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코린도의 분쟁이 국내에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현대차가 대한상사중재원에 코린도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한 것과 관련, 4월 30일 첫 심리가 열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그간 현대차와 코린도는 상용차 조립생산 계약종료를 두고 각각 “기간만료에 따른 계약종료”, “일방적인 계약파기”라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법적공방을 벌인지도 벌써 1년, 분쟁무대는 인도네시아에서 대한민국으로까지 넓혀졌다.

4월 30일 대한상사중재원서 ‘단판’ 예고
지지부진한 공방…현대차·코린도 웃는 자는?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은 4월 30일 현대차가 코린도를 상대로 중재를 신청한 것에 대해 첫 심리를 연다고 밝혔다.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는 현존·장래에 발생할 분쟁 전부·일부를 법원이 아닌 중재인의 판정에 맡기고 이에 복종하는 제도로 뉴욕협약에 가입한 142개국에서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이번 현대차와 코린도 간 중재는 최원현 법무법인 KCL 대표변호사, 심창섭 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 박신홍 펜트아시아 대표이사 등이 중재인으로 선임됐으며 심리절차는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코린도는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대응에 나선다.
국내로 번진 분쟁
코린도가 본지에 보낸 문건에 따르면,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이들이 다투고 있는 쟁점사항은 ‘현대차와 코린도 간 체결된 계약은 적법하게 종료됐고, 현대차가 코린도에 배상할 책임도 없다’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과 대한상사중재원에 다루는 쟁점사항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 코린도의 설명이다.
코린도 관계자는 이번 중재와 관련, “현대차는 ‘계약서 상 분쟁은 대한상사중재원을 관할로 한다는 문구가 있음에도 코린도가 관할권이 없는 인도네시아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사가 제기한 소송은 단순히 계약위반을 묻는 것이 아니다”며 “‘현대차의 행위가 인도네시아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재판을 진행하는 법원에서도 ‘관할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2년 10월 8일 인도네시아 남부 지방법원에서 ‘관할권이 없다’는 현대차의 주장을 기각하고 본안심리에 들어갈 것임을 밝히면서 12월 18일 대한상사중재원에 부랴부랴 중재신청을 했다”며 “만약 ‘관할권 없음’ 결정이 나왔다면 중재신청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고 현대차의 중재신청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이들은 어떤 사안으로 얼굴을 붉혔을까. 코린도는 2012년 3월 현대차를 상대로 2000억원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며 “계약기간이 1~4년 남았음에도 현대차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지한 것은 인도네시아 국내법(공업성 장관령 등)에 어긋난다, 계약해지 후 A/S를 위한 최소한의 부품공급을 거절한 것도 인도네시아 국내법 위반이다, 현대차는 불법적 계약해지 등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 말이 맞나?”
사정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차와 코린도는 2006년 중형 상용차(트럭·버스)에 대한 공급·판매·기술계약을 체결하며 한 배를 탔다. 현대차가 반제품 차량을 보내면 코린도가 현지 조립공장에서 이를 완성해 판매·서비스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2008년 중순부터 틀어졌다.
코린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된 현대차의 트럭은 기어변속 시 기어가 빠지고, 핵심부품인 리어액슬과 트랜스미션에 결함이 있었다. 대부분의 트럭이 1~2년 새 고장났다”며 “현대차 계열사 제품에서 현지시장에 적합하지 않은 중국산 부품으로 바꿔 공급한 것이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현지에서 품질결함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할부금 납부를 거절하거나 반환을 요구하며 구입한 차를 공장에 버리고 가는 고객들이 생기는 등 문제가 심각했다는 설명이다. 코린도 관계자는 “정상제품으로 교환공급을 요청하는 등 현대차의 책임을 주장했지만 현대차에서는 ‘과적행위와 비포장된 도로 등이 원인’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밝혔다.
이어 “동급 사양의 일본 트럭(미쓰비씨 등)은 고장나지 않았고, 현대차는 2000년 리서치를 통해 인도네시아는 과적차량과 험로가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의구심을 드러낸 뒤 “결국 코린도 및 소비자들은 손해를 보고 현대차는 수익과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고 지적했다.
삐꺽거린 관계는 계약종료로 청산됐다. 그러나 계약종료에 대한 입장이 갈렸다. 코린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1년 6월 모든 계약이 만료된다며 일방적으로 사업을 정리했고 이후에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을 위한 A/S용 부품도 공급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위반으로 불법행위라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이에 “기간만료에 따른 계약종료기 때문에 계약위반이 아니다. AS부품도 현지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공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코린도는 2011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CNG 버스 폭발사고에 대해서도 현대차의 대응태도를 지적했다. 코린도 관계자는 “CNG 버스는 완제품 형태로 들어와 최종 제조사는 현대차다. 인도네시아 경찰 및 국립수사연구소 등 조사에 따르면 사고는 CNG 연료통의 결함에서 기인한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자카르타시당국의 ‘용기 전수조사’ 명령에 대해 현지 하청업체를 시켜 조사/보고사작성을 하게 하는 등 현대차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토로했다.
현대차의 이러한 태도에 현지여론은 당혹스러워했다는 설명이다. 코린도는 폭발사고로 인한 이미지 실추와 계약종료·부품공급거절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물어 현대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소송이 제기된 후 현대차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코린도 관계자는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국제 상사분쟁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로펌(Karimsya)을 선임했다”고 전했다. 이어 ‘관할권 없음’ 주장이 기각된 후에는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제기하는 등 “활발한 대응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중재에 대해 “소송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할 얘기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낸 소송이 기각된 뒤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한 이유’, ‘중재가 될 경우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강제집행이 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질문에도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는 말만 거듭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