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의 정치적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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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을 거쳐 청와대 대변인에서 전남지사로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살아온 박준영 전라남도 도지사. 그는 자신의 삶을 ‘고난과 역경 그라고 극복’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표현한 그가 제18대 대선에서 나타난 호남민심을 ‘충동적’이라고 발언해 일으킨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고 또 다시 정치 인생의 고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박준영 지사의 정치적 운명이 궁금하다.
 

언론인.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전남지사

박 지사는 1946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서울인창고, 성균관대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하고 1972년 중아일보에 입사했다. 박 지사가 중앙일보에 입사한 후 유신 체제에서 기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고향에서 일어난 살육의 현장을 외면한 언론보도에 항의하며 신문제작 거부에 앞장서다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 당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난 2001년 7월에 광주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강제 해직 후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 박 지사는 1985년 미국 오하이오대학에서 신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성균관대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당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채찍질하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까지 지내며 언론인의 길을 걸었던 그는 1997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국민의 정부 출범 직전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일하자”는 권유를 받고 청와대행을 결심했다.
국내 언론비서관, 공보수석 겸 청와대 대변인, 국정홍보처장을 거치며 김대중 대통령의 입이자, 국민의 정부 ‘얼굴’ 역할을 했다. 그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함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된다.

‘충동적’ 발언 파문...“아부성 망언·도지사직 사퇴”

그런 그에게 시련은 또 다시 찾아왔다. 발단은 제18대 대선에서다 그는 당시 호남민심을 ‘충동적’이라고 발언했고 박 지사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 성명이 이어졌고, 온라인에서도 주민소환 등 퇴진운동 조짐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박 지사가 “민주당이 잘할 때 지지를 보이는 것이 맞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지역민들은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할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지역민들을 폄하하고 모욕하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박 지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비난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 대선에서 오로지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 후보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자신들의 소중한 권리행사를 박 지사가 마치 충동적인 행동으로 비하했다는 생각을 좀처럼 떨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렇다할 지도자 없이 수년간 정치공백기를 보낸 지역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보다는 이명박 정부 5년의 실정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막아보자는 간절함에 민주당을 다시 한 번 믿어보자는 심산으로 투표에 임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참패했고, 지역민들은 한동안 허탈감과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박지사의 발언은 지역민들의 쓰라린 상처를 다시 후벼 판 꼴이 됐다.
지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시민단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박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준영 ‘호남의 정치적 대변자’ 자처

광주시민단체 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무겁지 못했다는 지탄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지역민이 박 지사의 됨됨이와 깜냥을 모르고 한 선택이 그렇고, 충동적 선택이란 호남 총리론 기류를 틈 타 지역민을 버린 채 새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박 지사의 아부성 태도를 두고 하는 말에나 적절하다”며 지사직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민주노총 전남지부도 논평을 통해 “박 지사의 ‘충동적 몰표’ 주장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역사의식과 기본적인 계급의식이 없는 발언이며 몰락해가는 지역 토호세력들의 천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고 주장했다.
목포 경실련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까지 참여한 박 지사는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패장의 무리에 속한다”며 “선거결과를 뼈아프게 생각하고, 자숙해야 할 마당에 이 같은 발언은 실언을 넘어서 망언이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지사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 때만 해도 광주와 전남의 대표 정치인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주·전남 출신으로 유일하게 경선 후보로 출마한지 37일만에 중도 사퇴했지만 ‘호남의 정치적 대변자’를 자처한 그는 8명의 후보중 5명을 뽑는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후발주자로 뒤늦게 출발했지만 탄탄한 호남 기반을 중심으로 컷오프에 통과함으로써 그의 대권 도전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특히 ‘호남 대선주자 불가론’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영남권 대선 주자일색인 상황에서 정치 변방으로 전락한 지역민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광주·전남의 정치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도 부여됐다.
한 정치평론가는 3선의 도지사를 뛰어넘어 그는 장차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급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발언으로 정치적 입지가 불투명한 상황에 빠지는 처지가 됐다.

박준영 지사 물세례 봉변…의회 파행

여기에 지난 1월 23일 전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4회 임시회 제1차 본의회에서 통합진보당 소속 안주용 의원으로부터 물세례를 받는 등 지역민 의견수렴의 장이 돼야 할 의회가 파행으로 이어졌다.
안 의원은 “지난 8일 박 지사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발언한 호남 몰표를 폄하한 것과 관련해 선(先) 사과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의사진행 발언과 5분 발언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박준영 지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집행부 수장인 박 지사가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물세례 수모를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도 의회는 개회 첫날부터 정회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안 의원의 폭력행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통해 “도지사가 도의회 의사일정에 따라 도정계획을 보고하는 중요한 순간에 (안 의원이)이러한 폭행을 저질렀다”면서 “이는 신성한 민주주의 상징과 토론의 심장부인 의사당에서의 불법 폭력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의회정치를 포기한 심각한 도전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 의원은 정의로운 민주시민이라는 남다른 자부심을 가진 전남도민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짓밟았다”면서 “민주주의 역사에 너무나 큰 오점을 남긴 심각한 만행을 저지른 것으로, 도민의 대표인 도지사에게 폭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 도민 앞에 사과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박 지사의 개인적으로 최대 정치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호남주민 충동적 투표’ 발언이 최악의 아킬레스건이 돼 남은 임기내내 박 지사를 괴롭힐 전망이다.
남은 임기 동안 ‘전남의 미래 먹을거리, 발전 동력 확보’에 역점을 두고 매진해 나가겠다고 밝힌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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