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명성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명성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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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브랜드가치 1위의 유해화학물질 논란

아모레퍼시픽의 고급브랜드 ‘설화수’가 승승장구 중이다. 최근 설화수는 한방화장품 부문 브랜드가치 1위를 거머쥐었다. 전체화장품 부문에서도 압도적 1위였다. 해외에서도 설화수의 평판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은 “고가여도 잘 팔린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위세를 자랑한 것도 잠시였다. 유해화학물질 검출논란이 재 점화되며 설화수 명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후속대처가 들리지 않았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상태다.

▲ 화장품부문 브랜드가치 순위 / 사진출처 : 브랜드스탁 캡처

국내에서 화장품 브랜드가치 1위
해외도 “고가여도 잘 팔려” 호평
그러나 유해물질 논란 ‘모락모락’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회사인 브랜드스탁(BrandStock)의 4월 15일 발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한방화장품 부문 브랜드가치 1위를 차지했다. BSTI(BrandStockTopIndex, 브랜드주가지수 700점과 소비자조사지수 300점 합산 총 1000점 기준)는 876.09점으로 한방화장품 평균 734.3점을 훨씬 웃돈 수치였다.

브랜드가치 1위 ‘설화수’

설화수의 기세는 한방화장품을 넘어섰다. 전체화장품 부문에서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설화수의 브랜드가치는 화장품브랜드숍 부문 1위 미샤(BSTI 808.13, 전체화장품 2위)보다 67.96 높았고, 여성화장품 부문 1위 SK-Ⅱ(BSTI 795.69, 전체화장품 3위)보다 80.40 높았다. 전체브랜드 순위에서도 30위를 기록할 만큼 설화수 브랜드가치는 높게 평가받았다.

해외에서도 설화수의 명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화수는 2004년 홍콩을 필두로 해외시장에 진출했는데, 5년 만에 고급브랜드 집결지인 침사추이와 캔톤로드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갈 정도로 브랜드가치는 수직상승했다. 중국에서는 가짜 설화수인 ‘월화수’가 만들어질 정도로 설화수의 인기는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설화수는 미국 뉴욕의 최고급백화점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에 입점해 고급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는가 하면, 중국 북경의 최고급백화점 ‘신광천지(Shin Kong Place)’ 등에 입점해 공고해진 고급브랜드 가치를 뽐냈다. 이후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에 차례로 진출하며 독자적인 고급이미지를 널리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설화수 ‘윤조’ 라인은 ‘에스티로더’보다 비싸고, ‘진설’ 라인은 ‘SK-Ⅱ’보다 비싸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나온다”며 “고급브랜드로 방향을 잘 잡았기 때문”이라는 아모레퍼시픽 측의 자평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 1월 아모레퍼시픽은 팝업북 ‘The Journey to Holistic Beauty’를 통해 설화수의 글로벌 성공스토리를 알리기도 했다. 설화수에 대한 아모레퍼시픽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유해화학물질 ‘톨루엔’

아모레퍼시픽의 자랑, 설화수지만 하나의 논란은 여전히 골치 아픈 문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11월 KBS ‘달콤한 향기의 위험한 비밀’을 통해 “설화수에서 유해화학물질인 ‘톨루엔’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반년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은 “아모레퍼시픽의 후속대처가 들리지 않았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 아모레퍼시픽 본사 / 사진출처 : 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톨루엔은 상온, 상압에서 무채색의 액체로 페인트나 화학물질, 인조고무 제조 등에 사용된다. 국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 흥분·환각·마취를 일으키는 유해화학물질로 분류해 섭취· 흡입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톨루엔을 흡입하게 되면 노출량의 약 53%가 흡수되고 그중 40~60%는 체내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톨루엔을 과량 흡입할 경우에는 복통·구토와 같은 위장기능장애와 두통·어지럼증·환각증세와 같은 신경장애를 일으킨다고 한다.

방송이 전파를 탄 뒤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토로했다. “극소량이지만 없어지지 않고 몸에 쌓인다니 정말 무서운 이야기다”, “(고가다 보니) 독성물질이 검출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등 믿고 쓴 고가브랜드에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소비자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아모레퍼시픽 측은 “검출된 양은 극소량이고 이 정도의 양은 공기와 마시는 물에도 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내에서는 톨루엔에 대한 정확한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규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톨루엔은 손·발톱용 제품류에 25% 한도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타 제품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안전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식약청이 제재하기도, 아모레퍼시픽이 “무해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것이 “극소량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과 “극소량이어도 인체에 쌓이면 해롭다”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안전성을 보장받으려면 업체가 안전성 입증자료를 제출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모레퍼시픽이 식약처에 낸 자료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해화학물질 검출논란이 불거진 뒤 아모레퍼시픽이 별도로 취한 조치가 있을까.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자사에서 톨루엔을 처방한 것은 아니다”며 “공기에도 극소량의 톨루엔이 존재해 실험과정 중 들어간 것으로 당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어 “식약처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제품출시 전 이미 이뤄진 부분”이라며 “식약처로부터 별도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제출을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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