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세아그룹은 수장을 잃었다. 이운형 그룹회장이 해외출장 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이다. 당혹감에 휩싸인 그룹을 추스른 인물은 동생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그룹회장을 제외하고 형이 맡았던 회장직(세아제강·세아베스틸)을 맡으며 그룹안정화를 도모했다.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선 지 어느덧 한 달. 철강업황 침체 속에서도 기대이상의 실적이 전망되는 등 세아그룹은 경영공백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모양새다. 그러나 고 이 회장의 지분정리, 이에 따른 후계구도 재편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운형 회장 타계 후 이순형 회장 체제로
철강업황 침체 속에서도 잘 나간 세아그룹
경영은 문제없는데 지분정리가 골칫덩이?
“지금 철강업계는 성장이나 경쟁보다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장원익 포스코경영연구소 박사의 말이다. 장 박사의 말처럼 현재 철강업황 침체는 심각하다. 여기저기서 실적악화로 인한 곡소리가 들린다. 철강업황 침체를 반증하듯 철강 대표주들의 주가도 하락세다. 지난 3개월(1월 23일~4월 22일)간 현대제철 주가는 8만2300원에서 7만1700원으로, 포스코 주가는 36만500원에서 32만500원으로 떨어졌다.
세아제강·베스틸·특수강
영업이익 ‘상승’ 전망
반면 세아그룹 주가는 상승계단을 밟았다.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이 바로 그곳이다. 먼저 세아제강 주가는 9만1900원에서 10만5500원으로 올라섰다. 이는 탄탄한 실적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유지웅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세아제강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10% 이상 증가한 370억원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강관 출하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원소재 가격이 내려가면서 마진이 개선됐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세아베스틸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다. 2만5750원이었던 주가는 3만1950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역시 실적증가에 따른 상승세로 판단된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세아베스틸은 올해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뤄질 전망이다. 원유개발 유정용 소재, 자동차부품 글로벌소싱 확대로 인한 판매량 증가가 그 근거다. 세아베스틸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200% 늘어난 30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세아특수강 주가도 상승곡선을 탔다. 동일기간 주가는 1만8800원에서 2만5500원으로 올랐다. 심혜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세아특수강의 올해 1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보다 8.7%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도 전 분기 대비 55% 증가한 1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계승계 놓고 말 나와
세아그룹 철강 계열사 3곳이 기대이상의 성적표를 가져오면서 고 이운형 그룹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불거진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사라진 듯하다. 우려 속에서 형의 자리를 이어받은 이순형 회장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인 셈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골칫덩이는 그룹 경영문제 대신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후계구도 재편과 그룹분리 가능성을 제기하는 호사가들의 입이다.
이들은 “당분간은 이순형 회장 체제로 그룹이 운영되겠지만 고 이운형 회장의 지분에 따라 오너 3세의 후계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이 분리되는 등 지금껏 유지해왔던 경영체제가 깨질 수 있다”는 예측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그간 세아홀딩스는 이 회장이, 세아제강은 고 이 회장이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는 세아그룹의 양대 축이다.
세아그룹은 ‘형제경영’으로 유명했다. 고 이 회장이 대외활동을 맡았고 이 회장이 실무를 챙겼다. 사이좋은 형제로 칭송이 자자해 경영체제 안정화에 대한 대내외 신뢰가 깊었다. 이들 형제도 ‘형제경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듯 비슷한 지분을 보유해왔다. 아들들(태성·주성)에게도 비슷한 지분을 넘겨줘 이러한 경영체제를 이어가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세아홀딩스는 고 이 회장 17.95%, 이 회장 17.66%, 고 이 회장의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17.95%, 이 회장의 장남 이주성 세아베스틸 상무 17.94% 등인 지분구조다. 고 이 회장의 부인 박의숙씨와 딸 은성·호성·지성씨가 총 1.6%의 지분을, 이 회장의 부인 김혜영씨와 딸 주현씨가 총 2.47%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세아제강의 경우에는 고 이 회장 12.93%, 이 회장 11.34%, 이태성 상무 10.74%, 이주성 상무 10.77% 등인 지분구조다. 고 이 회장의 부인과 세 딸의 지분은 1.45%고, 이 회장의 부인과 딸의 지분은 2.23%였다.
이 같은 지분구조가 후계구도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낳게 했다. 만약 고 이 회장의 지분전량이 아들인 이태성 상무에게 승계된다면 이 이사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진다. 고 이 회장이 보유했던 지분의 향방에 따라 안정적이었던 오너일가 지분보유 비율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 회장은 형의 지분처분과 승계계획에 대한 질문에 “상속세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검토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이다.
더군다나 이 같은 경영체제는 고 이 회장과 이 회장이 만든 약속이다. 이태성 상무와 이주성 상무도 ‘사촌경영’을 희망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은 철강업황 침체로 인해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할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볼 때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정지을 수도 없다. 세아그룹이 경영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내놓지 않는 한 시장에서 후계구도 재편과 그룹분리 가능성이 거듭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편, 세아그룹 관계자는 그룹회장직이 공석인 데 대해 “언제 공식취임식이 열릴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고 이 회장의 지분향방에 대해서는 “방대한 작업이기에 구체적인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 다만 법적으로 정해진 기간 내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전했고, 이태성 상무에게 상속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