으로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주류를 이룬다.
이날 정 의원은 "시간도 지났으니까 이제 좀 해볼 생각"이라며 적극적으로 정치행보 재개 의지를 내비쳤다. 정몽준과 고건 총리가 언제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 정가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정 의원은 2002년 12월 16대 대선 직전 후보단일화 선언 파기 과정에 대해 나름대로 기록을 남길 뜻을 밝혔다.“그 일(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이 있은 뒤 나 자신도 과연 잘한 일인지, 못한 일인지, 그 일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 것인지 자주 생각해 왔다.”면서 “판단이 서면 당시 경위에 대해서도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권의 연정 논의에 대해서는 “경제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정치를 강조하는 것은 좀 모순된 것 아니냐.”고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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