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는 극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연일 대남·대미 안보 위협을 쏟아내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미국의 자세 또한 강경일변도다. 위협이 가해지고 방어차원에서 강도 높은 공세가 이어지는 ‘안보딜레마’는 남북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라는 위기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움직임과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각국의 움직임을 취재했다.
북한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
북한에 대응하는 미국의 무력시위는 무기시장 방불
북한 공세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
북한이 연일 위협의 강도를 높이며 금방이라도 전쟁이 터질듯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 3차 핵실험 이래 북한의 군사적 도발 위협은 일일이 헤아리기 조차 어려울 정도다.
북한은 남북 불가침 합의, 정전협정 폐기를 선언했으며 판문점 적십자 통신선과 서해 군사통신선을 차단한데 이어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도 선언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남북 관계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고 선언한데 이어 개성공단 폐쇄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2일에는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한 영변 5MW 흑연감속 원자로를 재가동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4일에는 “강력한 군사적인 실전 대응조치들을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며 “오늘 당장인가 아니면 내일인가 하는 폭발 전야의 분분초초를 다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미군의 B-52, B-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 핵잠수함, 구축함 등이 참가한 것을 맹비난했다.
북 무수단 중거리미사일 동해안 이동 포착
일촉즉발의 위협적인 언사가 남발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도 증가하고 있다.북한이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정황이 포착된 것. 이 미사일은 사거리 3천~4천㎞에 이르는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괌의 미군기지를 비롯해 태평양 해상으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을 위협하기 위해 이런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한미 정보당국이 파악할 수 있도록 열차를 이용해 무수단 미사일을 ‘보여주듯’ 실어날랐다는 점은 무력과시용으로 북한이 이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에 실제 무수단을 발사한다면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목표물 타격 정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은 1천km 비행시 CEP가 2km 이상이어서 명중률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작전회의를 주재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에는 ‘전략군미본토타격계획’이라는 제목의 작전계획도가 나와 있고 작전계획도에는 북한에서 미국 본토의 주요 도시까지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미국 ‘움직이는 핵우산 3종 세트’에 매케인호까지 출격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하는 미국의 무력시위도 무기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만만치 않다.
미국은 ‘떠있는 핵우산’으로 불리는 B-2 스텔스 폭격기 두 대를 미국 본토에서 한반도로 출격시켰으며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 ‘F-22’ 스텔스 전투기 두 대도 이미 지난달 31일 오산 미 공군기지에 지난달 31일에 도착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B-52와 핵잠수함 샤이엔 등 ‘움직이는 핵우산 3종 세트’가 한반도에 집결하여 북한의 전쟁 위협에 맞서 연합훈련을 펼쳤다. 키리졸브 훈련이 끝났음에도 B52기와 B2기 훈련은 지속됐다.
또한 미 FOX뉴스는 1일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 해군 7함대 소속으로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구축함 매케인호(USS McCain)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일본으로 귀항하는 대신 한반도 서남쪽 해상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매케인호는 이지스(Aegis) 시스템과 SM-3 요격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사일 요격은 공격해 오는 대상을 기다리고 있다가 도중에서 맞받아치는 방어에 특화돼 있는 구축함이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목표추적시스템 및 방공 미사일, 공격시스템을 말한다. 정확히는 3차원 고정밀 위상배열 레이더를 뜻한다.
매케인호가 주목받는 것은 이지스 시스템뿐 아니라 SM-3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지스 구축함엔 SM-3가 장착돼 있지 않다. SM-3는 500㎞ 거리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군사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4개의 다기능 특수레이더가 부착돼 있어 북한의 대포동 2호를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각국 언론 분석 보도 “북한 긴장 강화는 협상용”
북한이 연일 한반도와 미국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과 관련하여 각국의 언론들은 대북정책을 완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하는 듯하다. 실제로 북한은 전쟁을 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증가시키고 있지만 이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한국에 압박을 가해 대북 정책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지난 달 30일자 ‘군사적 긴장을 증가시키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위험을 심각하게 여기는 군사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도 31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미국 전역을 타격 목표로 하는 작전도까지 노출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 미사일을 앞세운 협박 전술로 보인다”며 실제 미사일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북한이 전쟁을 위협하는 도발적 성명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수도 평양의 분위기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군대 이동 등의 모습은 목격되지 않았고 외국 공관들을 지키는 군인들도 평소와 다름 없이 근무하고 있다”며 시내에선 국가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라고 소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최근의 험악한 언사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의 대규모 이동이나 배치 같은 동향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언행 불일치는 주목할 만한 것으로, 전문가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각국의 보도내용을 종합해보면 실제 북한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위협이 장기화하면서 전쟁 위기감이 확산하고 사회적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또한 북한의 노림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핵 대응 해법, “대북압박 강화해야 VS 대화해야”
북한의 한·미 양국의 북핵 대응해법을 둘러싸고 주요 외신들의 논조도 엇갈린다.
현행 대북 압박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상황타결을 위해 조속히 협상 테이블에 앉으라는 주문이 교차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일 사설을 통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응답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외교로 응답하는 것은 북한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또 다른 도발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에서 “현재 한반도 긴장의 뇌관을 제거하는 가장 중요한 조치는 평양과 대화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한·미 양국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을 접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프랑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1일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위험한 대결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제 양국 사이에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과의 대화가 역겨울 수 있지만 미국은 북한과 직접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신의 논조가 압박기조와 대화를 위한 해결로 대립되는 가운데 정부내에서도 대응해법에 강온양면 전략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조심스런 반응이다.
정부, “청와대는 호들갑을 떠는 곳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적인 언사에 반해 차분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4일 “청와대는 호들갑을 떠는 곳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 주도로 외교안보수석, 통일비서관 등이 참석한 회의를 매일 오전 열고 있으며, 통일부·외교부·국방부 등 유관 부처들 간에도 협조가 이뤄지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 유임에 따라 3일 인사청문회 대신 열린 국회 정책 질의에서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전면전으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다”라며 “북한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에 따르는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고 국지도발 가능성은 있다”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고 올바른 길로 나오라고 종용하는 데도 불구하고 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문제를 긴 호흡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안보를 위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협력의 대상이라는 이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이중성의 해결은 하루 이틀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로서는 의연하게 북한이 무력도발이나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강한 억제력을 통해 예방을 해야 한다”며 “동시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계속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수위 높은 위협에 동조하며 맞불을 놓는다면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대화와 교류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해법이 절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