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원인·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늘어나는 ‘싱글’
자신에게 투자하는 싱글을 위한 관련 상품 속속 등장
치솟는 집값, 육아 스트레스, 등골 휘는 사교육비까지. 창창한 20~30대들에게 펼쳐진 미래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험난한 현실에 연애는 물론 결혼, 출산도 포기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삼포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어쩔 수없이 포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씁쓸함을 느낄 뿐이다. 또한 이혼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자발적 미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2013년 1월 인구 동향’의 결과에 따르면 올 1월 혼인건수는 2만88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건(1.4%)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이혼 건수는 940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0건(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이유로 결혼에 대해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40대 중에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비율은 2000년 2.8%(남자 3.3%, 여자 2.1%)에서 2010년 7.9%(남자 10.9%, 여자 4.8%)로 10년 사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인구 820만4781명 중에 64만5383명이 미혼인 것이다. 40대가 넘는 장년층들의 미혼비율이 늘고 있고 50대 이후의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사회 전반적으로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미혼노인의 비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은 65세 이상 노인 중 미혼자 수가 2010년 1만6746명에서 2035년 10만1243명으로 6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65세 이후까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인구가 2035년에는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특히 남성(2035년 3만7623명)보다 여성(6만3620명) 미혼노인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측됐다.
어쩔 수 없는 선택 ‘자발적 미혼’
이러한 원인 중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물가도 오르고 집값도 오르는데 그대로인건 지갑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경제사정에 따라 취업률도 낮을 수밖에 없어 결국 소비의 부재로 연결되고 결과적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육아라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그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혼 여성들은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포기하거나 슈퍼우먼이 돼야 하는 등 소위 ‘슈퍼우먼 콤플렉스’에 시달려야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이다. 경제적인 이유때문만이 아니더라도 혼자만의 생활에 만족하고 문화생활 등을 즐기며 살아가는 ‘골드미스·골드미스터’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업무부담, 집에 돌아와서는 양육부담에 치여 사는 경우가 많아 애초부터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50대 이상의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인식의 변화로 볼 수 있다. 과거 자녀들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살았다면 이제는 그동안 힘들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줄줄이 이혼을 강행하고 있다.
‘화려한 싱글’을 위한 제품 속속 등장해
육아와 배우자의 직계가족까지 챙겨야 하는 이중고에서 벗어난 싱글족들은 남는 에너지를 모두 자신에게 투자하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쾌적한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고가의 취미생활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같은 등산, 사이클 등의 취미활동을 하더라도 좀 더 좋은 장비를 갖추고 취미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여행을 떠나더라도 아무런 거리낄 게 없다.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싱글족들에게는 연애와 결혼의 빈자리를 채워줄만한 그 이상의 것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사회인식으로 요즘은 결혼하라는 말 보다는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라’는 말들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자발적 미혼의 길을 걷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또한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 대부분을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자신의 삶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싱글족이 많아짐에 따라 식료품과 가전제품 등의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렌탈’가전이나 소형가전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고 1인용 채소 등도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경제력을 갖춘 고소득 싱글들은 자신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져 남녀가 가진 고정관념이나 기존 소비시장의 트렌드마저 바꿨다. 외모와 패션에 관심이 높고 스스로를 잘 꾸미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족’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패션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는 것. 또한 수염을 잘 깎는 데만 머물렀던 전기면도기도 스타일링 제품으로 이미지를 바꿔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카메라 시장도 많이 달라졌다. 일명 ‘똑딱이’ 카메라인 디지털 카메라만 쓸 것 같던 여성이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까지 취미의 영역을 넓히면서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의 주요 소비자가 여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한 싱글도 좋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추세라면 출산율은 더욱 낮아질 것은 자명한 일이고 고령화 속도 또한 눈에 띠게 빨라질 것이다. 정부 및 지방자치 차원에서 이런 저런 방안을 내놓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자발적으로 미혼의 길을 걷는 경우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내몰려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