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오쇼핑과 GS홈쇼핑 사이의 기류가 심상찮다. 떠들썩하게 싸운 횟수만 올해 들어 두 번. 모두 CJ오쇼핑이 GS홈쇼핑에 딴죽을 거는 듯한 모양새였다. CJ오쇼핑은 “영업방식을 따라했다”며 소송을 거는가 하면, “업계 1위가 됐다”며 GS홈쇼핑의 자존심을 눌렀다. GS홈쇼핑은 매번 반박하고 나섰고 이들의 갈등은 격화됐다.

업계 1위 타이틀로 각 세우고
영업방식 소송으로 얼굴 붉혀
소 취하 했지만 갈등은 ‘글쎄’
CJ오쇼핑이 지난 2월 GS홈쇼핑을 상대로 “고유한 소셜커머스 영업방식을 따라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했던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소송을 4월 1일 자진 취하했다.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방안으로 애초에 끝까지 소송을 진행할 의도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경쟁사가 지속적으로 자사전략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어 강경방침으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소송전은 어떻게 흘러왔나
CJ오쇼핑이 문제로 지적하고 나선 것은 GS홈쇼핑의 ‘쇼킹10’이었다. CJ오쇼핑은 2011년 2월부터 ‘오클락’이라는 소셜커머스를 운영해왔다. ‘오클락’은 매일 오전 10시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다. GS홈쇼핑은 2012년 11월 CJ오쇼핑 ‘오클락’과 유사한 ‘쇼킹10’을 내놨다. CJ오쇼핑에 따르면, “매일 쇼킹한 10시”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등 GS홈쇼핑이 자사와 거의 동일한 영업방식을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내부에서도 말이 나왔다고 한다. “경쟁사가 영업방식을 베꼈는데 회사는 왜 가만히 있느냐”는 반발이 거셌고, CJ오쇼핑은 직원들의 사기증진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했다. GS홈쇼핑은 즉각 반박했다. “특정시간에 물건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은 일반화된 영업방식”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강경 대응키로 하고 법원에 낼 답변서를 준비해왔다. 제출 예정시한은 4월 15일이었다.
그러나 CJ오쇼핑에서 소송을 자진 취하했고 이들의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GS홈쇼핑이 최초 답변서를 제출하기 전이어서 동의 없이도 소 취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GS홈쇼핑이 “소 취하는 주장이 무리했음을 증명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링 바깥에서 고함만 치다가 싸움이 시작되자 도망쳤다”고 CJ오쇼핑을 겨냥하면서 갈등의 골 또한 깊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액 1위 vs 취급액 1위
지난 2월 CJ오쇼핑과 GS홈쇼핑은 ‘업계 1위’ 타이틀을 놓고서도 얼굴을 붉혔다. 발단은 CJ오쇼핑이 실적을 공시하며 “매출액 기준으로 GS샵을 앞장섰다”고 밝히면서다. CJ오쇼핑은 “자사 매출은 1조733억원, GS홈쇼핑 매출은 1조196억원으로 GS홈쇼핑을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회계매출이 공시로 인정하는 유일한 지표”라며 업계 1위 타당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GS홈쇼핑은 바로 반발했다. “취급액 기준 GS홈쇼핑은 3조210억원, CJ오쇼핑은 2조8539억원으로 여전히 GS홈쇼핑이 업계 1위”라는 주장이었다. 취급액은 거래한 상품가격의 총액을 가리킨다. 특히 “3조원 돌파는 홈쇼핑 업계 사상 최초”라며 “직매입을 늘리면 매출이 조작되기 때문에 취급액이 유일한 외형순위 지표”라고 힘줘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상품을 납품받아 판매하는 유통업의 특성상 취급액과 회계매출은 모두 실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업계 1, 2위를 다투는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갈등이 표면화된 건 CJ오쇼핑이 GS홈쇼핑을 먼저 자극(?)하면서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J오쇼핑이 의도적으로 ‘흠집 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업계 1위 타이틀부터 영업방식 소송까지. 갈등을 표면화할수록 이들의 이미지에도 좋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10일 침구업체 라이브론이 직물 디자이너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디자인등록 권리범위 확인’에서 특허심판원이 라이브론의 손을 들어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라이브론은 GS홈쇼핑에 입점해 한복 디자이너 B씨의 디자인에 맞춰 침구를 제조하고, 디자이너 A씨는 CJ오쇼핑의 침구류 PB브랜드의 디자인을 맡고 있다.
CJ오쇼핑과 GS홈쇼핑의 직접적인 갈등은 아니나 최근 일련의 대립으로 CJ오쇼핑과 GS홈쇼핑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듯한 모양새다. 이들의 갈등양상이 어떻게 변모할까.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