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감사원이 ‘주식변동 및 자본거래 과세 실태’ 감사 결과를 통해 공개한 재벌 일감 몰아주기 사례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2001년 2월 비상장법인인 현대글로비스를 설립한 뒤 계열회사 물류 관련 업무를 몰아 줬다.
땅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한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 말 자산이 472억원에서 10년 만에 3조1896억원으로 급증했고 매출액도 1984억원에서 7조5477억원으로 수십배 뛰었다.
그 결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에 최초 20억원을 출자했지만, 2004년 이후 주식가치가 2조원이나 치솟았고 정몽구 회장도 20억원을 투자해 3조6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
가족끼리 일감을 떼어 줘 간접적으로 수백억원의 재산을 넘겨 준 경우도 많았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직영 영화관 50곳 중 47곳의 팝콘과 음료 판매 매장을 유원실업과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에 독점적으로 운영하도록 계약했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회장의 딸 신유미씨와 서미경씨가 지분 100%를 가진 곳이고 시네마통상은 신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대주주다.
롯데쇼핑은 직영 시 매출액 대비 약 60%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영화관 내 매장 운영 사업을 매출액의 약 30%만 임대수수료로 받아 오너일가가 이득을 얻도록 측면 지원했다. 이들 3개 법인의 총 매출액은 2005년 121억원에서 2011년 446억원으로 4배가량 많아졌다. 오너일가는 292억원의 현금배당을 받고 주가 상승으로 782억여원의 이익을 거뒀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2005년 2월 계열사 건설사업부분을 분리해 두 딸이 75%의 지분을 가진 STX건설에 사원아파트 신축공사 등 공사물량을 몰아 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비상장법인에 IT 일감을 몰아주고 그룹 인건비와 유지보수비 등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