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벌제 시행, 편법 리베이트 여전
일양약품 리베이트 진실공방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양약품 측에 의하면 기획실장 고씨가 잠적하고 회사는 뒤늦게 공금 8억원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일양약품은 고씨를 만나 도박으로 거액을 탕진했다고 진술을 받아내고 확인서를 쓰게 했다.
고씨가 자필로 2012년 12월28일 작성한 확인서를 보면 고씨는 일양양품 사내복지기금을 관리하면서 개인적으로 4억3000만원을 유용했고 일양바이오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업무를 하면서 추가로 3억5000만원을 유용한 것을 자인하는 내용이다. 고씨는 전액 변제할 것과 거짓이 없음을 인정하는 내용을 추가로 작성했다.
이후 고씨는 지난 1월12일 춘천 남산면 백양리역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 안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되었다. 당시 경찰은 고씨가 채무 압박을 못 이겨 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유족의 입장은 달랐다. 고씨가 회사에서 리베이트를 관리하는 역할을 했고, 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유족은 일양약품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을 제시했다.
내부 문건에는 주요 거래처와 미집행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2010년 5월부터 2011년 1월까지 7개월 동안 집행되었거나 집행 예정인 리베이트 액수는 4억7천여 만원. 수도권과 대구, 창원, 제주 영업점만 계산한 것이다. 이 돈은 주로 거래처의 식당 결제나 결혼식 비용, 전자제품 구입 용도로 책정되어 있다. 일부 거래처의 경우 X-레이 도입이나 원내 소파 구입 비용, 골프세트 구입 등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문건에 나와 있다. 유족이 지난 2월22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족 “로비업무 압박” VS 회사 “도박빚 때문”
검찰, 일양약품 리베이트 혐의 압수 수색
쌍벌제로 “현금지급 안해”...편법지원 여전
본지는 일양약품에 전화인터뷰를 요청하여 문건 작성 사실에 대해 질문했다. 회사관계자는 “유족측이 주장하는 문건은 본적이 있다. 하지만 회사가 작성한 것은 아니다. 만약 회사에서 작성했다면 결제 사인이 있어야 하는데 그 문건에는 일양약품이 작성했다는 어떠한 흔적도 없다”라며 사실을 전면 부정했다.
회사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 문건은 알 수 없는 직원에 의해 영업의 자구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작성되었을 것이라며 일양약품과의 관련성을 부정했다. 더불어“‘미집행’이라는 문구가 리베이트를 집행하지 않은 사실을 증거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지는 “‘미집행’이라는 문구가 오히려 ‘집행’을 추측할 수 있지 않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추측은 가능하겠지만 확증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리베이트 혐의 수사 착수
검찰은 의약품 리베이트 의혹과 관련해 제약회사인 일양약품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통해 수사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발인 측은 일양약품이 병·의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대신 공급가 일부를 되돌려주는 수법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에 접수된 내용은 전형적인 리베이트 사건과 같다”며 “현재 식약청에 내려보내 수사지휘하고 있는 상태이고 고발장이 접수된지 얼마 안돼 현재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식약청 수사 후 결과에 따라 이를 송치받아 보강수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이 같은 고발장 접수내용과 관련해 일양약품 측은 “고씨가 죽은 뒤 고씨 가족을 상대로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자 압박을 받은 고씨 가족들이 이번 사건을 리베이트로 몰고 가려 한다”고 주장했다.
일양약품 측은 “유족이 리베이트 관련 돈이라며 가압류를 없었던 일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라며 유족이 억측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일양약품이 리베이트 관련 혐의를 전면 부정하는 가운데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주형)는 19일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일양약품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일양약품 용인본사와 일부 지점에서 하드디스크와 회계서류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일양약품이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본지로 제보가 들어왔다.
양측의 주장이 절반만 사실이라는 내용이다.
고씨가 도박에 빠진 것과 공금을 횡령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횡령한 공금속에는 리베이트 관련 뭉칫돈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실명을 밝힐 수 없다는 의약업계 종사자의 제보에 의하면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현금을 수수하지 않는 병원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고씨가 그 돈을 유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양약품은 사실무근이라며 일양약품은 리베이트 제공을 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리베이트 관행 여전..국민부담 증가”
의약업계의 리베이트가 문제가 되는 것은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는 가격할인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약가의 일부를 보조하는 건강보험까지 고려할 경우 이러한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제보자에 의하면 쌍벌제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하다고 한다.
제약업계 영원직원은 1달에 한번 꼴로 병원 처방 목록을 받는다고 한다. 이중 약에 따라 15~20%의 리베이트를 병원측에 주고 있다고 했다.
단지 쌍벌제 시행으로 상장된 제약회사는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상품권이나 법인카드 형식으로 제공된다고 한다.
제보자는 “십만원 미만의 접대비는 합법적인 수수이기 때문에 식대지원을 할 경우 이용할 식당에 3·4일전부터 식대비를 매일 10만원 선에서 결제하여 10만원 이상의 식사비를 적립해 둔다”며 또한 “병원개원소식이 알려지면 개원 병원을 찾아가 1년 사용을 약속하며 편법 지원하는 경우 또한 여전하다” 말했다.
현재로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 의혹만 난무하는 가운데 진실의 판단여부는 검찰에게 넘어갔다.
앞으로 리베이트에 3회 연루된 의약품·의료기기·판매업소는 ‘3진 아웃제’가 도입돼 시장에서 퇴출된다. 의약업계의 뿌리깊은 관행이 해소될 수 있을지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